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정착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북한출신 주민의 이야기를 탈북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인 하나센터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는 ‘제2의 고향’ 시간입니다. 오늘은 탈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서울, 그중에서 최근 탈북자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서울 북부 하나센터의 김선화 부장에게 탈북자의 남한 정착에 관해 들어봅니다.
남한에서 탈북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수도 서울입니다. 서울에는 현재 6천 명 정도가 살아 남한 입국 탈북자 2만 명 중 약 35%가 서울에 있는 셈입니다. 특히 서울은 동서남북으로 나눠 탈북자의 지역사회 초기정착을 돕는 민간단체인 하나센터가 4곳이 있는데 서울 안에서도 과거에는 노원구, 강서구, 양천구에 새로 건설되는 임대아파트가 많아 탈북자의 집중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서울 북부지역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북부지역에 1,600명 정도 삽니다.
서울에서 탈북자 지원사업을 모범적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진 북부 하나센터 김선화 부장을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이: 김선화 부장님 남한의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었는데 2천 년 초기와 비교해 볼 때 최근 탈북유형이나 성향에서 좀 달라진 면을 볼 수 있는지요?
김선화: 한마디로 이분들이 모두 북한에서 오셨다는 면은 같습니다. 하지만 2,000년 초 중반에 오신 분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삶이 힘든 상황에서 오셨다는 것이 명확하게 눈에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오신 분들은 직행파라고 해서 중국 체류 기간이 적고 남한에 있는 가족에 의해 준비된 상태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반면 남한 생활에 대해 얘길 듣고 오긴 했지만 중국 생활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남한 생활 적응을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 직행파란 북한에서 바로 중국을 거쳐 단기간에 남한으로 오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요즘도 남한입국 탈북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까?
김: 줄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직행파가 많기는 하지만 작년에는 북한의 변화가 많았던 해인 만큼 단속이 심해 탈북자 수가 적었던 것으로 압니다. 중국에서 버티고 있던 분이 들어오는 것이 예전과 비슷한 수였다면 북한에서 바로 남한에 오는 분은 줄었죠.
이: 보충 설명을 하자면 2009년 3천 명 가까이 됐고 지난해는 2000명 정도가 남한에 간 것으로 남한 통일부가 밝혔는데요. 탈북자를 매일 만나는 실무자로서 탈북자가 서울을 자신의 거주지로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다.
김: 확실히 서울이나 경기도는 정보력이나 일자리가 많습니다. 또 중요한 것이 탈북자를 돕는 민간기관들이 포진 돼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도시생활이 물가도 비싸고 각박한 면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지방은 탈북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나 환경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일자리나 물가가 저렴한 점, 민심은 더 따뜻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탈북자들이 평양에 못 살아 본 한을 남한의 서울에서 풀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서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탈북자가 이런 것을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현재 서울에 사는 탈북자가 전체 탈북자의 35% 정도 된다고 했는데 서울의 탈북자 수용 능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계속 서울에 탈북자가 유입되겠습니까?
김선화: 결국 주거지 문제인데 당분간은 계속 서울도 택지 개발을 하고 있잖아요. 북부 전체에 지난해 160명 정도 왔는데 노원구에 70명이 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90명이 북부에 왔습니다. 요즘 강남과 강북 간의 균형적 개발이라고 해서 시에서 정책을 세워 많이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울로의 탈북자 유입은 당분간은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이: 2000년 초기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갑자기 많이 유입되면서 임대주택에 살던 남한 주민들이 탈북자가 이사 오면서 술을 마시고 지역 주민과 다툼을 벌인다든지 밤에 크게 노래를 불러서 마찰을 빚는 그런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요즘은 남한 주민과 탈북자 사이에 별문제는 없는지요? 지난 10여 년 탈북자 지원 사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소개를 해주시죠.
김: 저희가 탈북자 정착지원에 대한 방향성을 크게 3가지로 세웠습니다. 하나는 초기 전입자를 위한 생활안내에서 부터 정착에 필요한 기본적 지원을 하는가 하면 두 번째 영역은 연령층, 대상층 별로 아주 전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상담이나 학습지도도 그냥 자원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취 정도까지 보는 겁니다. 세 번째는 통합입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거주지 안에서 탈북자만 변신하라고 하지 않고 지역사회 일반 남한 주민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자원봉사단 활동, 주민통합을 위한 기획단, 북한음식 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면서 서로 간 생활 습관의 차이 등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탈북자와 지역 주민 간의 문제는 계속 있는데 견뎌내고 받아들여지는 것에 있어서는 과거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다투고 화내고 그랬지만 지금은 중재하고 견뎌내는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남한에 사는 탈북자 많은 수가 혈연지연 등 사회 인적 기반이 전혀 없어 뭔가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도 자본금이 없어 답답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디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김: 가장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대두 되는 것이 마이크로크레딧이라고 소액대출 사업입니다. 그런 방식이 대한민국 안에서도 대세입니다.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그분들의 열정과 열의를 보고 소액이지만 대출을 해주는데 그런 사업기관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과거보다는 의지가 있고 기획력이 있으면 정부 또는 민간에서 지원받을 가능성이 많아졌고 특히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재단이 되면서 예산이 굉장히 늘었는데 많은 예산 부분이 사회적기업과 창업지원대출사업 영역도 있습니다. 그런 쪽을 탐색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북부하나센터의 올해 사업방향과 목표에 대해 정리해 주시죠.
김선화: 저희 생각에는 많은 가족이 해체돼서 탈북하면서 남한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미거나 중국에서 형성한 가족이 남안에서 재결합 되는 경우를 보면서 가족지원 사업을 많이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탈북자들이 가족에서부터 그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실제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어렵더라고요. 그 이유가 아직 자신의 가족에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고 제3자가 끼어들어서 뭔가 한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올해 사업도 열심히 할 예정이고 이런 사업을 하면서 우리 직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잘 정착한 탈북자들과 같이 힘을 합칠 예정입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서울 그중에서도 북부지역을 담당하는 김선화 부장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서울에서 호텔 주방장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박광일 탈북자와 금융업계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최은석 탈북자의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