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가 그 사회에 정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게는 3년에서 보통 5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기정착 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그 기간은 놀라울 정도로 단축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사무원으로 일하는 남한생활 1년차 김현주 씨의 이야기입니다.
김현주: 이제 1년 됐습니다. 3월 27일이면 꼭 1년입니다.
청진이 고향인 김현주 씨는 남한에 가서 개명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마당에 이름도 남쪽에서 많이 쓰는 예쁜 이름으로 바꾼 겁니다. 의욕 차게 시작한 남한생활.
기자: 이제 1년 됐는데 탈북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김현주: 북한을 떠난 것은 2005년입니다. 그 때 상황은 지금은 한국에 왔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그땐 힘들었죠.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서 숨 쉰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 좋거든요.
40대 중반인 김 씨는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하고 그냥 좋다고 합니다. 무엇에 감사하고 어떤 것이 좋은 지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김현주: 5월부터 식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처음 하나원 나와서부터 한국 분들이 저희에게 말을 걸어준다는 사실부터 고맙더라고요. 북한이 남한에게 좀 못되게 하잖아요. 혼자 생각하기를 한국에 오면 사람들이 북한 출신이라고 돌을 뿌리고 닭 알을 뿌리고 하지 않을까 항상 상상했었어요. 그런데 누구 하나 뭐라고 그러질 않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말투가 이상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거예요. 너무 잘 대해 주고 좋은 거예요.
기자: 북한에서는 직업이 뭐였나요?
김현주: 이북에선 군 생활 8년하고 상업학교 2년 다니고 결혼 전까지 무직으로 있었습니다.
기자: 당원도 아니었고 했는데 왜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를 증오할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김현주: 중국에 와서 한국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7년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알았는데 북한이 천안 함 사건도 일으키고 하니까 남한에서 북한에 대해 원한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리고 중국에서 남한이 나쁜 것이 아니고 북한이 잘못한 것을 알았죠. 남북관계가 아무런 대화 없이 단절되고 북한이 남한에 대한 공격을 할 때마다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남한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동시에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남한사람들이 탈북자에게 보복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데요. 하지만 김 씨가 걱정하는 불상사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기자: 1년 살아보니 뭐가 제일 좋던가요?
김현주: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얘기도 할 수 있고 뭘 느끼면 느꼈다고 얘길 할 수 있잖아요. 국정원에 있을 때 한 번 서울로 문화체험을 나갔어요. 교회 단체에서 도와줬는데 거기서 저를 인도한 분이 나이가 좀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별 말씀이 없었어요. 지하철도 다녀보고 은행도 가고 했는데 거리를 걷다보니 시간이 점심시간 이었는데 너무 거리가 조용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긴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데 무슨 전쟁준비를 한다고 우린 북한에서 지하에 들어가고 그 난리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그 생각을 딱 하니까 제가 너무 억울한 거예요. 속고 살았던 거죠.
누가 설명해 주기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두 눈으로 본 세상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겁니다. 속아 산 세월에 분한 마음까지 치밀어 올랐다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가 돼 버렸고 이젠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김현주: 식품점에서 5개월을 일하는 도중에 직업훈련 과정이 시작됐어요. 그때 지금 팀장님이 강의를 나왔는데 이분이 4년 남한에서 살면서 대학공부도 하면서 팀장을 한다는 것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우리 40대에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분을 찾아갔죠.
김 씨는 먼저 남한에 정착한 자기 또래의 선배 탈북자에게 감동을 받아 나이 탓하지 않고 뭐든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리고 취직을 했는데요.
김현주: 어떻게 살아야 잘 살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대로 알려주는 것이죠. 여기 대학반도 있어요. 저도 야간 대학을 다니고 있거든요. 여기 과정이 있다고 해서 공부도 하고 했는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열심히 한다고 잘 봐 주신 거죠. 저는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그런데 일을 시켜주신 거예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은 뭡니까?
김현주: 저는 남들처럼 큰 부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없고요. 열심히 사는 마음가짐으로 한 3년 일해 볼 겁니다. 대학도 졸업하고 컴퓨터도 배워 자격증도 따고 계획 세운대로 다 이룰 거예요. 지금 필기는 해놓고 있는데 실기도 할 거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서 꼭 다 이룰 겁니다. 제가 뭐든 해야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이렇게 하면 된다 하고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선은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께 보답하는 의미에서도 해야겠어요.
그것이 그분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또 나를 위한 것이니 해야겠어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김현주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