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소위 말하는 탈북자 즉 북한 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남한으로 가서 정착하는 데는 너무도 많은 나름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자유를 찾아 탈북을 결심했다는 겁니다. 현재 남한의 극동방송에서 대북 라디오방송 진행자로 일하는 탈북자 주경배 씨는 잠은 자지 않더라도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되는 외부 소식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북한주민 출신이 고백하는 대북 라디오방송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주경배: 라디오를 들으면서 외부 세계를 알고 그 사회의 진 모습을 보려고 애썼고 그러는 과정에 내가 여기 포로 되어서는 안 되겠다. 뛰쳐나가야겠다.
2000년 말에 탈북해 남한에 사는 주경배 씨가 북한에서 태어나 40년을 넘게 같은 말만 반복해서 듣다가 북한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듣던 방송. 차츰 주 씨의 생각을 바꾸게 됐고 자신의 생각을 결국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 가서야 북한에서 방송을 들으며 왜 그렇게 자신이 혼란스러워했는지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주경배: 북한식으로 말하면 외부 자본주의 물을 먹고 수정주의 날라리 풍에 물들었다고 평가 하는데 내가 여기 와 보니까 내 머리 상태는 오히려 진리,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그리워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거기 있을 때는 그런 규정적인 단어를 생활화 하지 못했지만 여기 와서 자기 정체성을 아니까 아, 진리가 그리웠구나. 자유가 진정으로 그리웠구나. 참 민주주의가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 세계에서 북한으로 전하는 라디오 방송은 현재 미국과 남한에서 한국말로 단파와 중파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북한 사람도 모르는 북한 내부의 소식, 전문가들의 논평 그리고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고향사람들의 행방은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주경배 씨는 말합니다.
주경배: 우선 제가 탈북을 결심했으니까 탈북자 문제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탈북자 소리, 탈북자 소식에 대해 많이 알려고 했고 그 다음 해당 사회의 발전 모습이라든가 진행 상황, 객관적 평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 우리 북한 조국에 대한 외부세계의 평가에 대단히 호기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앉아서 체험하고 하니까 남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실 우리가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비췰까? 우리가 어떤 곳에서 살고 있을까? 그래서 그런데 많이 관심을 뒀습니다. 제가 거기 있을 때 제일 애청한 방송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입니다. 제가 들을 때 마지막 방송은 밤늦게 하고 아침에 다시 재방송 했습니다. 그때 서두에 짧은 뉴스가 있었는데 뉴스가 끝난 다음 RFA 이진서입니다 하던 기억이 지금 생생하고 RFA, VOA, KBS 한민족방송(전 사회교육방송) 그리고 새벽에는 극동방송을 듣고 마음을 잡을 수가 있었죠.
20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방송을 쭉 들었다는 주 씨는 우연히 잡힌 주파수를 한곳에 고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듣다보니 어떤 방송이 잡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시간대까지 파악할 정도가 됐다고 했습니다.
주경배: 지금 돌이켜 보면 RFA는 북한에서 듣건 데 한반도 남북한 정세를 가장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정확하게 전해주는 방송이었습니다. 그래서 RFA에서 탈북자 소식이나 남북한 정세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됐고 항상 그 시간만큼은 기다렸습니다. 첫 순서로 RFA를 듣고 미국의 소리방송 VOA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데 그 당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미국의 정책적인 대북입장, 남한에 대한 입장을 전해주더군요. 그 다음 KBS방송은 한국 정부의 대북관점, 대북정책을 전해줬고 그리고 말이 통하고 노래가 통하고 해서 뉴스를 첫째 듣고 세월 따라 노래 따라 등을 들었습니다. 이런 라디오 방송을 밤새 듣고는 새벽녘에는 극동방송에서 하는 새벽을 깨우며 라든가 찬양을 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악속에서 살았잖아요. 그래서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 피로를 풀곤 했습니다.
기자는 주경배 씨와의 길지 않은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 매일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가면서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는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전화 통화 내용 들어보시죠.
기자: 방송은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 하게 되는데 방송을 듣자면 낮에 힘들지 않았습니까?
