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당겨 받을 수 있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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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 있는 것은 남한에도 있다 그런데 남한에 있는 것이 북한에는 없다. 남한의 지방도시 보건소에서 일하는 탈북여성 김경옥(가명) 씨가 한 말입니다. 현재 간호조무사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김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김경옥: 늘 감사하며 사니까 또 감사한 일만 생기더라고요.

함경북도 출신으로 탈북해서 8년간의 중국생활을 거쳐 김 씨가 남한에 간 것은 3년 전입니다. 남쪽에서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정착 초기부터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병원에 가서 환자를 간호하는 간병인으로 하루 두 시간 세 시간 씩 자면서 생활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 보건소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고 취업이 됩니다. 김 씨는 남한의 보건소는 북한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요.

김경옥: 예를 들어 10개동이 있으면 북한에는 직원들이 한 개동에 2명씩 담당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지역 전체를 담당하더라고요. 한 직원이 많게는 700가구까지 맡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김 씨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는 한 개 동에 25가구에서 30가구가 있는데 이를 담당하는 직원이 2명인데 반해 남쪽은 많게는 한 명이 700가구를 담당하게 되니 하는 일도 틀리겠죠?

김경옥: 남한 보건소는 지역 전체 주민의 예방적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해주는 겁니다. 미리 나가서 교육도 하고요.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노인이 증가하는데 이런 분들의 고혈압, 당뇨 등과 관련 매주 한 번씩 보건소 교육실에 모여 정보도 주고 영양교실에서는 우리 몸에 좋은 5가지 과일도 챙겨서 그분들과 먹으면서 알려주는 겁니다. 일반 병원이 아니고 예방을 기본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북한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도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업무를 보면서 접하게 되는 전화통화가 그것입니다.

김경옥: 내가 너무 황당했던 것이 북한에는 아무리 공공기관이라도 내 책상에 있는 전화만 받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전화벨이 울리면 아무나 바로 받아야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주인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여긴 공공기관에서는 전화를 당겨서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화를 받아서 상황을 말해주고 전할 말을 받아놓는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북한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공공기관에 걸려오는 전화이니만큼 사적인 전화가 아니고 대부분 어떤 사안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전화이기 때문에 바로 답변을 줘야한다는 겁니다. 남한에서는 아주 자연스런 일이지만 김 씨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하면서 쓰게 되는 물자에 대해서도 그 풍족함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김경옥: 진짜 와서 보니까 놀라운 일이 많죠. 일회용 주사기를 가지고도 학생 50명이 다 맞았는데 여기는 한 명당 하나씩 쓰고 다 버리고...

김 씨가 하는 일에 대해 즉 보건소 업무에 관해 좀 더 들어보죠.

김경옥: 저희는 방문 보건과라고 하는데 저소득 층 특히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자 가정을 방문해서 가족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겁니다. 고혈압, 당뇨, 콜레스트롤, 안과 등 각종 질병에 대해 검사해주고 기록해 주고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겁니다. 간호사는 24명인데 1,400가구 정도 됩니다. 24명이 분담해서 방문하고 교육하고 있는 겁니다.

아프거나 용무가 있는 사람이 직접 보건소를 방문하면 되는데 각 가정을 방문해서 건강관리를 해준다는 말이 좀 생소하게 들리시죠.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김경옥: 거동이 불편한 분도 있고 요즘은 치매 환자가 많습니다. 이런 분이 교통이용에 불편도 있고 하니까 저희가 방문해서 돌봐주는 겁니다.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겠죠.

기자: 24명이 1,400가구 주민을 방문하는 겁니까?

김경옥: 9시에 나갔다가 2시에 들어오는데 한 가구당 30분에서 1 시간 봐주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겁니다. 와서는 방문한 대상에 대해 기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서 질병이나 전염병에 대해선 전문 치료를 해주는 겁니다.

기자: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간호사분들이 힘드시겠어요.

김경옥: 우리 선생님들도 보면 신랑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선생님들은 대게 아이들 키우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봉사적인 차원에서 나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 내 몸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으면 그 길을 택한다 이런 마음이죠. 저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서 돈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일하는 공간은 너무 좋습니다.

기자: 보건소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신 겁니까?

김경옥: 남한에서 살자면 컴퓨터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컴퓨터 자격증을 땄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보건소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즐겁게 일하는 김 씨는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손 놓고 쉬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가상 공간을 이용해 공부를 합니다. 남한에서는 사이버 대학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고 하는 겁니다. 내년이면 졸업반인데요.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옥: 저는 5년 동안 돈을 벌고 이후에는 실버타운을 운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것은 다 버리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지금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은 거동이 불편한 분들만 대상하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독거노인도 와서 친구도 만들고 즐기면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지금 준비 하고 있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탈북여성 김경옥(가명)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