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 사이] 통일로 가는 길④ -미래에 대한 자신감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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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해마다 남한 주민의 통일 의식 조사를 해오던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는 2008년부터는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 주민의 통일 의식 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워낙 살기가 힘들어서 또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의 교류협력연구부장 정은미 박사는 2008년부터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해 오면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와 올해부터 자료를 일반에게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비교적 최근에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입니다.

정은미 박사 : 2010년, 작년 1월 이후에 북한은 나오셔서 남한에 와서 산지 얼마 안 된 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고요, 그 이전 2008년, 2009년에는 북한 주민이 탈북하면 한국 사회에 편입하기 전에 하나원이라는 기관을 거치게 되는데 하나원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설문 내용은 크게 북한에 거주하던 당시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남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또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와 남한 사회의 적응 실태는 어떤지 등이었습니다.

-빈곤에서 벗어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정 박사는 설문 조사에서 남한 주민과 북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거주할 때 통일에 대해 가졌던 기대는 많은 차이가 났다고 말합니다.

정은미 박사 : 남한 주민의 경우에는 작년 조사에서 59% 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을 했는데 탈북 주민은 99%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이 이렇게 절실하게 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현재 경제적 어려움이 워낙 크니까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겠죠, 통일이 되면 막연하지만, 현재보다 잘 살 수 있고 또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이 북한에 대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2008년에는 10% 정도에서 올해는 31%나 남한이 북한에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은미 박사는 그 원인이 워낙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선전 선동 등 사상 교육이 심하기 때문이지만 그러면서도 최근 북한에서 늘고 있는 남한 영화나 드라마 등 이른바 한류 확산으로 남한에 대해 문화적인 면에서는 친근감을 갖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남한에 위협 감 느끼면서도 친근감 보이는 양면성

정은미 박사 : 양분 되는데요,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는 워낙 사상교육을 세게 받으니까 (남한을)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반면에 지금 북한 주민들이 의외로 남한의 여러 가지 영화나 드라마 이런 것들을 많이 접하고 있잖아요, 그런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비교적 친근감을 가지고 있고, 또 선호하고 또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의 도발 가능성을 크게 본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남북 관계의 긴장 때문이었습니다.

정 박사는 특히 지난해 북한의 무력도발 때문에 남북 간에 긴장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은미 박사 : 또 작년에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고 아무래도 우리 쪽이 군사적으로 경계 태세도 강화하고 서해 상에서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 당국은 이런 상황을 자기들 체제 결속을 위해 적극 활용을 하는데요, 마치 남한이 미국과 함께 침공을 할 것처럼 북한 주민에게 사상 교육을 시키는 거죠. 그래서 아무래도 북에서 나오신 지 얼마 안 된 분들이기 때문에 북에서 받았던 사상 교육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 응답을 보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Music : 통일송 / 허 각)

통일부에서 지난해 젊은 세대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통일송’이라는 노래입니다. 지난해 인기 스타를 발굴하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에게 부르게 했는데 그 중 한 명인 ‘허 각’이 부르는 통일송입니다.

두근 두근 설레는 그날~ 이제 오고 있어요~ 함께 준비해요, 우리의 미래.. 그토록 꿈꾸던 행복한 순간..

통일부에서는 통일과 관련해 떠오르는 노래는 수십 년 전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 젊은 층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통일 노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아 ‘통일송’을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최고의 인기인 즉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있어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사람들이 노래한 이 통일송 노래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시들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귀에 익은 ‘우리의 소원’에 비해 따라 부르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라는 주제가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은미 박사는 남한의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가 점차 줄어드는 배경으로 개인주의적인 사회 환경을 꼽았습니다.

정은미 박사 : 통일이라는 것은 어떤 공동체에 관한 의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 세대일수록 경제적인 문제, 취업 문제 이런 게 더 중요하지 집단적인 그런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지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 ‘10년내 통일 온다’, 남한 주민보다 통일 예측 시기 빨라

설문 조사에서 많은 수의 탈북 주민이 북한에 있을 때 10년 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남한의 방송사 KBS 남북협력기획단이 전문 여론 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2011 년 국민 통일의식 조사’에서는 남한 국민 절반 이상이 앞으로 20년 안에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 국민보다 탈북자들이 통일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답한 데 대해 정은미 박사는 최근의 불안정한 북한 체제 때문도 있지만, 심리적인 바람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은미 박사 :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는데 하나는 지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잖아요, 또 북한 체제도 좀 불안하고 그러니까 10년 이내에 통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상황적 판단에서 응답할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어떤 심리적 차원에서 현실이 너무 힘드니까 가능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응답에 투영돼 있지 않나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Bridge Music)

