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입학과 졸업의 달

서울역에서 임진각역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 졸업식.
서울역에서 임진각역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 졸업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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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정착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북한출신 주민의 이야기를 탈북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인 하나센터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는 ‘제2의 고향’ 시간입니다. 남한에는 2월과 3월, 졸업과 입학이 있는 시기입니다. 오늘은 하나센터에서 어떻게 탈북자의 대학입학을 돕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학교를 다니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신정애: 다음 주 정도부터 대학에 합격한 학생 대상으로 대학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등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서울에서 탈북자 밀집 지역으로 불리는 서울 북부 하나센터 신정애 복지사의 말이었습니다. 남한에선 2월과 3월 일제히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이전 학생들은 상급학교 진학이 있을 것이고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대학원에 가거나 사회로 진출해 직장을 잡게 됩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도 교육 대상 연령대에 있는 사람은 학교 입학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남한 하나센터 정지은 복지사입니다.

정지은: 우선은 초기에 오시면 교육과 관련해 무지개청소년센터 전문 담당자가 와서 남한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길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개별적으로 대안학교를 가고 싶다든지 대학을 가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1:1로 알려 드리고요. 대학입시 박람회라고 해서 매년 5월이면 교육인적자원부랑, 북한이탈지원재단이랑 한빛복지관, 공릉복지관 등과 전국 단위로 지원자를 대상으로 대학입시에 관한 것을 알려드립니다.

탈북자들은 대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또는 탈북 과정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아 남한에 입국해서는 자기 나이 또래가 아닌 적게는 한두 살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어린 학생들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정규 교육시설이 아닌 대안학교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학원에서 학력 인정을 위한 시험에 대비하는 예가 흔합니다.

서울에서 탈북자들이 공부하고 있는 대안학교로는 셋넷학교, 여명학교, 하늘꿈 학교 등이 있는데 이곳에서 탈북 청소년은 대학을 가기 위한 기초 수업을 듣습니다. 서울 동부하나센터 이원희 사무장은 올해도 여러 명이 대학에 진학했다고 했습니다.

이원희: 남자와 여자분이 사회복지과를 갔습니다. 저희가 분명히 얘기를 해줬습니다. 졸업 후 사무직을 원하는데 사회복지사가 보기처럼 쉬운 일은 아니란 점을 설명해줬습니다. 남자는 처음에 컴퓨터 학과를 간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음이 변했는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었고 여자분은 사이버 대학을 간다고 해서 상담사가 같이 알아봐주고 공부하기에 괜찮겠다고 판단해 응시했고 합격했습니다.

이 사무장의 말 중에 사이버 대학에 간 탈북자가 있다고 했는데요. 사이버 대학이란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편한 시간에 집에서 각자 컴퓨터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정해진 과제물을 전자우편 등으로 담당 교수에서 보내는 형태로 이뤄지는 학교를 말합니다.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사이버 대학을 가느냐고요?

이원희: 사이버 대학을 간분은 직장 다니면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분들입니다. 현재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는 분이 몇 분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과정이 끝나면 직장을 알선해 줍니다. 그런데 직장에 매일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대로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 것이죠. 매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에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 사이버 대학을 소개해 줬죠.

(브릿지 음악)

이번에는 실제 남한에서 대학생활을 한 탈북자의 말도 들어보겠습니다.

오세혁: 2월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아시아재단에서 인턴으로 있습니다.

탈북자 오세혁 씨는 남한에서 대학생 시절 북한산 반달곰 그림을 옷에 찍어 팔아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오 씨는 탈북한 친구 다섯 명과 함께 인터넷 창업 즉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만든 ‘어리둥둥 반달이’란 옷가게를 만들어 옷을 팔기도 했는데요. 대학시절 학교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업에도 도전했던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했다고 했습니다.

오세혁: 사실 하면서도 과연 팔릴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또 바위에 계란 치기가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하면서 보니까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이 감동해서 구입해 주고 할 때는 힘도나고 발전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뭔가 하겠다고 하는 열정이 중요하다 그러면 없던 능력도 생기고 가만히 앉아 걱정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나서서 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배운 기회가 됐습니다.

오 씨는 이번 달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북한의 경제발전에 어떤 형태가 적합할지 연구하게 되는 경제개발학 분야의 공부를 할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한국외국어 대학에 다니는 또 다른 탈북자 황은명(가명) 씨는 북한에서는 한 도에서 청년동맹비서였는데 남한에 가서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이번에 2학년이 됩니다. 처음 1년은 남한의 대학문화에 적응하느라 경황이 없었다며 올해 입학하게 되는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자기 정체성을 잊지 말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황은명: 탈북자들이 대학에 와서 다른 친구들이 북한 출신이란 것을 아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자기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릅니다. 내가 뭘 잘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다른 친구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죠. 탈북자란 자기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좋은 쪽으로 이용하면 여러 가지 본인에게 득이 되는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한 학생처럼 기초가 잘 돼 있지 않은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고 더 중요한 것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계발과 노력이 뒤따라야고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은명: 저의 경우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 학생들이 체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생활에서 배운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여기 학생은 책 속의 지식만 있더라고요. 일상생활에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르고 교과서 속에서의 지식만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니까. 그런 것을 볼때 제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의 졸업과 입학 철을 맞아 이들의 입학을 돕는 하나센터 관계자와 탈북자의 경험담을 전해 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