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고향] 메이크업 디자이너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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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혼자 무인도에서 산다면 모를까 남들 앞에 서면 번듯하고 남보다 좀 더 자신이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특히 여성은 예뻐 보이기 위해 외형을 고치는 성형수술까지 하는 분도 있습니다. 오늘은 남한의 대학에서 화장하는 기술을 공부하는 탈북여성 이은영(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은영: 자기 만족감이 큽니다. 남을 이쁘게 해주면 뿌듯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예뻐졌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경북도 사리원이 고향인 올해 28살의 이은영 씨는 남한 생활이 5년째입니다. 그리고 대학생입니다.

이은영: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고등학교도 못 다니고 해서 남한에서 중학교부터 검정고시를 봤고 지금은 대학생입니다. 전공은 뷰티 디자인입니다. 메이컵, 네일아트, 피부미용으로 나눠지는데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이란 대부분 여자들이 화장을 하지만 저희는 더 자세하게 공부를 해서 매일 화장을 하는 연예인, 아나운서 화장을 해주는 겁니다. 일반인은 이쁘게 못하니까 이런 가게 와서 화장을 하고 가는 그런 문화가 남한에는 있습니다.

남한에는 뷰티샵이란 가게가 있습니다. 이곳에선 머리 손질부터 화장까지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인데 이은영 씨는 뷰티샵에서 일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아니 화장 하는 것도 대학에서 가르치나’ 라고 하실 텐데요. 남한에서도 피부미용 전문학원이나 2년제 전문대학에서 연극이나 영화 등 특수분야 분장 기술은 가르쳤지만 이렇게 4년제 대학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화장 기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겠죠.

이은영: 기초부터 시작해서 색깔도 배워야 하잖아요. 세부적으로 색조, 디자인도 들어가고 하니까 4년제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적성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밝은색, 화려한 색을 보면 좋았는데 남한에서 화장법을 공부하는 학과가 있어 배우게 됐습니다.

남한 여성들의 화장 기술은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와 비교해 봐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요즘 남한 여성들 보면 너무 예끈데요. 남한에는 여성 연예인이 곡 한 번 출연해 보고 싶어 하는 광고가 바로 화장품 광고라는 말도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대장금’이란 연속극을 통해 아시는 이영애 씨가 출연한 화장품 광고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이영애: 남들 하는 것 해볼 것은 다 해봤다....

북한에 있을 때는 물크림이나 크림 정도만 발랐다는 이은영 씨 지금은 매일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수가 최소 3가지 이상은 됩니다. 그것도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 것이 틀리다고 하는데요.

이은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일반 화장과는 기술 쪽으로 많이 틀립니다. 붓 사용, 색깔 내는 기술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화장을 안했을 때와 했을 때가 너무 틀리니까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지금은 남자도 화장하는 분이 많잖아요? 회사원도 비비크림 정도는 바르고 다니니까요. 비비크림이란 피부에 발랐을 때 피부가 촉촉하면서 화사해지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물크림 입니다.

북한 여성들은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 그 추세를 알기 위해 여기서 잠시 남한 정착이 3년 정도 되는 또 다른 탈북여성 박미화(가명) 씨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박미화: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서는 화장을 이제 연하게 하는 줄 알았는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입술도 벌겋게 하고 눈에도 연묵(마스카라)을 하고 했는데 나중에는 연하게 화장을 하더라고요.

박미화 씨 말처럼 북한여성도 남한 드라마를 보고 화장을 따라하고 하는데 하지만 남한에서 쓰는 화장품의 종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장품 선택의 폭도 좁았고 없는 상품도 많았다고 합니다.

박미화: 클렌징이요, 화장하고 씻을 때 쓰잖아요. 그런데 북한에는 그것이 없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장마당에 나갔는데 일본 클렌징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쓰는 것인지 물어보니까 파는 사람조차도 모르는 겁니다. 같이 나갔던 어머니가 일본에서 사셨던 분이었으니까 글을 보고는 세수할 때 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는데 한국에는 클렌징도 알레에로 만든 것 쌀뜬물로 만든 것 등 다양하잖아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여름 행사가 많습니다. 특히 평양에서는 4.15 행사, 2.16일, 9.9절 행사가 많아서 자외선 차단제를 써야 하는데 북한에는 없거든요.

어떠십니까?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 전부 공감하시죠? 사람들의 요구가 많아지고 직업이 다양화 되다 보니 남한에는 더 예쁘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 학과도 있고 탈북여성도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은영 씨에게 학교에서 쓰는 화장품은 어떻게 구입하는지 이모저모 들어봅니다.

이은영: 재료는 저희가 구입해야 합니다. 학교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세트가 있는데 그런 것을 구입하는 겁니다. 여자에 피부에 바르는 파운데이션부터 해서 립스틱, 아이샤도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격은 한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했습니다. 화장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많이 사용을 안 하니까 잘만 보관하면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제가 한 2년 썼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은영 씨는 앞으로 3년 정도만 있으면 화장하는데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서 그때가 되면 월수입도 한 달에 300백만 원 미화로 하면 3천 달러 정도는 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예쁘게 자신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겠죠?

이은영: 최고로 행복한 것은 제가 할 수 있다는 것, 여기는 기회가 있잖아요. 북한에선 없었는데 여기 와서는 기회가 많으니까 참 행복합니다. 또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사는데 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저는 북한에선 사랑을 받고 산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사는 것이 쪼들리다 보니까 사랑을 받을 수 없었는데 여기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여유롭고 하니까 많이 나눌 수 있고 ...여자는 사랑을 받고 사는 것이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에서 화장하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이은영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사이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