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 사이] 통일로 가는 길① 비용보다 열망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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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에는 꿈에도 소원이 통일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한국 사람으로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남한과 북한이 생각하는 통일이 각기 다르고 주변국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이해관계도 다릅니다. 통일이 언제쯤 될까 하는 물음에 정확하게 답할 사람도 없습니다.

접근 방법도, 비용 산출도 어려워 보이는 통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도 안 되는 게 통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통일은 갑자기 도둑같이 올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언제 갑자기 닥칠지 모르니 미리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서울과 평양 사이에서는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통일에 대한 여러 다양한 논의에 대해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60여 년의 분단 세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이제 남한에서는 분단의 주역 세대가 물러나고 분단 이후 세대가 자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단의 아픈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가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이 헤쳐나가야 할 개인적인 장래 문제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됐습니다.

세대교체와 더불어 통일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인 인식까지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천 명이 넘는 전국의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 즉 열 명 중 여섯 명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 비용 산출 과장된 면 없지 않아

통일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큰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 독일의 통일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통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국민은 그 이후 막대한 규모의 통일 비용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통일이 되면 남한 경제마저 힘들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의 황진훈 실장은 독일 통일의 사례를 인용한 통일 비용 산출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황진훈 실장

: 통상적으로 발표된 이런 통일 비용을 보면 약간 과장된 추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독일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생기는 오류라 할까요.. 독일 통일 당시만 하더라도 동독 지역의 국민소득이 8천 불 정도 됐습니다. 95년에 동독 지역이 1만 달러를 돌파합니다. 그 1만 달러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면 공교롭게도 우리 남한, 한국도 95년에 1만 달러를 돌파합니다. 동일한 연도인데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95년도 생활 수중이라고 하면 지금에 비하면 못 사는 것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1만 달러 돌파했을 때 생활이 괜찮았습니다. 말하자면 그 정도 1만 달러 정도 수준의 소득이면 통일이 됐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독일의 산정 방법은 뭣이냐 하면, 독일 통일의 정의는 정서적인 통일이 돼야 통일이라고 보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도 통일 비용을 누계하고 있습니다. 95년에 1만 달러 돌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이르는 지금도 통일 비용을 계산하고 있거든요, 누적으로.. 지금 동독 지역은 3만 달러가 넘어섰습니다. 일인 당 소득이.. 서독 지역은 약 4만 달러고요.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통일 비용은 지금까지 뭐.. 2조 유로가 들어갔다, 기관마다 조금 차이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표현을 해버리니까 서독도 저렇게 어려움을 겪는데..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데 더 못 사는 북한을, 동독보다 훨씬 어려운 북한을 통일시킨다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지 않을까..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통일’ 하면 아이구 그 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하는 이런 오해가 점점 더 확대돼 온 경향이 있는 거죠.

독일의 통일은 지속적으로 정서적 통일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통일까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생존권의 범위를 넘어선 투자로 그 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황진훈 실장

: 동독 사람들은 이미 생존권의 차원은 아니거든요, 복지를 추구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통일 비용 중에 큰 비용이 사회복지 비용이 53% 정도 차지한 그런 결과가 된 거죠. 어느 정도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그런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서독 사람들이 누리는 그런 복지 수준을 그대로 똑같이 얻어야 한다고 보고 통일 비용산정에 다 포함 시킨 거죠.

황진훈 실장은 남한에서 특히 젊은 층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젊은 층이 당면하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개인주의적인 사조가 제일 강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소득이 올라갈수록 편안한 생활에 나름대로 익숙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만 자기에게 손해가 온다든지 또 불편해도 어려워하는 그런 사회적인 젊은 층들의 분위기가 사실 있거든요. 또 최근에 일어났던 북한의 여러 도발 사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건들이 일어나면 상당 기간 그것이 젊은 층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부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거죠. 그리고 경제적 부담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 청년실업들이 많아지고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우리가 통일이 돼 북한 젊은이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또 큰 불이익이 올 거 같기도 하고...

통일은 큰 안목으로 봐야

그러나 황진훈 실장은 더 큰 안목에서 통일을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황진훈 실장

: 이것은 짧은 안목이다 ... 만약 통일이 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취업의 기회가 온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젊은 층과 얘기할 때 그런 큰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교육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통일로 가는 방법으로 북한 주민의 변화를 통해 체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바람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황진훈 실장은 북한은 이미 김일성 통치 시절부터 독재체제가 완전히 굳혀져 왔기 때문에 체제 우선 정책은 변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도입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낮은 단계의 시장 경제 또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일부 경제 개혁 움직임도 체제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 언제든지 다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자기들도 실상을 압니다. 정말 경제가 어렵고 시장 경제적 요소를 도입해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을 중국 사례라든지 동구권의 체제 전환 사례들을 자기들도 알고 있거든요. 지금 북.중 교류가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정말 끝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냐, 속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냐.. 자기들은 체제 유지에 방해된다고 하면 그런 부분에서도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시각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남한과의 경제협력에 나서면서도 무력 도발이나 강경 자세를 보이는 것은 남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북한 주민 단속의 목적이 더 크다고 황 실장은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강경한 대남 조치를 취해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반발하지 못하도록.. 그러니까 우리 남한에 대한 공격일 수도 있는데 여러 도발 조치들이.. 사실 근본적으로는 내부 통제적인 그런 도발이 많습니다. 그런 전시분위기를 견지해 나가려고 하는 그런 목적이 강한 거죠.

