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명 배식이 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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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한 끼 식사가 어려워 탈북 했는데 지금은 남한에서 매일 수백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합니다. 바로 남한 생활이 4년차가 되는 탈북여성 이소명(가명) 씨 입니다. 오늘은 북한에 있을 때부터 매일 밤 외부세계의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는 이 씨의 남한생활 이야기입니다.

이소명: 미국에서 하는 방송을 밤에 열심히 들었으니까 우리도 이제 들려줘야죠.

함경북도 출신인 이소명 씨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외부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 온 집안 식구가 밤마다 몰래 단파 라디오를 듣던 저희 방송의 애청자입니다. 이 씨는 2009년 탈북을 했고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는데 늦은 나이지만 일과 대학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소명: 제가 주중에 5일은 회사 가서 일하고 주말에는 교회가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실습 120시간을 채우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남한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 상상을 했었지만 그 상상 마저 자신이 보고 경험한 바탕 위에 만들어졌던 것이어서 현실은 더 놀라웠다고 남한에 첫발을 내딛었던 순간을 회상합니다.

이소명: 처음에는 놀라운 것도 많았습니다. 북한에서 방송을 들으면서 좋겠다고 상상도 해보고 했지만 와보니까 거리도 사람도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이 좀 개화된 줄 알았지만 더 나았습니다. 북한에서 안기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고.

현재 이 씨는 큰 회사 구내식당에서 배식원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먼저 이 씨의 일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소명: 식당이 집단이니까 개인이 영업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점심과 저녁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규칙적인 일이고.

기자: 집단 배식을 하는데 밥은 얼마나 하고 반찬은 몇 가지나 준비를 하나요?

이소명: 밥은 예상 인원이 900명이라고 하면 그 이상하고 반찬도 5가지 준비를 하고 먹고 싶은 대로 식판에 담아다 먹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900명분을 준비하자면 쌀을 몇 가마나 하면 됩니까?

이소명: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식단이 매일 바뀝니다. 그리고 북한에선 밥에 잡곡을 섞어 먹지만 여긴 맛으로 조금씩 섞어 먹고 한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식도 하니까 먹고 싶은 데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기자: 몇 명 안 되는 가족을 위해 밥하는 것도 힘든데 그렇게 많은 사람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 대단하네요.

이소명: 같은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니까 바쁩니다. 저희도 한 끼 식사를 치루고 나면 저희도 놀랍니다. 많은 때는 1천명도 되는데 그 많은 사람이 부족함 없이 먹었다는 것에 놀라죠.

기자: 매번 딱 맞춰서 준비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이소명: 네, 그것도 놀랍지만 북한에서는 해주는 대로 먹고 어디다 의견을 말할 때가 없는데 여긴 나가면서 만족한다. 보통이다. 다음에는 뭘 해주세요. 이렇게 의견을 써넣고 나가니까 한 사람 한 사람 고객을 전부 신경 쓴다는 것이 남한에서 느끼는 새로움입니다.

이소명 씨가 일을 하고 또 남편의 수입도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씨는 남한 생활이란 것이 풍족하고 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하는 만큼 차려지고 공짜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소명: 남한 생활이 순간도 부지런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살기 힘듭니다. 민주주의 세상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어도 먹을 것이 생기고 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고 지금은 힘들더라고 앞으로 준비해야하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왔다고 해서 건달피우고 방종하면 이 좋은 세상에 와서도 신세를 망치게 된다는 것을 4년 되니까 알겠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회사에 나가지 않고 대학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가 하는 공부는 사회복지학인데 이 과정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이론과 실습을 모두 이수해야 졸업이 됩니다.

이소명: 저희가 2년 과정을 공부하고 이론으로 배운 것을 현장에 가서 체험을 합니다. 실습은 구청에서 승인한 요양원에 가서 요양사가 하는 일을 관찰 하는 겁니다.

기자: 직업도 있고 한 가정의 주부인데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뭔가요?

이소명: 제가 남한에 와서 배고픈 걱정, 살 걱정은 없잖아요. 먹고 사는 것이 기본 일차적인 걱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앞날을 위해 준비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나만 잘 먹고 살자고 하면 짐승과 뭐가 달라요? 일하고 주말에 쉬는 시간도 없이 공부를 하고 해도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기쁘고 뿌듯합니다.

기자: 목표는 무엇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소명: 한국에 와서 보니까 저도 그렇지만 북한에서 받은 상처를 가지고 살고 있는데 여기서 상담을 받아 보니까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의 마음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 공부를 해서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에 사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기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섬기면서 살고자 합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이소명(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