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독재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에게 모든 내부와 외부 정보를 통제하고 독재 유지에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주민이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독재정치의 모든 허구를 알게 되면 그것이 주민의 힘을 결집시키고 나아가 독재 권력 기반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입니다. 주민이 자유롭게 외부 세계와 인터넷도 연결할 수 없는 나라, 철저한 언론 통제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감시와 통제가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이 진실을 알까 봐 두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한의 많은 인권 단체를 비롯한 대북 단체, 또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각도로 애쓰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아는 것이 바로 북한을 변화 시키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변해야 산다' 오늘은 '아는 것이 힘이다' 편을 보내드립니다.
과연 북한 주민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또 그 변화가 북한 체제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는 남한 주민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하는 커다란 관심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한의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문을 직접 가르쳤고 탈북한 뒤 지금은 남한에서 지식층 탈북자들의 모임 'NK지식인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흥광 대표는 분명 북한 주민에게 변화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제가 감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변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최근 미국의 한 단체 후원으로 북한 국경과 가까운 중국에서 조사원들이 탈북자들을 만나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흥광 대표
: 금년에 저희가 북한 이탈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라든지 전반적인 의식변화의 양상이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하는 데 대한 심층적인 조사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저희가 중국 북한 국경 지대에 우리 조사원들을 보내서 북한에서 금방 넘어 오는 탈북자들을 만나서 북한에서어떤 자료들을 보았는가 또 어떤 정보들에 흥미가 있었는가그걸 통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이런.. 모두 30개 항 정도로 돼 있는 설문 조사를 실시 했거든요.
김 대표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촉 실태와 그로 인한 의식 변화 등에 대한 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정보 접촉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 300 명 정도의 탈북자들을 만났는데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들이 아니고 국경의 두만강을 넘어선 탈북자들을 저희가 만났고 또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태국에 가서 기다려서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중간 결과입니다만 첫째로 상당히 북한 주민들이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졌고 또 그들이 보았다고 하는 외부 정보의 종류가 상당히 많아졌고요 그로부터 보통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바뀌어져 가고 있는 양상도 상당히 역동적이고.. 그런 것들을 저희가 발견하게 됐습니다.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촉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남한 텔레비전 시청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김흥광 대표
: 정말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남쪽의 텔레비전을 봤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50%를 넘었습니다.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봤다..
최근 여러 대북 단체를 통해서도 북한에서 남한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는 주민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텔레비전 방송 송출 방식이 남한과 달라 북한 텔레비전으로는 시청할 수 없지만 최근 남한 텔레비전 방송 시청이 가능한 중고텔레비전이 중국으로부터 많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남한 텔레비전 방송 시청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북한에서 알판이라고 하는 CD나 DVD 등을 통해 외부 영상물을 많이 접하고 있고 USB같은 정보저장 기기들을 컴퓨터에 접속해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중요한 외부 정보 접촉 매체라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라디오는 RFA나 한국에서 하는 한민족 방송 또 VOA 이런 순위로 나왔어요 그런데 한국의 대북단체나 민주화 단체들이 하고 있는 대북 라디오들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김 대표는 단순히 CD나 정보저장치인 USB 등을 이용한 정보 접촉 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라고 하는 개인컴퓨터에서 프로그램화 된 정보물을 접하는 주민도 늘어나는 추세는 놀랍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대북 라디오 방송도 참 중요하고 CD나 DVD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보를 얻는 가능성도 충분했고요 그에 못지않게 북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다양한 미디어 형식들을 융합해서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 게 재미있었다 하는 응답도 있어서 제가 깜짝 놀랐어요
김 대표는 북한에서 새로운 매체를 통한 정보 접촉에 적극적인 층은 주로 청소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 그리고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지만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은 일반 주민에게도 널리 확산하고 있는 추세로 그런 수요 때문에 새로운 문화시장, 미디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자꾸 접근하고 싶고 알고 싶고 그런 호기심의 수요가 상당히 높아진 거죠. 시장에는 예전에는 없던 알판집이라는 데서 알판을 사오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알판을 거기다 팔고 새 것을 구하고 하는 그런 집이 많이 생겼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그런 집에서 USB도 사고 그런 어떤 하나의 문화시장이랄까요 그런 시장도 생겼다는거죠.
김 대표는 북한이 아무리 철저하게 외부 정보를 막으려고 해도 나날이 진화하는 최첨단 통신, 전파, 방송 등을 막아낼 수는 없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흥광 대표
: 북한이 아무리 쳐 막으려 하는 철의 장막이라 할지라도 첨단기술 앞에서는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사실을 저희가 잘 알게 됐고요, 앞으로 지상파 DVD라든지 위성폰 등 첨단 기능이 도입된다면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요. 북한 당국이 지금 가장 골머리 앓고 있는 것 가운데 첨단 기술에 의해서 외부의 소식들이 전달되고 유포되는 이런 것들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나날이 발전해 가는 정보통신 시대에 너무 뒤쳐지지 않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면서도 IT산업, 즉 정보통신 산업이 북한 내에 확산이 됐을 때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
: 정책 자체가 우리 자유 민주 국가에서 개인의 정보 접근성을 향상 시키고 개인과 개인, 사회와 개인 간의 어떤 정보의 교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단은 국제 사회의 첨단 기술에 너무 뒤쳐져서는 안 되겠다는 의구심과 함께 주민들이 내 주변과 국제사회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기회와 가능성을 준다면 그건 사실 북한으로서는 안 좋은 거거든요. 그런 것은 가급적이면 압제를 하고 그런 영향을 중지하기 위해서 제한된 범위에서 정보통신 쪽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정보의 공유 이런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거죠.