북한 주민이 조금씩 외부 세계에 눈뜨면서 개방을 통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황 실장을 보고 있습니다.


황진훈 실장

: 북한 주민이 뭔가 반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생각보다 북한 통제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반발을 할만한 주민들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거죠. 사실 탈북자가 많다고 하지만 국경지역에 사는 사람 중심으로 일어나는 거고 내륙 지역으로 들어가면 아직 분위기도.. 그런 정보를 전혀 모르니까요. 그런 분위기에서 설혹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제끼는 일이 못 일어 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행동을 못 취하는 거죠. 또 속았구나 하는 잠재적으로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행동을 취할 그럴 힘이 안 되는 거죠.

북한 투자 비용 크지 않다

‘한국정책금융공사 황진훈 조사실장은 독일이 통일될 때의 주변환경과 비교해 볼 때 북한은 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을 하려고만 한다면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그 옆에 프랑스 쪽은 예외였지만 서독 그쪽 동구권은 소련을 중심으로 해서 최악의 경제 상황이었죠. 과거의 우리는 사실 북한이 위에 있고 중국도 못살았고 소련도 공산주의,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멀리 미국이나 다른 유럽 시장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으켰는데 지금 북한은 세계 경제 2위, G2인 중국이 있고 여섯 번째 가는 소련이 또 위에 바로 연결돼 있고 또 3위로 떨어졌지만, 일본이 있고 또1조 달러나 되는 그런 수출,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남북 교류만 어느 정도 활성화돼도 사실 통관세만 받아도.. 예를 들면 우리 남한의 물건이 바다를 거치지 않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유럽지역까지 이어지는 그런 철도의 통행료나 도로의 통행료만 받아도 상당하지 않을까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것이 또 우리나라에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통해서도 갈 수 있는 거고 중국이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수출을 하거나 물자를 통관할 때 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이런저런 계산을 하면 이것이 통일 편익하고도 이어지는데 통일해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런 편익까지 감안하면 북한의 개방이나 나아가 통일이 가져오는 이익은 너무 큰 거죠.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볼 때 통일이 됐을 때 상당한 액수의 외자가 투입되지 않고는 북한 경제가 회생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황진훈 실장은 남한이 분단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외부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통일되면 외부에서 돈이 다 들어가서, 우리나라가 돈은 다 대줘서 공장 돌리고 도로도 닦고 다 할 줄로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경제개발이 그랬습니까?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 남한이 62년부터 1995년까지 단순하게 87달러 개인 소득에서 만 달러를 돌파하는 그 시기 동안에 외자가 도입된 금액은 실제로 8백억 불에 불과합니다. 8백억 달러 밖에 안 되는데 그런데 그 기간 동안에 우리나라 총 고정자본 형성이라고.. 설비투자라든지 또 건축투자 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투자가 일어난 총 고정자본이 형성된 금액은 천 조 정도.. 9백30조(원) 정도 달해요. 그러니까 8백억 달러는 현재 환율로 따지면 80조 원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총 고정자본 형성된 거는 천조가 형성됐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외부 자금 들어온 거보다 자체적으로 생겨난 자산의 증가가 거의 열 배 이상 불어난 거거든요. 다 천조를 외부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통일 비용 계신 방법이라는 거죠.

남한이 경제발전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외부 자금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은 자체적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도 이를 적용하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황진훈 실장

: 북한 주민이 바보가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들도 경제생산 활동을 해서 저축하기도 하고 세금 내고 이러다 보면 그 세금으로 또 투자하고 그렇게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북한 지역에 투입되는 외자는 총 소요자금의 10퍼센트 정도 밖에 안된다는 거죠. 자체적으로 세금이나 또 다른 저축을 통해 투자 자금이 생긴다는 거죠. 우리가 펌프 할 때도 마중물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작은 물이 들어가면 나중에 물을 빨아올리듯이 경제라는 것은 그런 승수 효과를 감안하고 계산을 해야 하는 거죠.

따라서 북한 경제를 살리겠다고 자체적으로 재투자되는 경제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외자로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황 실장은 말했습니다.

통일 위해서는 남북 신뢰와 열망이 중요

황진훈 실장은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서는 당시 영향력이 컸던 소련의 묵인과 협조가 있었기에 어려움이 덜했다며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통일에 대해 우호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남북한 당사자 간의 신뢰 회복과 상생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진훈 실장

: 남북 간, 민족 간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거죠. 아무리 주변 국가가 견제한다 하더라도 남북이 서로 신뢰 관계를 형성해서 통일을 한다고 하면 그 나라들이 세계 이목이 있는데 어떻게 방해를 합니까.. 이번에 대통령께서도 상생하고 공존 발전하는 그런 얘기를 했지 않습니까? 신뢰회복과… 그런 것들이 되면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거죠.

황진훈 실장은 통일은 비용이나 정책에서 보다 뜨거운 마음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올바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황진훈 실장

: 젊은 세대들한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역사교육 있지 않습니까, 편향된 교육이 아니라 정말 우리 민족의 어떤 역동성, 우리 민족이 얼마나 주변국들의 공격이나 침략 속에서도 민족정신을 지키고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는지 그리고 어려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에 우뚝 선 민족인지 그런 역사를 잘 공부하는 것이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온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한 민족이라는 생각도 갖게 되고 또 우리의 자부심, 다시 온전한 통일을 하고자 하는 그런 열망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은 통일로 가는 길 첫 번째 순서로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황진훈 조사실장으로부터 통일은 비용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망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