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의 청와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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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 수가 2만 5천여 명이 되고 이들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탈북자 중에는 남한에 가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소감문을 발표한 물망초 인권연구소 이혜경 간사의 청와대 방문 소감을 전해드립니다.

탈북여성 이혜경 씨는 북한에 약제사로 12년을 일한 인텔리입니다. 남한 생활은 만 10년이 됐는데요. 현재는 북한주민과 탈북자의 인권개선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단체 간사로 있습니다.

이 씨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통일정책 추진과 남북관계 개선 방향을 건의 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기도 합니다. 이혜경 씨는 최근 남한 대통령의 직무실이 있는 청와대에서 간부 위원 80명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 참석합니다. 탈북자는 이 씨가 유일했는데요.

이혜경: 그때 6월20일 청와대에 300명의 상임위원이 초대돼서 갔습니다. 간부위원 80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기자: 소감 발표는 어떤 것이었나요?

이혜경: 3명이 소감발표를 했는데 제가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1인당 3-4분을 말하는데 A4용지 한 면 분량이었죠. 첫 번째 발표자였는데 일어나서 상임위원 이혜경입니다 하는데 모든 사람이 저를 보는 겁니다. 대통령님이 하얀 옷을 입었고 남자들은 전부 검은색 정장을 입었는데 300여명이 일제히 나를 보니까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통령 앞에서 소감문을 발표하며 탈북해서 그간 남쪽에서의 생활이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스쳐지나 감을 느낀 겁니다.

이혜경: 내 소개를 하고 나서는 울음이 울컥 나와서 말을 이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사람들은 더 나를 처다 보고 있지 해서 진정을 하고 10년 전 탈북해 남한에 왔다. 70세 어머니와 9살, 5살 아이를 데려온 여성 가장이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남조선은 약육강식이고 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남조선에서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그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열심히 일했더니 남한에서는 결코 굶어 죽을 일이 없는 곳이더라 그랬더니 모두 막 박수를 치는 겁니다. 제가 얘기 할 때 박수가 3번이나 나왔어요.

기자: 탈북자로서 자기 얘기를 한 거네요.

이혜경: 네, 내 얘기 한 거죠.

기자: 청와대 갈 때 그쪽에서 주의준 것은 없었나요?

이혜경: 그냥 정장 차림하고 오라고 전날 메일이 왔어요.

이혜경: 정장도 전날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는데 며칠이 걸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탈북자인데 낼 청와대 가는데 어떻게 안 되겠는가 하니까 퀵 서비스로 보내줬어요. 그리고 머리도 미장원에 갔는데 예약을 하는 곳이었는데 사정 얘기를 하고 밤 10시에 머릴 할 수 있었어요.

임명장 수여식이 끝나고 자릴 옮겨 다과를 하는 것까지 대략 2시간. 행사가 끝나고 나올 때는 기념품도 받았습니다.

이혜경: 선물이 커피잔 세트입니다. 대통령 상징인 봉황 두 마리가 문양 된 흰색 잔입니다.

기자: 대통령을 만나 본 소감은

이혜경: 북한식으로 말하면 가문의 영광이고 혼자 간직하기 너무 벅찬데요. 제가 3번 박수를 받았던 얘기를 해드릴께요. 남한에선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 하니까 상임위원 모두 공감을 해서 박수를 받았고 둘째는 내가 탈북할 때는 잡히면 죽자고 양주머니에 쥐약을 넣고 왔는데 여기 와보니 너무 풍요롭고 자유가 있어서 좋더라. 그래서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분초를 아껴 공부를 하니 그렇게 어렵다는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박사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박수를 또 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오직 한국이어서 가능했고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한다 했더니 와 또 박수를 치는 겁니다.

기자: 남한생활 10년 만에 대학졸업에 박사까지 됐고 대통령도 만났는데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가면 다 잘살 수 있다고만 알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실텐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혜경: 지금 북한도 많이 달라졌어요. 식량난으로 국가창고가 비었기 때문에 내 창고가 비면 나는 죽는다. 그러니까 내 창고부터 채워야 한다. 예전에는 당과 수령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자세를 유지한다면 남한에 와서도 얼마든지 낙오하지 않고 잘 살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서로 체제가 달라 힘든 점은 없을까요?

이혜경: 물론 힘든 점도 있을 겁니다. 지금 보이는 행복이 눈물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주가 아름다운 이유가 부단한 마찰과 쓸림 속에서 진주가 탄생해서 아름다운 거죠. 그런 것처럼 우리가 진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겨내야 하는 겁니다. 견디고 참는 자만이 목표점을 정하고 앞만 보고 계속 보고 달려갈 때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혜경 씨는 북한에서의 직업인 약사로 편안한 길을 갈 수 있지만 탈북자로서 자신이 할 일을 따로 있다며 소신껏 살겠다고 했습니다.

이혜경: 2만5천 탈북자들의 성공과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 할 겁니다. 제가 계획한 것 지금껏 못 이룬 것이 없잖아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울 겁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최근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를 다녀 온 탈북여성 이혜경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