북한도 지난 해 전 세계 인터넷에 연결하는 통신망을 확보했지만 주민에게는 여전히 차단돼 있습니다. 극히 제한된 극소수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
: 작년 10월 18일 경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이 '아이칸'이라고 하는 국제 인터넷 도메인 관리기구 있지 않습니까? 그 기구에 공식 등록을 해서 북한이 해저 케이블을 연결해서 처음으로 월드와이드에 도메인을 받는 해저케이블을 연결했다는 정보가 알려졌어요. 바꿔 말하면 북한 국내에서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국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기술적 조건은 돼 있는데 북한은 그걸 일반 주민에게 절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거죠. 특수기관 체제 수호 기관들에서 그 기관들마저도 승인을 받고 어떤 목적을 가졌을 때만 접속할 수 있게 극히 제한적으로 인터넷을사용하는 거죠.
굶주림 속에서도 쌀 대신 CD를 사는 이유
북한 장마당에서 알판이라고 불리는 CD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남한 주민 가운데는 끼니를 잇기 어려운데 양식 대신 어떻게 CD를 살 수 있을까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외부 소식을 알고 싶은 욕구가 밥을 먹고 싶은 욕구보다 강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인간은, 제가 경험했지만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나아가서는 북한 내부나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들과 소식들에 대해서 알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어요, 본질적 욕구가.. 그 욕구 때문에 북에 있을 때 몇 끼를 굶더라도 CD 하나를 쌀 몇 킬로그램의 가격으로 산 적이 있습니다. CD를 살 것인가, 쌀을 살 것인가 하는 판단에서 CD를 산 것이죠.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소식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앞섰는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일방적인 체제 선전만 들어라, 그리고 우리가 알라는 것만 알라, 그런 규칙을 세워서 폭압적인 것을 만들었다는 자체는 북한 주민에게는 불행한 일이죠. 북한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북한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풀어놓는 순간에, 국제사회에 개방하는 순간에 북한은 아마 예상치 못한 군중의, 북한 주민의 깨달음을 통해서 일어나는 대규모적인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농후 하니까 언제까지든 개방 안 하려고 하죠.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거창한 구호와는 반대로 주민의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민들은 외부 세계에 점차 눈뜨면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이 최근 중동의 민주화 사태처럼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 대해 김흥광 대표도 아직은 북한 체제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폭압정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중심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아무리 주변 상황을 알고 국제 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한다고 해도 중동의 재스민 혁명 같은 게 일어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구조가 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정치범 수용소입니다. 나는 정말 이 사회에 분노가 있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데 내가 목소리를 냈더니 나만 잡아가는 게 아니라 내 4촌, 5촌 까지 다 정치범 수용소에 정말 끌려간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이 용기를 못 내는 겁니다.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한 북한에서는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안쓰러운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제가 겪어 봤지만..
그럼에도 김흥광 대표는 현재 북한이 처한 여러 상황, 즉 배급제 붕괴로 인한 혼란, 내일의 희망이 사라진 주민, 계급사회가 없어져 투쟁 동기가 사라진 사회 이런 점들을 보면 북한 체제가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배급을 정상적으로 주고 일자리를 주고 많이 주던 적게 주던 직장에 나가면 노임을 주고 그것으로 생계가 유지된다면 노동당 만세를 부를 수도 있는 게 사람이거든요 그러나 지금 배급제가 완전히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고 무상치료, 무상교육이라는 것도 명색뿐이고 본인이 시장에서 악착스럽게 노력해서 먹고 입고 사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니까 아무리 선전을 해도 그 선전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판단에서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고요, 지금까지는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고 계속들 얘기하지만 그 내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북한 주민에게 분명하게 머리에 와 닿는 거죠. 동시에 북한에는 당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여러 계층을 갈라놓고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충성 경쟁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날 그 계급의 구별이 분명치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 학교 학생들의 부모가 지주인가 자본가인가 구별이 없는 거죠. 다 사회주의 제도에서 태어나서 사회주의교육을 받은 그런 자녀들이니까 뭐 지주 자본가, 57개 계급구조가 안 나타나는 겁니다. 사회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계급투쟁,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명분을 없애버린 거죠 결국 이제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존재하는데 필수적이고 충분한 조건들이 없어졌다는 거죠.
북한 독재 체제에서 첨단 과학 분야인 컴퓨터를 공부하고 또 직접 대학 강단에서 컴퓨터 공학 분야를 가르쳤던 김흥광 대표는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정착한 후 지식인 탈북자들의 모임인 NK 지식인연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쳐 주는 여러 사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주민들을 가둬놓고 이를 비판하는 주민은 가차 없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면서 가혹한 독재 체제를 지탱해가고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점점 자신들이 처한 처지와 외부 세계에 눈떠가는 주민들로부터 이건 정말 아니라는 외침과 절규가 터져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그래서 앞으로 많이 의식되고 각성된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내 온 가족이 정말 멸살 당할지라도 이것만은 아니라는 그런 외침과 절규의 행동들이 일어날 수 있는 날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다만 한국이나 국제 사회가 그런 북한 주민들의 절규가 마음껏 표출되게 하기 위해서 어떤 형식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그런 중세기적인 폭압, 그리고 살육, 만행 이런 제도적 장치들을 없애는 데 힘을 좀 모아줘야 된다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변해야 산다' 오늘은 '아는 것이 힘' 편을 보내드렸습니다.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