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힘든 순간도 맞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고난의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락을 떨어지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가장 힘든 순간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그 순간을 떨쳐 일어섭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무역 일을 하다가 남한으로 간 탈북 여성 이은실(가명) 씨의 이야기입니다.
이은실: 어려웠죠. 그때도 못살고 배급이 없었고 다 자급자족해야 했고요. 장사를 하지 않으면 못살던 때였는데 장사를 많이 통제하고 했으니까...
함경북도 출신의 이은실 씨가 탈 북한 것은 2000년 여름입니다. 무역 일을 하다가 중국에서 수금이 안됐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씌어져 목숨을 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은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어요. 하지만 일이 안됐어도 경험을 쌓게 되잖아요. 자본주의 사회는 계속 나를 앞으로 가게 단련시킵니다. 고난을 주고 그 고난을 이겨내게 하고 그러면서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것이 좋습니다. 고난이 힘들지만 나에게 유익할 때가 많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오늘도 그만, 내일도 그만 그저 답답하기만 하죠.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예를 들어 계획을 세워서 외국에 가서 무역으로 성공을 해보겠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잖아요. 여기는 여권가지고 언제든지 갈 수 있는데 북한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꿈을 펼칠 수가 없어요. 한국에선 힘들게 하는 것이 지나놓고 보면 내가 성정하는 과정이고 이런 속에서 내가 발전되고 나라가 발전되고 세상이 바뀌는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남한 사회가 난 좋아요.
중국생활을 거쳐 남한에 도착한 것은 2004년. 이제 남한 생활이 8년이 넘습니다. 하지만 탈북하면서 두 번의 강제북송을 당했고 북한에서 호된 감옥살이로 남한에 갔을 때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 골병이 든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옥살이의 후유증으로 두 눈의 시력을 거의 잃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씨에게 이렇게 추운 겨울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기자는 일상적인 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은실: 추우니까 밖에 잘 나가질 않아요.
기자: 온도는 몇 도에 맞춰놓고 집에서 뭘 하면서 보내세요?
이은실: 집에서는 텔레비전도 보고 컴퓨터도 보고 주부다 보니까 어느 시장에 물건이 싼가 찾아보고 합니다. 이왕이면 좀 더 싼 것을 사고 싶어서 인터넷 보고 하는 시간이 많죠. 방안 온도는 춥지만 조금만 온도를 높이면 10만 원 넘기 때문에 보통 23도 전후로 맞춰놓고 지내요.
기자: 한 달에 보통 어느 정도나 나오나요?
이은실: 한 달에 보통 난방비가 8만원 전후로 나옵니다.
기자: 한국에 물가가 올라서 벌기는 힘든데 10만원 가지고 나가도 장볼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어떤가요? 찬거리들이 많이 올랐습니까?
이은실: 남새 가격이 겨울이라 많이 올랐습니다. 풋고추 하나만 봐도 한 봉지 가지고 한 끼 두 끼 식사밖에는 못하는데 한 봉지에 한 15개 정도 들었는데 반찬을 만들어 먹자면 고춧 가루도 사야 되고 마늘도 사야 되고요. 젓갈은 명란 젖 같은 것은 200g 정도 되는 것이 만원이 넘어요. 버섯은 싼 것도 있고 한데 모아서 이것저것 사다보면 몇 만원은 훌쩍 넘어요.
기자: 한 번 장을 보면 몇 만원은 쓴다는 얘기네요.
이은실: 그렇죠. 채소에 과일을 사다보면 그렇죠.
기자: 겨울 과일을 뭘 사시는데요?
이은실: 요새는 사과, 한라봉 등 남방과일이 많고 통조림은 잘 안 먹어요. 신선한 것을 먹고 몸 관리를 위해 또 유기농산품을 사다보니까 좀 많이 들어요.
이은실 씨가 매달 정부에서 받는 생활 보조금은 38만원. 미화로 300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고정 지출이 정부 지원금보다 많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할 때면 나가서 시간제 일을 합니다.
기자: 보통 교통비, 식비, 공과금 등을 합해서 어느 정도나 생활비가 드나요?
이은실: 한 달에 한 100만 원은 넘게 있어야죠. 주부들이 아르바이트를 해도 80만 원 정도 버는데 힘들죠.
기자: 일을 안 하는데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세요?
이은실: 저는 환자니까 일을 못하는데 기초생활비 나오는 것 갖고는 안돼서 아르바이트를 조금씩 합니다. 그래서 모으는 돈이 한 50만 원 정도 되니까 거기 맞춰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못 사고 아끼는 거죠.
2013 올해는 검은 뱀띠의 해입니다. 이은실 씨도 뱀띠입니다. 매년 해를 넘길 때 하나씩은 소망을 기원하는 데 올해 소망도 지난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합니다.
이은실: 올해뿐만 아니라 늘 바라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겁니다. 이제는 남한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으니까 몸이 아프다고 언제까지고 정부 지원금만 으로 살 수는 없잖아요. 한쪽 날개만으로는 아무리 펄쩍 거려야 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신이 두 쪽 날개를 달아줬는지 모르고요. 사람도 다른 한쪽을 만나야 기가 돌아서 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언젠가는 선물용품을 파는 작은 자기 가게를 갖고 싶다는 이 씨. 추운 겨울,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때면 그리고 특히 이렇게 해가 바뀌는 때에는 북에 있는 가족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했습니다.
이은실: 북한에 부모 동생들 많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언젠가 만나는 날. 내가 잘돼서 가정을 돌봐줘야겠다. 노력해 살아간다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북한에 있는 분들도 지금은 어려워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이은실(가명)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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