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드라마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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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를 보고는 멋진 세상을 동경했다는 탈북여성이 있습니다. 이제 남한생활 6년째가 되는 탈북대학생 김수지(가명) 씨입니다.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김 씨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서 값진 인생을 살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김 씨의 이야기 전합니다.

김수지: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탈북 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김수지 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김수지 씨는 올해 24살입니다. 북한에서는 18살에 탈북합니다.

김수지: 저는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왔습니다. 다른 것은 기억이 나는데 영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지금도 제일 어려운 것이 영어입니다. 대안학교 다니면서 배울 때 기억이 나더라고요. 용어는 좀 다르지만 공식은 같으니까요. 그런데 영어는 북한에서 열심히 안했었기에 기초부터 배우려니 제일 어려웠어요.

남한에 가서는 바로 대학진학이 안되니 남한의 교과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대안학교를 1년 정도 다니다가 대학진학을 합니다. 탈북은 이미 남한에 가있던 친척이 브로커를 보내 가능했는데요. 남한을 동경하던 김 씨에게는 망설임 없이 바로 브로커를 따라 나서게 됩니다.

김수지: 한국을 알게 됐던 것이 북한에서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드라마 속의 모습이었어요. 한국에 올 때도 환상이 컸죠. 그런데 오니까 현실이 다르더라고요. 경쟁사회고 치열하고 돈이 없으면 못사는 그런 세상이었던 거죠. 북한에서는 남한에 가면 돈도 막 저절로 생기고 잘 먹고, 잘사는 그런 상상을 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을 매일 듣는 청취자 여러분은 잘 아시겠지만 몰래 보던 남한 드리마나 영화는 씨디알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끼리는 돌려 보는 일이 많죠. 그런 드라마에 나오는 세상은 화려하고 멋진 세상 그 차체입니다.

김수지: 북한에서 유명했던 드라마가 천국의 계단이나 가을동화가 인기였어요. 그것을 보면서 회장님도 많이 나오고 집도 으리으리하고 해서 한국 가면 저런 곳에서 살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현실은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는데 북한에서 살던 집보다 못했던 거예요. 내가 생각했던 한국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한 회사의 회장이나 사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고 세월이 걸렸는지는 무시하고 사장이 되고 난 후의 모습만 보고는 자신도 남한에 가면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현실에서 알게 됩니다.

김수지: 처음에 제일 걸림돌은 말투였어요. 저는 나름대로 흉내를 낸다고 하는데 몸에 밴 말투가 있어서 오해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어서 오세요. 얼마입니다. 하면 교포에요? 어디서 오셨어요? 이런 질문을 해서 놀랐어요. 말투라는 것이 쉽게 고쳐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동안 힘들었어요.

함경도 사투리가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언젠가 들통이 났을 때는 상대방에게 배신감마저 주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될 텐데 왜 북한에서 왔다고 말할 수 없었던 걸까?

김수지: 내 스스로가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깔보거나 무시할 것 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리기고 했고 가족 없이 혼자 왔었는데 그런 두려움 때문에 밝히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 6년을 남한에서 살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더 이상 고향을 숨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북한에서 왔으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청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가식적이라고 느껴져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젠 기분이 나빠도 표현을 안 하고 좋은 척 감정을 숨길 때도 있습니다. 나쁜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남한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습니다.

김수지: 솔직히 알려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북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보고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음식 중에 하나를 얘기 하자면 지금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입니다. 북한에서는 백숙 정도인데 여기선 어떻게 이런 맛을 내나 환상이다 이럴 정도였고요. 한국 치킨이 너무 맛있어요. 그리고 한국 교통수단이 너무 잘돼있어서 놀랐어요. 저희 북한 동네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것이 전부였는데 여기선 버스나 지하철이 너무 잘돼있는 거예요. 좀 멀리 있는 부산도 고속열차를 타면 몇 시간이면 가니까 신기했고요. 또 24시간 전기가 오는 것이 정말 놀랐어요. 북한에선 하루 5시간 정도밖에 전기를 못보고 살아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전기가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 그런 불안감을 가졌죠. 이런 것들이 북한 친구들에게 신기롭게 보일 겁니다. 전화 하나로 인터넷도 하고 은행 이용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할 겁니다.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은 3년 후 모두 남한으로 불렀습니다. 다행인 것은 한 번에 탈북에 성공해서 큰 어려움 없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데요. 김 씨는 하루하루 매순간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수지: 저는 2학년인데 사회복지 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졸업을 해서 복지사가 될 생각은 아니에요.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거든요. 북한에는 사회복지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부를 하는 거죠. 나중에 통일이 되면 남북한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된 그날을 위해 준비를 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김수지(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