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정착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북한출신 주민의 이야기를 탈북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인 하나센터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는 ‘제2의 고향’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한의 남단에 있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휴양도시, 제주도 편입니다.
남한에서 제주도는 육지에서 배편으로 4시간가량 가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화산섬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반도가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분열됐던 삼국 시대엔 제주는 탐라국으로 불렸습니다.
제주도는 주민의 투표로 2006년 남한에선 유일하게 특별행정 도가 돼서 남제주군은 서귀포시에 , 북제주군은 제주시에 통합돼 2개 시가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제주도를 그저 조그만 섬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섬의 인구는 2009년 12월 현재 약 56만 명으로 한라산을 경계로 북쪽에 있는 제주시에 주민의 70%가 살고 있습니다. 물론 100여 명의 탈북자 대부분도 제주시에 살고 있는데요. 제주시에서 탈북자의 초기정착을 돕고 있는 하나센터 신창덕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봅니다.
신창덕: 제주도가 섬이다 보니까 작게 생각했는데 한 번 와보고는 친구 따라 왔다가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수려한 세계적인 휴양 관광지 제주도를 좀 더 소개하자면 하늘에서 섬을 내려다보면 동서방향으로 가로놓인 고구마처럼 생겼는데 남북 간의 거리는 약 31km지만 동서 간의 거리는 그 두 배인 73km가량 됩니다. 지리적으로 섬 한가운데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고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 제주에는 삼무라고 해서 3가지가 없는 데 그것은 도둑, 대문, 거지입니다. 제주인들은 예로부터 거칠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근면, 절약,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아서 도적질을하거나 구걸을 하지 않고 집에 대문도 없이 살았습니다. 대문이 없어서 집주인이 일터로 나갈 때 사람이 없다는 표시로 집 입구에 긴 나무를 걸쳐둔 모습을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제주도는 감귤로도 유명하고 이미 말한 것처럼 화산섬으로 용암이 빠르게 식어서 굳어진 검은색의 현무암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은 제주도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육지로 나갈 때 가지고 나갈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여기서 제주도를 소개하는 노래 잠시 들어볼까요?
(혜은이: 감수광)
지금 들으신 이 노래는 1970년대 제주 출신의 여가수 혜은이 씨가 부른 감수광이란 노래입니다. 일반대중에게 제주도를 제일 잘 알린 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가 처음 주택배정을 받을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화교육 시설과 병원이용이 어느 정도 편리한가를 보는 겁니다. 제주도의 상황은 들어보죠.
신창덕: 제주도에는 대형 병원이 6개 있습니다. 의료문제는 힘들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열은 전국에서 제주도가 제일 높습니다. 대학은 탐라대, 관광대, 산업정보대 등 6개 대학이 있습니다. 교육의 문이 좁지 않습니다.
일단 주택배정을 받으면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지역에 집을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 남한에서 자신이 돈을 벌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정부 임대주택을 받고자 할 때는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결혼이나 직장 문제 때문에 타지역 이주를 해야 한다는 이유말입니다.
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거주지를 받을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그 지역에 일자리가 많은가 하는 점입니다. 섬인 제주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일자리도 그와 관련된 직종이 많습니다.
신창덕: 제주도 물가는 비싸다고 하지만 제3국에 있다가 남한에 오신 분들은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이 많아 중국인 상대로 영업하는 상점이나 호텔에서 일하는 탈북자가 많은 편입니다. 남자는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하고 제주에는 양어장이 많은데 그곳에서 일할 수도 있고 제주도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아야 된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정부의 도움에 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주도 타령-장필국)
일단 제주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은 다른 지역으로 간 탈북자가 없다고 신 사무국장은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주에 사는 탈북자들은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봅니다. 20대의 탈북여성 김문희(가명) 씨는 이제 제주에 산 지 7개월 됐습니다.
탈북자: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정주고 하니까 고향 같습니다. 지금 계획은 고시학원에 다니는데 졸업하고 대학에 갈 겁니다.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뭣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대학 가서 공부해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탈북여성 이순화(가명) 씨는 서울에 살다가 제주로 간 지 1년 정도 됩니다.
탈북자: 비행기 타고 오면서 보니까 땅이 넓은 것이 너무 달랐습니다. 공기도 좋고 사람들도 반갑게 맞아주고 그런 것을 보니까 그동안 힘들었는데 너무 기뻤습니다.
이 씨는 39살에 탈북해서 중국에서 7년 살다가 구소련 맞은편에 있는 몽골의 한 지방에 있다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그가 제주에 살기 전 북한에서부터 알았던 제주도는 너무 달라 놀랐다고 했습니다.
탈북자: 북한에서 인민학교 4학년 때 쯤 전쟁 때 일본 사람이 제주도를 점령한 영화를 봤는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와보니 여기는 앞이 탁 트인 것이 앞은 산이요, 뒤는 바다라 너무 아름답습니다. 북한에선 까막눈으로 살아 몰랐는데 한국 정부에서 탈북자 지원도 많이 해주고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46살인데 앞으로 20년은 일할 생각입니다. 일단 정착 하는 것이 우선이고 정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어떻게 갚아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기회만 되면 양심적으로 저도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자들이 제일 많이 여행 가고 싶어하는 섬, 제주도 편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서울에 사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