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아픔은 사람들과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주변 사람들과 뭔가를 나눌 때 그 가치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남한 생활이 8년이 되는 탈북여성 황은선 씨는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통해 행복한 자신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청진이 고향인 40대 초반 황은선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기자: 8년 동안 남한 생활 계획한데로 잘 이뤄졌나요?
황은선: 처음에는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주변의 시선 때문에 부담스럽고 또 외로움도 많이 탔는데 지금은 여기를 잘 왔다. 그리고 나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기자: 남한에서 초기 힘들었던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황은선: 힘들었을 때는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약을 먹고 했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 줬습니다.
기자: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황은선: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남이 뭐라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남만큼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도 타고 있습니다.
기자: 인생에 굴곡이 많은데 지금은 대학도 다니고 하는데 생활의 변화를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황은선: 아이의 영향이 큽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제가 등하교를 시켜주는데 제가 학교 앞에 가면 다른 학부모하고 어울리지 않고 혼자 서있고 아이만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이도 다른 학생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러면 아이가 적응을 못하겠구나 생각해서 아이하고 친한 친구 엄마를 집으로 초대해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면서 의사소통이 된 겁니다. 나중에 친구 엄마들이 내게 하는 말이 내가 말을 안 하니까 자기들도 다가서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느낀 것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남한 생활 적응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었죠.
기자: 남한 생활 앞으로 계획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황은선: 한국에 올 때는 빈손에 왔거든요. 그래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 남한 생활이 8년이 되니까 이제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베풀고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회복지과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황은선: 제 성격이나 적성에도 맞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도 뭔가 그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봉사도 나가고 작지만 기부도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하게 됐습니다.
기자: 봉사라는 것이 북한에서의 개념과는 다를 것 같은데 복지관에서 하는 봉사는 어떤 것입니까?
황은선: 어린이 방과 후 학습지도나 어이들 간식을 해주고 방과 후 안전귀가 캠페인도 하고 또 노인 복지관에 가서 어르신 안마도 해주고 식사도 챙겨줍니다.
기자: 캠페인이 북한에선 깜빠니아 라고 하는 것인데 어떤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나요.
황은선: 봉사라는 것은 누가 시켜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뭘 하든 즐거움을 느낄 수 없으면 못하거든요. 봉사를 나가면 어르신을 만나든 어린이를 만나든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너무 즐겁습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몸이 힘들어서 오늘은 정말 나갈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들어도 일단 나가면 행복하고 참 잘나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자: 자기 시간을 쪼개서 무보수로 하는 봉사가 즐거운 이유는 뭘까요?
황은선: 나이가 있지만 학교도 가고 봉사하는 것을 보고 같은 탈북자들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봉사하는 순간만큼은 제가 북한에서 왔고 탈북자란 생각이 안 듭니다. 치매 노인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희가 손도 잡아주고 하면 자기 자식이 온 것처럼 반겨주고 너무 좋아하시거든요. 그러면 고향에 온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기자: 갑자기 노인들 봉사 얘기가 나왔을 때 고향생각이 나서 울컥 하셨는데 고향에 계신 분들에게 안부를 전하자면 무슨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황은선: 가족이 언니가 한명 있는데 나는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고 나중에 저희 대에 통일이 되는 날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통일되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 생활이 8년이 되는 황은선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사이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