-북한도 빈부차 커져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 정은미 박사는 최근 북한을 나온 탈북 주민이 북한에 살 때 생활 정도를 알아보는 설문 조사 과정에서 최근 북한에서 잘 사는 층과 빈곤 층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정은미 박사 : 저희 조사에서 직접적으로 북한의 양극화가 어느 정도냐고 질문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주민이 양극화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고 그래서 대신에 저희가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거죠, 북한에 살 때 수입이 얼마나 됐는지를 질문합니다. 그 결과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살 때 월 수입이 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이 50% 정도 됩니다. 북한 돈으로 만 원... 그런데 북한 돈으로 10만 원 이상인,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도 있는데 그렇게 10만 원 이상인 사람도 50% 가까지 돼요. 만 원과 10만 원이면 열 배 차이잖아요. 수입 격차가 심각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수입이 많아지는 사람이 느는 것은 장마당 같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은미 박사 : 저희가 수입을 공식 수입과 비공식 수입 둘 다 묻습니다. 공식 수입 자체는 큰 격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공식 수입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데 아마도 북한 주민 생활에서 시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자본주의 사회처럼 그런 빈부 격차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설문 조사에서는 북한에서 해마다 계속되는 식량난을 비롯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체제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은미 박사 : 실제로 정부에 대한 비판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아무래도 지금 북한 상황을 보면 그런 불만이 없다는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십 수년 째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또 화폐개혁 이후에 물가가 엄청나게 뛴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더라고요 대부분이요, 거기다가 장사도 마음대로 못하게 시장을 단속하니까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경제, 사회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든지 불만, 이런 것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은미 박사는 2만 명을 넘어선 남한의 탈북자 사회는 북한과 남한의 생활을 다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통일 과정에서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정은미 박사 : 통일 되기 이전에 남한 주민과 북한 출신 주민이 함께 더불어 살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 속에서 시행착오도 있고 서로 갈등이 있고 그걸 해결해 가는 그런 과정들도 있을 텐데 이렇게 축적된 많은 경험들이 향후 통일됐을 때 남북한 주민이 통합하고 또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되고 그런 역할을 지금 탈북자 분들이 하고 있다고 보고요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북한 지역에 가족, 친척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더 통일에 대한 열망이라든지 통일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역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탈북자 분들이 앞장 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은미 박사는 많은 남한 주민이 눈앞의 경제적인 계산에만 매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민족이 가진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는 게 통일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한은 자신감 회복, 북한은 자립심 키워야

정은미 박사 : 남쪽 주민 같은 경우는 통일에 대해서 너무 경제적인 계산부터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라든지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까운데 사실 분단됨으로써 치러야 할 보이는, 안 보이는 손실이라든지 희생,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통일이 됐을 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과 가능성, 그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해 통일이 됐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한민족의 능력, 잠재성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많이 위축돼 있는 것 같아요. 통일이 됐을 때 많은 문제가 일어나겠지만 남북한 주민이 잘 합심해서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자신감 회복이 가장 먼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 교류협력연구부장 정은미 박사는 끝으로 북한 주민도 남쪽에 너무 의존하는 자세를 버리고 자립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은미 박사 : 통일이 되면, 지금 워낙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크고 우리가 잘 사니까 남한에 의존하려고 하는 그런 경향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립하고 개척해야겠다.. 통일 이후에도.. 그런 것은 현재 여기 남한에 미리 와서 살고 계시는 탈북자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그런 자립심, 개척 정신 이런 게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Music : Nessun Dorma / 폴 포츠)

예전에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함께 듣던 어느 성악가 한 분이 혼자 말로 그리운 금강산에서 그리운 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때가 와야 하는데… 하면서 중얼거리시던 말이 오래 오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운 대동강, 그리운 명사십리.. 그리운 금강산..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많은 이산 가족 여러분이 이제 80, 90을 넘어 거의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평생을 가슴에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온 그분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빨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7년 영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능에 뛰어난 사람을 뽑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키도 작고 뚱뚱한 볼품없는 한 남자가 출연했습니다. 손 전화를 팔러 다니는 외판원 직업을 가진 얼굴도 못생긴 그가 무대에 올랐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죠, 그러나 폴 포츠라는 이름의 이 출연자가 노래를 시작하자 심사위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관중석도 술렁였습니다. 눈물을 닦는 청중이 있는가 하면 노래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준결승, 결승까지 승승장구한 폴 포츠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유명인이 됐고 한국에도 세 번이나 방문해 공연을 통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난과 병고가 끝없이 따라 다니는 어렵고 힘든 삶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쌓여 있던 설움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준 것이죠

폴 포츠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 들으면서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 순서 마칩니다.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

(Music : 그리운 금강산 / 폴 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