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자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에서 2013년 1차 경찰공무원(순경) 공개채용 응시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에서 2013년 1차 경찰공무원(순경) 공개채용 응시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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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아이들 앞에서는 당당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데요. 오늘은 아이를 위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여성을 소개 합니다. 남한생활 9년차가 되는 탈북여성 황은선(가명) 씨가 주인공입니다.

황은선: 내가 어떻게 하면 당당하게 키울 수 있을 지 생각합니다. 아이가 우리엄마가 대단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공무원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함경도 출신으로 지난 1997년 탈북한 황은선 씨는 중국 생활을 거쳐 2004년 남한에 갔습니다. 올해 41세의 황 씨는 현재 대학 3학년 재학 중입니다.

황은선: 월요일은 수업이 없고 화 ,수 ,목 3일만 야간에 대학 수업이 있고 낮에는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가서 2개월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들은 다시 들으라고 하는데 하루 5시간 앉아 수업을 들으니까 배도 고프고 집중력도 떨어지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다시 들으라고 하는데 저는 한 번 듣고는 집에서 조용히 앉아서 정리하고 문제 풀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하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열공, 남한에서는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을 열공한다고 합니다. 황 씨가 대학공부에 공무원 시험 준비까지 열공에 빠진 것은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인 딸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낳은 아이는 남한정부에서 주는 탈북자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탈북자는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면 한 학기에 500만원 미화 4천5백 달러 상당의 대학 등록금을 받습니다. 황 씨의 딸은 이런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더 쉽게 말하면 대학은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으면 공부를 잘해도 진학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남한에선 공무원의 자녀에게 일정 금액 학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 씨는 학교를 졸업하면 정부 지원 없이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안정적인 직장이 꼭 필요한 거죠. 황 씨는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며 대학공부를 하고 있기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황은선: 80만원 돈이 나옵니다. 지금 저도 대학을 가니까 모자 가정으로 해서 돈이 나옵니다. 거기서 아이 앞으로 30만원은 쓰는 거죠. 태권도는 9만원인데 교육청에서 5만원 지원해줘서 저는 4만원만 냅니다. 그래서 26만원 드는 거죠.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세, 물세 등 공과금 지출이 한 달에 15만원, 미화로 하면 120달러

정도 되고 나머지는 아이 교육비로 수입의 3분의 1을 씁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씁니다. 황 씨는 많지 않은 돈이지만 저축도 하고 매달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소액

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황 씨의 딸은 6살이 될 때까지 중국에서 살아 한국말을 전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한국에 갔을 때는 고생을 했지만 학교에 들어가서는 남한아이들에 쳐지지 않고 공부도 곧잘 합니다. 지금은 반에서 반장입니다.

황은선: 애가 어렸을 때는 책에 관심이 없다가 3학년부터 책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만화부터 해서 도서관에도 가고 책을 보는 겁니다. 다른 아이들은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는데 내 딸은 어디를 가나 책 보기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고 집중력이 없었는데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집중력도 생기고 성적이 오르더라고요.

기자: 아이 공부는 어떻게 시키세요?

황은선: 학교 공부 외에 수학, 사회, 과학, 국어, 영어 태권도 교육을 시킵니다. 태권도는

아이가 사춘기 들어가니까 살이 오르는데 운동을 하면서 날씬해졌습니다. 영어는 학교

시험도 100점을 받고 영어 말하기 시합도 나가고 합니다. 학교는 2시40분이면 끝나고 3시부터 4시까지 태권도 하고 4시부터 한 시간은 영어 그다음 국어, 수학 하고 6시에

끝납니다. 아침에는 8시 10분이면 나가죠.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커주는 딸이 자랑이요 희망입니다. 그래서 황 씨는 늘 딸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자극을 받습니다. 딸도 이렇게 당당하고 열심히 살려는

엄마의 맘을 알아서인지 하는 짓이 귀엽습니다.

황은선: 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니까 장래 희망이 자꾸 바뀌더라고요. 변호사 한다고 했다가 의사 한다고 했다가 만화가 된다고 했다가 자꾸 바뀌더라고요. 제가 지금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저는 북한에서 배워서 여기선 빼기라고 하는데 북한에선 덜기라고 해서 그렇게 가르치면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원에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뭘 하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해요. 제가 대학을 다녀봐서 너무 공부만 강요하면 힘들어 하니까 칭찬을 많이 해줍니다. 솔직한 말로 탈북자 자녀라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는 말 듣기 싫어요. 1등은 못해도 너무 뒤처지는 것은 싫거든요. 아이도 말없이 따라주니까 학원엘 보내는 겁니다.

올해 10월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황은선 씨. 식당일을 하면서 또는 식료품 가게에서

점원으로 매달 일한만큼 벌어 살수도 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뒤를 생각하면 특히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를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황은선: 힘들어도 해봐야죠. 안하고 후회 하는 것보다 낫다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이게

경쟁이 심해도 일반 사람 상대가 아니라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 보니까 해볼만 합니다. 서울서는 벌써 시행을 했는데 대구는 작년에 한 번 하고 올해 하는 거랍니다. 정보가 빨라야 하는데 저는 올해 알았거든요. 그래도 늦지 않았다 싶어서 한 번 해보려고요.

황 씨에게 하나뿐인 딸은 황 씨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재혼은 생각을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커서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엄마로서의 삶,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황은선: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은 해주고 아이가 나중에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뭘 하든 행복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업을 갖는 사람도 많거든요. 아직 대한민국은 4년제 대학을 나와야 된다고들 말하는데 저는 굳이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죠.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황은선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