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평소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조상을 생각하며 예를 올리는 추석. 남쪽에 사는 탈북자들은 자신이 부모님 산소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북에 있는 친지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한정착 탈북자들의 명절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민족의 명절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분단의 긴 세월만큼이나 변했습니다. 남한 생활 2년이 되는 이봉순(가명) 씨입니다.
기자: 남한에서의 추석과 북한에서의 추석이 많이 틀립니까?
이봉순: 많이 틀리죠. 여기는 금초도 추석 전에 미리하고 추석엔 집에서 차례지내고 산소에 가는 집은 가고 안가는 집은 안가고 그렇게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선 추석 전에 돈을 모아서 제사 준비를 하고 다 음식을 만들어서 새벽부터 차가 없으니까 산으로 이고 지고 걸어가는 겁니다. 산에 가서 금초를 하고 조상 제사를 그날 하루에 다 지내는 겁니다.
기자: 청취자 여러분은 남쪽의 추석에 대해 궁금해 하실 텐데요. 남쪽의 추석분위기를 설명하자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봉순: 우선 여기 남쪽은 한마디로 여유만만하고 마음도 편안하다고 말할 수 있고 북한에선 평상시에는 못 먹던 음식을 만들자면 더 노력 하고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여기선 매일 그렇게 잘 먹는데 북한에선 명절 아니면 평소엔 못 먹는 음식이 많거든요.
북한은 제사를 지내는 날이 추석이고 남한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 모여 조상을 생각하는 차례도 지내지만 실제는 바쁜 생활 탓에 전화연락만 하다가 얼굴을 볼 수 있는 작은 잔치 분위기 즉 명절 분위기가 난다고 이 씨는 말합니다. 이 씨는 이번 추석에도 북한에 돈을 보내려고 합니다.
이봉순: 오늘도 북한에서 전화가 오기로 했어요. 추석을 맞아서 힘들게 사니까 아버지 묘소를 잘 모셔 달라고 오빠에게 돈을 보내주기로 한 날이거든요. 이제 국제전화가 와서 저는 그쪽에서 온 줄 알았어요.
남한생활 5년차가 되는 주경배 씨도 돌아가신 부모님은 물론 친척과 가까운 친구들까지 모두 챙겨 이번에도 북한에 송금을 했습니다.
주경배: 탈북자들이 여기 와서 추석을 어떻게 지내는가도 중요하지만 탈북자들은 추석이나 한식, 설 명절이면 고향에 많이 연계해서 돈도 도와주고 그럽니다. 추석 이전부터 저도 그런 부탁들 많이 들어줬는데 북한을 연계해서 돈을 보내고 추석에 산에 가게끔 도와줍니다. 조상에 대한 집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지 않습니까? 추석 때 돈을 많이 보냅니다.
올해는 특히 주 씨에게 송금을 부탁하는 친구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주경배: 대단합니다. 저도 부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는 통일 됐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 2만6천 명 시대인데 저도 이번에 집에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 돌보라고 형한테 돈 내보내고 친구들 만나가지고 친구들 산소 가는데 추석 맞으라고 돈 보내고 사촌 매부 이번에 사망했는데 내가 고향 떠날 때 인사를 하고 떠났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단 말입니다. 이번에 매부님 산소 갈 때 시장가서 좋은 술 한 병 사고 고운 빵 몇 개 사서 인사 전해주라고 했는데 저도 북한에 돈 보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단 말입니다.
탈북자들이 급증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명절이면 고향땅이 보이는 임진각 통일 전망대에 가서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아쉬움만을 달래다 돌아오는 일이 많았지만 이젠 명절 때가 되면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라고 이렇게 북한으로 송금하는 탈북자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명절이라고 해서 모두가 북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한없이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의 이정심 씨입니다.
이정심: 추석하면 그냥 쉬니까 좋다 이정도?
이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탈북해 가족이 없는 탈북자들 보다는 외로움을 덜 느끼는지 모릅니다.
이정심: 북에 있을 때보다 추석이 기다려지고 그러진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은 가족끼리, 친척끼리 모여 얘기 하고 하는 것이 전화와 인터넷이 있고 해서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지 만나면 특별히 반갑고 그렇진 안은 것 같아요. 북에서는 서로 오랜 만에 만나 못 나눴던 얘기를 명절에 나누니까 나눔의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이번 남쪽의 추석 명절은 수요일부터 시작해 일요일까지 5일입니다. 긴 연휴인데요. 쉬기보다는 밀린 일을 해야 한다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 일을 하고 있는 이혜경 씨입니다.
이혜경: 어쩌다 휴식이 황금이죠. 놀고 즐기느라 그런 것이 아니고 제 개인 시간을 쓸 수 있으니 황금휴식이죠. 이번 연휴가 길다고 하는데 저는 긴 것 같지도 않고 개인 연구과제 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요.
기자: 추석이라고 음식 준비는 안하시고요
이혜경: 음식준비는 북한이라면 일 년 내내 소금독에 넣어뒀던 돼지고기 종지 꺼내 차리고 하겠는데 여기선 특별한 준비 안 해도 음식이 되니까 그런 근심은 없거든요. 하루 그냥 나가서 시장 보면 되니까.
우리 방송에서 '건강하게 삽시다'에서 상담을 해주고 있는 탈북 동의사 강유 선생님은 남한생활이 11년이 되는데 처음에는 왠지 낯설게 느껴졌던 남쪽의 명절이 이젠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것은 선조들의 묘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명절에는 과음과식을 조심해야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습니다.
강유: 이제 북한도 추석 명절을 쇠는데 그러면 산소 가서 과음을 합니다. 묘지 앞에 가서는 억울한 사정도 많고 말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고 하니까 술을 먹고 그냥 쓰러져 자서 감기도 걸리고 음식을 과하게 먹어서 급체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잘 먹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가 대체로 아이들이 과식을 하고 급체를 하는데 그러면 토할 것은 다 토하게 하고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서 소화가 되게 하고 토물이 기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잔등을 두드려줘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자들의 남쪽에서 보내는 추석명절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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