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세상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감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세상에서 젤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기분도 좋아지는데요. 남한 대구에서 통일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야간 대학을 다니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40대 초반의 황은혜(가명)입니다.
황은혜: 남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이 조심스러워지고 10년이 됐는데 이제 아이로 비유하면 첫발을 뗐구나. 내가 잘 모르고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기본이 된 것 같아요.
함경북도가 고향으로 그의 나이 24살이 되던 1997년 황은혜 씨는 탈북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먹을 것이 없어 나무뿌리와 풀뿌리를 캐먹었다고 하는데요. 나중에는 그마저도 없어서 중국으로 밀도강을 합니다. 중국 생활을 거쳐 남한으로 간 황은혜 씨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습니다. 황 씨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 1호인데요. 딸을 위해서라도 멋지고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 대학도 갔고 이제 영진전문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것도 3년이 됐습니다.
야간대학에 다니면서도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 틈틈이 서울에서 진행된 통일교육을 받고는 강사자격증을 땄는데 이번에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교육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황은혜: 일단 수업에 들어가면서 물어봤어요. 여러분은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통일은 왜 해요? 우리도 먹고 살고 힘든데 통일하면 우리도 못살게 되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생각이 많더라고요. 강의를 4시간 동안 뭘 할지 준비를 했죠. 첫 시간은 자료를 보여주면서 북한 중학생 생활을 남한 중학생의 것과 비교를 해주고 두 번째 시간은 북한 실정을 알려주는 2008년과 2010년 북한 내부 동영상을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북한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막 질문 하는 거예요.
강의는 두 학교에서 이뤄졌는데 아이들에게 북한의 생활에 대해 알려주면서 학생은 처음 보는 북한 사람인 황 씨를 신기해했고 황 씨 또한 아이들의 생각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황은혜: 아이들이 질문 하는 것이 동영상을 보고도 진짜 북한에서 굶는가 하고 묻는 겁니다. 안 믿는 겁니다. 그게 제일 신기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보여줘도 안 믿더라고요.
대상이 청소년이다 보니 딱딱하거나 해서 지루해 하지 않도록 우선 자신이 북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 남한에 와서 어려웠던 점부터 예를 들어 들려줬습니다. 그러면서 분단 조국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유도 했는데요. 아이들의 호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황은혜: 아이들한테는 웃기는 말이죠. 나는 A4 용지도 문구점에 가서 "에이 사" 용지를 주세요. 이렇게 말했어요. 한국말로 안하고 여기는 영어를 쓰더라고요. 또 "롤 티슈"도 내가 몰라서 종이를 가지고 가서 샀어요. 식당일을 하면서도 대구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서 힘들었다는 경험 얘기를 해주면 막 웃는 거예요. 내가 힘들지만 견딜 수 있는 것은 주변에 있는 남한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이런 말을 들려주는 거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수업 끝나고 오면 잘 가라고 손을 막 흔들고 마지막 수업에도 담당 선생님이 있는데 내가 좋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아침에 나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오면 오후 4시 30분 그리고 딸아이를 위해 밥을 해놓고 야간 대학을 갈 준비를 합니다. 원래는 2년제 전문대학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 3학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앞으로 대학원도 다니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 말입니다.
황은혜: 욕심은 또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데 그 때부터는 학자금을 내가 내야 하니까 부담이 되죠. 낮에는 박스 접기도 하고 저녁에는 학교를 다니는데 아이들도 대단하다고 해요. 어딜 가도 이력서가 나의 얼굴이더라고요. 저희가 학사과정에서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심리상담사 자격증, 학교 복지사 자격증 등 해서 4년제를 졸업하면 자격증만 5개를 따요. 뭐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내년 여름에는 성폭력상담 강사자격증도 학교에서 하는 데 주어지는 일은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졸업하기 전까지는 뭔가 하고 싶은 것이 딱 생길 것 같아요.
황 씨가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습니다. 그러면 딸이 벗어 놓은 옷도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는 또 다음날 수업을 정리합니다. 황 씨는 남한 대학이 궁금해서 들어갔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더 겸손해지면서 남을 배려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계속 뭔가 배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당당히 강의도 할 수 있었던 거죠.
황은혜: 저는 한국에 와서 생활해 보니까 돈은 내가 원해서 벌리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내가 안 되는 것을 따라 가려고 하면 미치는 거예요. 내 생활에 만족을 해야 하는 거예요.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없어요. 내가 남한생활 10년인데 이번에 강의해서 번 돈으로 에어컨을 샀어요. 필요한 것을 많이 못 느꼈는데 아이도 크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이번에 사놓고 보니까 얼마나 뿌듯하고 좋은지 남들은 다 있는 거 하나 사고 보니까 나는 그 것 하나 사놓고 얼마나 흐뭇한지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남한생활이 만으로 9년 햇수로 10년차가 됩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먹고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없고 예쁘게 자라는 딸처럼 황 씨는 멋진 엄마, 아름다운 여성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황은혜: 지금은 솔직히 저도 여자니까 밥을 배불리 먹으니까 얼굴을 꾸미고 싶어지더라고요. 흰머리도 많고 주름도 생기고 하니까 나도 늙었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여자로 한 번씩 난 왜 이렇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자신감, 내가 새까맣고 못생겼어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겠지 그냥 내가 내 얼굴을 못생겼다고 하면 누가 날 좋다고 하겠어요. 나만이라도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황은혜(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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