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보다 값진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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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는 세계정세를 알기 위해 또 북한 당국에서 전하지 않는 내부의 소식을 듣기 위해 많은 분들이 방송을 듣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RFA에서 전하는 라디오 방송을 10년간 듣고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주경배 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주경배 씨는 1997년경부터 그가 탈북한 2008년까지 쭉 라디오 방송을 듣던 RFA 애청자였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송출하는 단파 방송을 듣기 시작한 것은 친구에게 중국산 신바우 카세트식 라디오를 사면서 시작됩니다.

기자: 친구에게 돈을 주고 라디오를 구입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줬습니까?

주경배: 그때 돈으로 8,100원이었습니다. 옥수수 한 킬로가 북한돈으로 35원할 때였습니다. 그러니까 8,100원이면 옥수수가 몇 킬로야? 거의 가족이 1년 먹을 식량을 주고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여기 와서 그때 방송 들을 때 심정이 어땠는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방송을 귀로 들은 것이 아니라 정말 온 몸으로 먹었다고 말합니다. 제일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세상에 젤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갈급하니까 정말 어두운 곳에 빛이 한줄기 들어오면 그것을 온 몸으로 탐하는 것처럼 그저 온 몸이 귀가 돼서 들었습니다. 두려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힘들게 노동일을 하고 식량부족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굶주린 상태에서 자정까지 있다가 방송을 듣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이런 말이 있는데 어떻게 밤 방송시간까지 기다리셨어요?

주경배: 여기 와 보니까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물론 배고픔에 경쟁하고 싸움을 하고 육체를 혹사하고 먹고 살기 위해 움집입니다. 또 낮에는 출근 안하면 통제를 하기 때문에 자기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당과 수령과 조국을 위해 일합니다. 그게 정말 고단합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떡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고 또 새 소식 들을 수 있구나 오늘밤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오직 그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제 삶은 먹자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갈급함을 채우려고 밤 시간을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그때 아마 11시부터 한 것 같은데 한 시간인가 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을 기다렸다가는 한 시간을 꽉 채우고는 겨우 쪽잠을 잤습니다. 그래도 힘든 것을 몰랐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진짜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재방송을 했는데 사람들이 출퇴근하느라고 바쁘고 그리고 감시하는 사람들도 밤에 다니면서 라디오 듣는 것을 감시한다고 해도 그 시간은 밤 세운 자들이 다 철수하고 출퇴근 하니까 복잡해서 그 시간에는 라디오를 듣는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저는 그 시간에 들었습니다. 재방송에 약간 새 소식을 보텐 것 같은데 아침에는 꼭 다시 들었습니다.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솝우화도 있는데 자신이 아는 소식을 주변에 전하고 싶은 본능을 어떻게 해소 하셨어요?

주경배: 전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고 그럴 땐 두려움이란 것이 없었구나 하는데 집사람은 라디오를 듣다 잡혀가면 어쩌나 아이가 세 명인데 하면서 근심하면서도 제가 들으면 또 밤에 같이 듣거든요. 그리고 새 소식을 들으면 흥분해서 말 안 하면 못 견디겠더라고요. 나가면 믿을만한 친구들 모여 앉거나 조용한 작업장에 가면 전하고 자꾸 나누고 싶고 해서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좀 더 대담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말하면 상대방 반응하고 대답에서 나만 듣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이것을 느꼈거든요. 반응을 하거든요. 도시에 가면 그 라디오를 듣고 정세를 아는 사람들이 하는 대로 장마당 물가도 변하거든요. 비료를 지원하면 비료 값이 떨어지고 식량지원을 봉쇄한다고 하면 곡물 값이 올라가고 이런 것을 보면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많구나. 왜냐면 소통이 되거든요. 그래서 대담해진 것 같습니다. 여기도 3만 명 되는 탈북자 안에서도 특히 RFA 들은 사람이 많거든요. 그러니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듣겠습니까? 느끼거든요.

기자: 처음부터 부인하고 같이 방송을 듣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주경배: 처음에는 같이 듣지 않고 태진아 신곡 베스트라는 테이프를 내가 중국에서 구해온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을 틀어놓고 한국 노래를 가족하고 가만히 들었어요. 그러다가 한국방송 KBS에서 황우석 박사에 대해 쓴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연재 드라마를 들었는데 집사람이 심취해서 듣게 됐어요. 내가 듣기 시작한 지 3달 뒤쯤 됐을까요? 처는 바쁘니까 듣지 못했는데 듣기 시작하니까 빠졌어요. 우리 식구는 온 식구가 밤이 되면 라디오 앞에 마주 앉아서 들었어요.

기자: 북한 당국은 외부 라디오 방송을 못 듣게 하고 처벌하고 하는데 지금도 많은 분들이 방송을 듣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북에 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내용은 뭣이었는지 정리를 해주실까요?

주경배: 저는 북한 식량문제로 사람이 많이 굶어 죽는다는 통계가 나오고 하는데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희 탈북자들은 북한에 가족하고 다 연락하고 지내는데 지금 북한에 장마당 식량 값이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식량의 질은 낮을 수 있으나 사람들이 다 시장 통해 구입하고 소토지를 통해 농사짓고 어떻게든 먹고 삽니다. 그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갈급한 것은 바깥세상의 새로운 소식 자유에 대한 진실 이것을 알려주는 것이 목숨보다 더 귀합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실상을 알려주고 우리의 입장을 알려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FA가 내가 보건데 어떤 선동을 안 하는 방송입니다. 진실 그대로 이야기 하거든요. 그리고 RFA가 북한 안에 정세를 북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정말 여기선 배고픈 근심이 없고 여기선 듣고 말하는 자유가 있으니까 전해줘야 합니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그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이것이 인권을 도모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들에게 희망이 생기고 꿈이 생기고 행동의 방향이 정해지거든요. 저는 진짜 제 울음으로 세상을 울릴 수만 있다면 정말 애원하고 싶습니다. 진실을 들려줘야 한다고요.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북한안의 실상을 더 적나라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북한사람들이 제가 있을 때보다 내가 연결해서 들어보면 내가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듣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이 쪽배에 목숨을 걸고 조업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배가 뒤집어지고 조난당해서 일본에 배가 표류해가고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목숨 걸고 나가는 사람들이 라디오를 공개적으로 가지고 나갑니다. 북한 당국에서 하는 날씨가 안 맞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 알려주는 날씨를 듣거든요. 살기 위해서라도 라디오를 듣습니다. 배타는 사람은 라디오를 크게 통제를 안 합니다. 일반사람들도 라디오를 들어야 정세를 판단하니까 북한에서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보편화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방송을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이것이 아니라 북한사람들은 생사존망을 걸고 라디오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제2의 고향 탈북 방송인 주경배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