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커다란 시련을 맞게 됩니다. 그런 극한 상황을 잘 극복하면 보통 탄탄대로가 펼쳐지게 되는데요. 남한에 간 탈북자들은 모두가 죽음을 사선을 넘어 자신의 꿈을 찾아 간 사람들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오늘은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은희(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청진이 고향으로 이제 남한생활 10년이 되는 이은희 씨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 경영을 공부했기 때문에 학교 때 배운 전공과목과도 맞고 또 이 씨는 중국말도 할 줄 알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귀한사람 대접을 받으면서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은희: 차단기를 파는 회사입니다. 차단기를 팔기 위한 영업활동을 제가 지원해주는 겁니다. 적성에 잘 맞고 좋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쉽게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청년들이 꽤 많습니다. 이것은 단지 남한의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기 불황으로 다른 나라도 상황은 별 다르지 않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졸업과 동시에 회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 자신이 생각했던 직장생활과 실제는 어떤가?
이은희: 내가 꿈꾸던 직장생활은 신입사원으로서 사랑받고 실수를 해도 동료가 이해해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였는데 현실은 좀 어둡고 침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서는 그나마 분위기도 활발한 편입니다. 일반 사원은 잘 모르는데 간부는 제가 이북 사람인 것을 알고 도와주시고 그럽니다.
대학 때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고 정부의 지원금이나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써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부터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날을 언제나 기다리게 되고 부자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경기가 나쁘면 수입이 줄어 걱정도 늘지만 회사원은 매달 같은 금액을 보장 받기 때문에 많지 않은 돈이라도 잘만 관리하면 부족함 없이 쓸 수가 있는데요. 회사생활의 즐거움은 회식자리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이은희: 회식을 부서별로 할 때도 있고 전체 회식이 있는데 처음에는 맛있는 고깃집을 가서 한 명이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막 연설을 하고 폭탄주 건배를 하고 자기 소개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회식 다음날은 더 친해지는 편입니다.
10대 후반에 남한에 가서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습니다. 안정적인 직장도 잡았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는데요. 그래서 이제는 이성을 만나도 예전 대학 때처럼 부담 없이 아무나 만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 이 씨는 맘이 통하는 좋은 사람을 만나 현재 교재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은희: 연애 관계는 늘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시간도 빨리 가고 원만한 것 같습니다. 잘 맞춰주고 이해해 주고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거죠. 성격 좋고 배려심 많고 서로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나다 보니까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여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북한출신 여성이 남한 남성을 만나면 어디 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궁금하시죠?
이은희: 일단 영화를 보고 음식을 먹는데 제가 항상 물어봅니다. 만약 해산물을 못 먹는다고 하면 그런 음식은 피하고요. 주말에는 치맥 한 잔 정도 먹고요. 돈은 만약 남자 친구가 영화표를 사면 제가 커피를 사고요. 전부 남자 친구에게 부담은 안 시킵니다.
주말에 즐겨 먹는다는 치맥은 닭을 영어로 치킨이라고 하는데 그 앞 글자를 따고 맥주의 앞글자와 붙여 치맥이라고 하는 겁니다. 즉 닭튀김에 맥주를 먹는다는 건데요. 160센티 정도의 아담한 몸매를 한 이 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대학 때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 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몸매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이은희: 몸 관리는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회사동료가 축구를 하면 응원하러 가고 합니다. 저녁에 일찍 끝나면 저녁 식사 전에 집 앞에 자전거 대여 하는 곳이 있는데 한 시간에 1천 원 정도 주고 타고 15분 정도 호수공원 가서 한 바퀴 돌고 편의점 가서 커피한잔 마시고 집에 오는 겁니다.
북한출신이라서 그리고 지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외롭지는 않은지 그래서 추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이은희: 겨울이라서 특히 외로운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명절에는 북적대는 것이 없으니까 식구들끼리만 보내게 되면 좀 기분이 그렇죠. 다른 사람들처럼 시골에 가서 할머니에게 세배 돈도 받고 싶고 용도도 드리고 싶고 한데...하지만 그렇게 많이 외롭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여기 남한 사람도 고아도 있고 가족이 많이 없는 사람도 없고 하니까 내가 이방인이다 외롭다 이런 생각은 많이 안합니다. 저희는 가족끼리 여행을 많이 갑니다. 그리고 추석이나 설날에는 통일전망대 가서 고향도 보고 저녁에는 친구들 만나서 놀고 하니까 외롭지 않습니다.
기자가 짧은 대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 씨에게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능력이라고 할까요? 이 씨는 돈은 아무리 벌어서 한순간 없어질 수 있지만 사람은 평생 함께 하는 재산이라며 인간관계 맺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남한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이 씨의 다음 목표는 뭘까?
이은희: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가 결혼을 하면 달라지겠지만 꿈은 심리치료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 8학기 때 죽음과 관련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만났던 교수님이 음악 치료사였는데 너무 멋져 보였고 제가 평소에도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원에 가고 싶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이은희 씨. 그런 이 씨에게도 시련의 순간은 있었을 텐데요. 이 씨의 시련 극복의 비결 들어보겠습니다.
이은희: 나는 힘들 때 늘 하고 싶었던 것이랑 해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힘들 때는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뭐든지 잘하는 여자니까 힘내자. 이것도 지나 가리다란 문구를 책에서 봤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힘내면 되지 않을까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이은희(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사이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