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세상은 넓고 경험할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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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세계 각 나라마다 자신들의 문화와 풍습이 있습니다. 또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고 생긴 모습도 틀립니다. 그런데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이들 모두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이제 남한 생활이 2년차가 되는 주찬양 씨인데요. 외국 여행 이후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주 씨의 이야기입니다.

주찬양: 제가 다 알아서 여권을 만들었는데 여권을 손에 쥐는 순간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주찬양씨가 남한에 가서 외국 여행을 하기 위해 여권을 만들었을 때의 느낌을 말한 겁니다. 남한에서 생활하자면 주민증이 필요하고 해외로 나가자면 주민증이 아닌 여권이 주 씨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문건이 되는 것입니다.

주 씨는 북한에서는 먼저 탈북한 가족 때문에 18세가 넘어서도 공민증을 받지 못해 불편함이 많았는데 남한에서는 여권을 받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쉽게 와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 씨가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탈북자 신분으로 남한에 들어갔을 때가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가 됩니다.

주찬양: 북한에서는 내가 하늘을 날 것이란 상상도 못했었죠. 북한에서는 아빠랑 장사를 하다가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져서 학교도 못 다니고 있는 때도 있었는데 엄마가 열심히 공부하라면서 앞으로 네가 세계 어느 나라로 가서 큰일을 할 수도 있는데 열심히 하라고 하면 아빠 엄마가 현실에 맞지 않는 소릴 한다고 막 했는데 제가 막 진짜 하늘을 날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하늘을 날면서 진짜 많은 생각을 했죠.

기자: 태국에서 한국 입국했을 때도 비행기를 탔잖아요?

주찬양: 그때는 실감이 안 났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신분 위조를 했고 공포감에 질린 상태에서 한국에 오니까 아무 감정이 없었던 것 습니다.

수천 미터 상공을 나는 비행기. 여러분 궁금하시죠. 비행기 안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그러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요. 주찬양 씨는 필리핀으로 6개월 영어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주찬양: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 본다는 것이 좋았고 구름 위에서 구름을 보는 것도 좋았고 상상을 못했는데 제가 비행기를 타고 있는 거예요. 제가 '크로스 컬처'라고 외국 문화를 배우는 학교에 갔는데 제일 처음 어려웠던 것은 영어였습니다. 북한이란 곳에 갇혀 살다가 제3국의 감옥을 거쳐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에 왔는데 너무 발전되고 억양이나 문화가 틀려 말도 잘 못 알아듣고 1년 동안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또 이번에는 또 다른 세계 말도 틀린 곳에서 영어란 문제에 부딪친 겁니다. 처음 갔을 때는 코 뾰족하고 얼굴 까맣고 눈만 하얀 사람도 있고 다인종이 있어서 신기하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말이 안 나와서 힘든 겁니다. 그런데 견딜 수 있었던 것이 아빠 엄마가 자신감을 어릴 때부터 심어줘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고 사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당당하게 물어보고 자기 전에는 찾아놓은 단어를 암기하고 그랬습니다.

제일 배우고 싶었던 영어를 배웠고 세계 12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귄 것이 좋았다고 말하는 주찬양 씨. 필리핀에서 공부할 때 주 씨는 라오스와 태국을 가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경비 문제로 필리핀에서만 공부하려고 했는데 또 욕심이 났던 겁니다.

주찬양: 외국 가는 것은 안 한다고 필리핀에 있는데 나라를 보니까 제가 탈북 과정에 거쳐 간 라오스, 태국이라 맘이 변했어요. 그런데 경비가 문제였어요. 그래서 제가 왜 그 나라들을 꼭 가야 하는지 얘기를 했어요. 그때는 감옥을 거쳐 왔었는데 이제 당당하게 여권을 가지고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북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의 후원으로 경비를 마련해서 맘 놓고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필리핀에서 생활한 6개월이 지금은 깊은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가족이 있는 남한으로 왔으니 일상에 충실해야 합니다. 주 씨가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올해 가을 있을 대학진학.

주찬양: 대학갈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졸업한 학력인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처음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기초가 부족하고 의대는 10년 공부를 한다고 해서 포기 했습니다. 그 다음 하고 싶은 것이 경영입니다. 북한에서 장사도 하고 회사 생활 하면서 꽃제비 밥해주는 일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을 거둬 먹이는 일을 하다 보니 꽃제비들이 너무 일도 잘하고 괜찮은 사람들인 거예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드는 생각이 이런 사람들을 돕는 직업을 갖겠다. 이런 거였어요.

사람이 보는 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이제 주 씨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가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주찬양: 그냥 마음 편하게 살고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사는 것이 좋아요. 도와주면서 내 마음도 좋아지거든요. 앞으로 저는 외국을 많이 다닐 것 같고 아프리카도 갈 수 있을 것 같고 어려운 나라도 많이 가고 사업도 진짜 할 것 같아요.

제2의 고향 오늘은 최근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탈북여성 주찬양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