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탈북여성이 있습니다. 이분은 탈북해 남한에 가기 전까지 8년을 중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국말도 잘하는 데요. 이번에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에 합격해 여행사에 취직을 하려고 준비 중이랍니다. 오늘은 정은지(가명) 씨의 얘기입니다.
정은지: 이번에 시험 치러 가면서 심장이 얼마나 뛰었는지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어요.
함경북도 출신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강단 있기로 소문난 정은지 씨도 이렇게 최종면접 시험을 보러 갈 때는 입안이 바짝바짝 말았는데요. 면접 때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동안 준비한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죠. 이번에 떨어지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꼭 한 번에 붙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섰던 겁니다.
정 씨가 취득한 자격증은 외국인이게 외국어를 사용해 특정 지역 또는 대상물을 설명하고 여행을 안내하는 관광통역안내사입니다. 통역안내사가 되기 위해선 국가인정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정은지: 그게 생활용어와 다르거든요. 전문적인 영역에 가서는 막힐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중국말을 잘해도 상대는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모르잖아요. 그것의 기준점을 정해주는 것이 자격증이에요. HSK 중국어 능력 인증시험이 있어요. 중국에서 실시하는 것인데 국가시험처럼 알아주죠.
기자: 등급이 있습니까?
정은지: 6급이 가장 높고 1급이 가장 낮아요. 보통 4급부터 알아주지만 4급으로는 어디 가서 뭐 하기는 힘들고 5급부터는 가능해요.
기자: 가능하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요?
정은지: 인정을 해주는 거죠. 4급 정도는 자격증이 있구나 하는 정도고 5급부터는 인정을 해주는데 중국어를 할 줄 알고 HSK 5급 정도는 있어야 관광통역안내사 시험도 볼 수 있는 거죠.
정 씨는 남한생활이 7년차로 대학 때 전공은 중어중문.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을 위해 학원을 다녔습니다. 짧은 시간 혼자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정은지: 나는 학원에 가서 뭘 배웁니까? 하면 답답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찾아가 하는 거죠. 안내사 같은 경우 필기시험은 한국사, 자원, 법규, 관광개론 4개 과목이 있어요. 필기시험 60점 이상이면 합격이고 그 다음 실기 시험 때는 중국어로 말을 해야 해요.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관광안내사가 될 수 있는 거는 아니잖아요. 중국 사람들 상대로 하니까 중국말로 공부하고 해야 하는 거죠.
과목당 25점 만점에 4과목 합계가 60점 이상이면 직접 중국말로 물어보는 질문에 중국말로 답을 하는 실기 시험을 보게 됩니다. 정 씨에 따르면 이번 9월에 필기시험을 본 사람들이 9천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거의 중국 조선족이고 한국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험이 힘들다는 말이겠죠?
정은지: 말하기가 어려운 거죠. 우리가 평상시 하는 얘기가 아니고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지역의 자료를 설명하는 것이니 어렵죠. 보고 읽어도 힘든 것을 외워서 하는 것이니 쉽지는 않아요. 중국 사람들도 힘들다고 하니까 한국 사람은 더 어렵겠죠.
북한식 표현으로 하면 달러벌이 일꾼이 되는 겁니다. 외국인 관광안내사는 월 평균 수입이 300백 만 원, 미화로 3천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천 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겁니다. 우리말도 아닌 중국말로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정 씨도 코피날정도로 공부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정은지: 저는 필기시험 준비를 7월부터 해서 몸이 망가지는 정도로 공부해서 합격했는데 주변에 공부하신 분들을 보니까 1년 넘게 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쉽지는 않은 거죠. 저는 누가 물어보면 절실함이 없이 진정 원하는 길이 아니라고 하면 말려요. 남이 하니까 그냥 어정쩡하게 하려고 하면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남한생활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고 대학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몰랐던 한국 역사에 대해 이번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을 치루기 위해 준비하면서 더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 씨는 공부 말고도 또 해야 했던 것이 있습니다.
정은지: 하루 1시간 반 정도는 운동을 해요. 체력도 있어야 하거든요. 모든 것이 3박자가 맞아야 훌륭한 관광통역사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 일이 국내 사람들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 대상이기 때문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안돼요. 일단 마음 자세가 중요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하게 소통하는 능력도 있어야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라고 해요. 이런 것 중 하나라도 빠지는 것이 있으면 솔직히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죠.
남한에 가는 탈북자들 많은 수가 중국을 경유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중국에서 10년 정도 긴 세월 체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때 자연스레 익힌 중국어가 남한에 가서 긴요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뭔가 시도를 할 때는 포기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걸 사람만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정은지: 공부가 어렵다는 것이 서울이면 한 지역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를 다 공부해야 해요. 한국 관광지가 지역별로 나눠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전주, 제주도 등 다 알고 있어야 해요. 공부가 정치부터 시작해서 역사도 다 알아야 하고요. 유네스코 등재물이 38개인데 하나하나 중국말로 다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상당히 어렵다고 보시면 되요.
제2의 고향 오늘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 정은지(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