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세상을 바꾼다

학교 축제기간을 맞아 대전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13일 물풍선 던지기를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학교 축제기간을 맞아 대전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13일 물풍선 던지기를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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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간 많은 수의 탈북청년은 대학에 진학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합니다. 대학생활 4년 동안은 비교적 자유롭게 학내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취미활동도 즐기고 또 방학 때는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학 4학년 졸업반인 이지영(가명)씨의 남한생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2010년에 탈북한 이지영씨는 청진 출신입니다. 북한에서는 탈북 전 장마당에서 옥수수를 팔아 생계를 이어갔었지만 현재 남한에선 행정학을 공부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행정학은 국가의 살림살이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지영: 사실 정치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동사무소(주민센터)에 갔더니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묻는데 얼마나 친절하던지 북한에서는 관공서에 가면 항상 간부라고 생각이 됐으니까 어려워하고 죄진 것 같고 했는데 여기는 자기 집에 온 손님 대하듯 하더라고요. 거기에 충격을 받았어요. 아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남한은 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어떻게 정부가 주민들에게 권위적이지 않고 이럴까? 저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통일이 된 이후에 우리 북한주민도 이런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하는 이런 호기심에서 행정학을 선택하게 됐어요.

기자: 훗날 오는 후배들을 위해 공부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이지영: 사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대학에 들어가자면 저희는 몇 십 년 걸려야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받은 교육이 다르기 때문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조금씩 채워가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행정학과를 들어갔고 부족한 부분들 근대사 그리고 경영학 하다보면 계산하는 것이 필요해서 수학공부를 조금 하고 하다보니까 또 영어가 부족해서 공부하고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했어요.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자기 전공에 대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자기 삶을 잘 누려갈 수 있을지 이런 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공부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 안 해요.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도 있는데 해보니까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도 없이 어렵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북한에서도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그저 꿈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죠. 보통 나이로 보면 청소년 미성년자에서 법적 성인이 되고 자유롭게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하고 싶은 공부에 열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이성교재가 어려웠지만 대학에서는 이성과의 만남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학교정에는 낭만이 넘친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일반 사회생활과 대학생활이 어떻게 다른지는 직접 들어봐야 할 듯합니다.

이지영: 할 말은 많은데 일단 이성관계에서도 자유롭죠. 부모님 눈에서 멀어지고 자기가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니까요. 서로 소개팅이라고 해서 서로 소개도 해주고 단체미팅이라고 해서 남자 5명, 여자 5명 이렇게 같이 모여서 대화도 갖고 한데 저는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 것은 안한 편이에요. 학교 안에서 손잡고 남녀가 걸어가고 수업 같이 듣고 하는 것이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인데 아무렇지 않고 자연스럽고 한 것이 상당히 좋았어요. 또 남한에는 학생활동을 하는 것이 저는 신선했어요. 북한에서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그런데 남한에는 춤추는 동아리, 노래하는 동아리, 독서하는 동아리 등 여러 동아리가 있는데 학생이 주체가 돼서 만들고 학교 측에서도 도와주고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사회과학 동아리를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좋았어요.

이지영 씨는 남한뿐만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여행을 하는데요. 올봄에는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해 미국 동부지역의 대학순회도 했습니다.

기자: 외국은 미국이 처음이었나요?

이지영: 다른 나라도 가봤죠. 미국 갔고 베트남, 라오스, 버마, 그리고 태국, 필리핀도 갔다 왔어요.

기자: 최근에는 미국의 여러 곳을 다녔는데 미국여행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이지영: 북한에선 미국에 대한 것을 많이 못 들었어요. 강대국이다. 나라가 크다 이런 것만 알았는데 가보니까 미국사람들이 상당히 친절하더라고요. 화장실에서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말을 시키고요. 남한이나 북한에서는 모르는 사람하고는 말을 잘 안하죠. 제가 미국에서 박스를 하나 뜯는데 가위가 없어서 손톱으로 뜯고 있는데 자기가 주머니칼을 빌려주겠다고 이것으로 하면 쉽게 할 수 있겠다고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자본주의 나라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고 뭐든 돈으로 해결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이 달라진 생각이고요.

기자: 제일 좋았던 것은 뭐였나요? 음식인가요? 풍경인가요?

이지영: 음식은 제가 아직 한식을 좋아해서 미국에서 크게 맛있게 먹었던 것은 햄버거 빼고는 모르겠고 너무 풍경이 좋았어요. 미국은 나라 자체가 초록이더라고요. 봄이라 꽃이 피고 하늘이 정말 맑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사진을 잘 안 찍는데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왔어요. 아름답더라고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이지영 씨. 여행도 가고 공부도 하고 대학에서는 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여가시간도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다 누리며 살겠다는 이 씨는 대학공부가 끝나면 대학원은 물론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계속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지영: 통일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고 봤을 때 여기 와 있는 탈북자들의 복지를 위한 법률을 만들고 하는데 힘쓸 것이고 통일 이후에는 법률 정비와 국가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든 것이 설계가 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들이 돼있지 않아서 그런 부분에 있어 제가 더 연구를 하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대학생 이지영(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