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삼시세끼 먹는 것을 해결하는데 한이 맺힌 청취자 많을 겁니다. 사람이 잘 먹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고 행복도 느낄 수 있는 건데요. 남한으로 가서는 식당을 개업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탈북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남강원도 춘천의 백년족발 사장 강다현(가명) 씨를 소개합니다.
강다현: 안녕하세요. 백년족발 보쌈의 주인 강다현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맛있게 만들겠습니다.
함경북도에서 체육선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5년 탈북해 2011년 남한으로 간 강 씨는 남쪽 생활이 4년 조금 못됩니다. 먹는장사는 잘되면 막말로 노가 나지만 그만큼 성공하기가 힘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사람 입맛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남한 사람도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강다현: 족발이 북한에도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족발이라고 하지 않고 발족이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빈대떡은 북한에서 녹두지짐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남한사람 북한 사람 모두 좋아하는 음식을 해보자 해서 족발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 일을 십년 하면 그 분야 전문가가 된다고들 합니다. 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죠? 자신의 가게를 열기 전에 박 씨도 신중하게 고민을 했답니다.
강다현: 어떻게 보면 제가 젤 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람이 물론 좋아하는 것도 해야 하지만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이 잘하는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저는 어린 나이인 12-13살에 소녀 가장으로 눈뜨면 아침밥 해서 형제들이 같이 먹고 학교 갔다 오면 또 저녁 밥 해먹고 그랬어요. 또 중국 체류 6년 기간 조선족이 운영하는 한식집에서 제가 일했어요. 중국에서 너무 힘들게 하루 거의 16시간을 일했어요. 그러면서 거의 주방장이 되다시피 했는데 그때 돈만 있으면 나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꿈이었어요.
이제 꿈을 이루게 된 강 씨. 짧은 남한생활이지만 여러 가지로 경험을 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에 도전을 한 겁니다. 사장이 되기까지 그냥 막연하게 상상만 했더라면 오늘의 모습은 현실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강다현: 한국에 와서도 제일 먼저 한 것이 한식요리사 자격증 하고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입니다. 자격증을 딴 후 바로 탈북자가 같이 일하는 막국수 체험 박물관 식당에 가서 1년 넘게 열심히 일했죠. 일하다 보니 팔이 좀 안 좋고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나라고 맨날 식당일만 하겠는가? 공부 열심히 해서 다른 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서울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도 했고 자격증도 많이 땄어요. 컴퓨터 학원에 가서 다 배워서 경리보조까지 했는데 숫자에 약하다 보니까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러다가 계기가 된 것이 ...
음식장사란 것이 우선은 사람이 찾아가기 쉬운 곳에 위치해야 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맛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입소문도 중요한데요.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강 씨가 식당을 하게 되기 까지는 꼭 해야만 할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다현: 언니가 혼자 아이들을 키우다가 사망하고 아이들이 그냥 함경도 시골에 방치돼 있는 거예요. 제가 아이들을 데려오려니까 한 명당 두만강 건너는 돈만 600만원을 달라는 거예요. 두 아이니 1,200만원이고 거기서 또 중국에 체류해 있다가 한국에 오려면 거의 한 사람당 1천만 원 해서 둘이니까 2천만 원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돈이 없었거든요. 월급 110만 원 받아서 택도 안되고 해서 눈물만 흘리면서 안타까워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눈물만 흘리고 있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만 능사가 아니고 여기서 내가 부모가 돼서 키워야 하는데 그러자면 돈이 있어야 하고 내가 열심히 뭔가를 해서 성공해서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어야 된다.
춘천에는 같은 이름의 백년족발 보쌈집이 3개 있습니다. 1호점이 본점으로 식단의 종류와 자재를 결정하고 맛을 내는 비법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나머지 지점에서는 본점의 운영방식을 따라 장사를 하게 됩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곳을 체인점이라고 부릅니다. 강씨는 3호점의 사장입니다. 같은 이름을 쓰면서 족발을 팔지만 강 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고 하는데요.
강다현: 원래 한국 빈대떡에는 돼지고기도 들어가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숙주나물, 묵은지, 당근. 파 썰어서 야채만 들어가거든요. 드시는 분들이 너무 고소하고 맛있다 하십니다.
기자: 북한 사람 입맛하고 달라서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안 좋을 수 있는데 어떤 각오세요?
강다현: 저는 맛은 물론 본점에서 내려오는 그런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먹는 다는 생각으로 하면 될 수 있고 또 빈대떡 같은 것도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에는 북한하고 똑같이 먹고 사셨잖아요. 그분들이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너무 달게 하지 않고 순수하게 야채로 만들면 좋다고 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강 씨가 족발 전문점을 개업하기 까지는 풀어야할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중 제일 강 씨를 힘들게 했던 것이 자금 즉 돈 문제였죠. 공사대금 날은 가까워 오고 그 날을 맞추려니 지인들이 빌려준다는 입금 날은 멀었고 아주 속이 바싹바싹 타오르는 느낌이었죠.
강다현: 체인점이다 보니까 계약금을 1천만 원 먼저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공사가 밀리면 월세만 내고 장사를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소리 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그나마 북한 사람들이 안정되게 사는 가까운 분에게 말을 하니까 10명 중 3명 정도가 도와줬는데 어떤 생각이드냐 하면 전화 끊는 순간 내가 말을 안 하기보다 못 했구나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해서 그 사람과 내 사이가 멀어질까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또 내가 가지고 있던 금가락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다 팔아서 1천만 원을 만들었습니다.
52평 규모의 식당에는 한번에 70-8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족발에 보쌈 그리고 북한식 빈대떡에 누룽지탕과 주먹밥.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강다현: 저는 열심히 벌어서 첫째는 성공해서 언니 아이들을 데려와 잘 키울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봤죠. 춘천에서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장이 돼서 가게를 연 것은 제가 처음이거든요.
제2의 고향 오늘은 춘천의 백년족발집 사장 강다현(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