주경배: 그 문제는 낮에 힘들었습니다. 진짜 먹고 살기 힘들었습니다. 규율 생활까지 하니까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 와서 사람한테 영이 있고 혼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강제로 하는 일하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다릅니다. 빛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강렬한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낮에 힘들었지만 밤에는 그 빛에 감겨서 정신없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표현을 한다면 그때는 방송을 들었던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먹었어요. 흡수했어요. 어두운 속이니까 빛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밤새 듣고 ...사람이 자지 않고 견딘다는 것이 아무 생각 없이 하자면 힘듭니다. 그렇지만 그 빛 속에 감겨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는 낮에 일하고 밤에는 정신 집중해서 밖에 누구 오지 않을까 긴장했던 정신적 피로 때문에 사상적이나 경향성 노래가 아니라 오직 사랑을 노래하는 극동방송의 찬양 속에서 하루 피곤을 풀곤 했습니다.
기자: 라디오 방송의 음질 상태는 어땠나요?
주경배: 북한에서 대체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구식 중국산 카세트 라디오를 개조해 듣는 사람이 많습니다. 좋기는 반도체 라디오가 제일 좋습니다. 주파수가 잘 들리는 것이 극동방송, VOA 그 다음 RFA입니다. RFA가 잘 들리긴 한데 음질이 조금 제가 있을 때는 음질이 불안했습니다. 음질이 개선 됐으면 좋겠고 시간대는 아주 좋았습니다. 밤에 방송을 놓쳤을 때는 아침에 재방송이 이뤄지니까 그때 다시 듣곤 했습니다. 어쨌든 첫째는 기계가 들어가야 하고 두 번째는 음질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 온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RFA 들었다는 사람 많습니다.
기자: 오랜 기간 방송을 듣다보면 방송을 더 잘 듣기 위한 자기만의 비법이 있을 텐데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자신이 북한에서 했던 방법을 공개해 줄 수 있습니까.
주경배: 제 경험은 우선 흐린 날은 잘 들립니다. 그리고 맑게 갠 날은 잡음이 많았는데 저는 안테나를 돌리다 또 불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일 음질이 안 들릴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전기선 한 쪽에 안테나를 연결하는 겁니다. 그러면 잘 들렸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전기선이 멀리까지 연결이 돼있으니까 그것을 안테나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기선 아무 쪽이나 한선에 연결하니까 긴장할 때 중요한 소식 나올 때는 가려들을 수 있었고 두 번째는 텔레비전 안테나선을 분리해 그것에 연결해도 좋았고 때에 따라서는 안테나를 입에 물어도 잘 들립니다.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흡수했다는, 먹었다고까지 말하는 주경배 씨. 남한에서 옛날 생각을 하면서 이런 일도 해봤다고 하는데요.
주경배: 사실 여기 와서 북에 있을 때처럼 해보자고 칸을 막고 불을 다 끄고 아이들하고 누워 라디오를 틀어놨는데 듣자고 하니까 한 20분 지나니까 잠이 옵니다. 그때 정말 빛이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불과 남한에서의 생활은 몇 년 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살면서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은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행복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이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권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주경배: 물론 굶으면 살지 못하겠지만 우선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마음속에 참 자유가 있고 그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야만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 와서 밥 먹으면서, 잠자리에 누우면서도 구속이 없어 좋습니다. 누가 나를 오라 가라 하지 않고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고, 말하고 싶어서 말하고 하는 이런 것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제가 여기 와서 제일 고맙고 행복한 것이 자유입니다. 사람은 참 자유가 있어야 행복하다.
매일 해가 뜨고 하루 일과를 시작해서 해가 떨어지는 저녁이면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맞이할 새로운 날을 위해 기약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더 행복하고 좋은 날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주경배: 우리 탈북자 2만 2천 명 지금 누구한테든 어제 무슨 꿈을 꿨나 물어보면 다 북한에 있던 꿈을 꿨다고 합니다. 정치, 사회 흐름이야 어떻게 가든 사람들이 자기 고향,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천국에 가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기가 천국인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혈육에 대한 정을 나누지 못해 그렇지 정말 인간으로 살 곳은 여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극동방송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주경배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