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 사이] 한류, 북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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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남한의 영상물, 그러니까 주로 텔레비전 드라마를 얘기합니다만, 최근 들어 이런 영상물을 북한 주민이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철저히 폐쇄된 사회 북한에서 과연 어느 지역까지 또는 어느 계층에까지 남한 영상물이 퍼져 있는지 종합적으로 가늠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이런 궁금증을 탈북자들과의 심도 깊은 면담을 통해 자료를 정리한 책 '한류, 북한을 흔들다'라는 책이 얼마 전 나왔습니다. 오늘 서울과 평양 사이에서는 이 책을 펴낸 강동완, 박정란 부부 박사로부터 북한에 퍼져 나가고 있는 남한의 영상매체와 관련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과의 깊이 있는 면담을 통해 자료를 정리해 '한류, 북한을 흔들다'라는 책을 펴낸 이들은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박정란 협력연구원 두 사람입니다.

강동완 씨와 박정란 씨는 모두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부부 박사이기도 합니다. 2003년, 강동완 교수가 통일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있을 때 박정란 씨를 만나 지난해 5월 결혼했습니다. 박정란 박사는 지난 2006년 이화여대에서 북한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북한학 1호 박사이기도 합니다.

주민, 간부층까지 폭넓게 확산

강동완 교수는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주민뿐 아니라 간부층까지 남한의 영상물이 넓게 퍼져가고 있고 이런 현상이 북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강동완

: 무엇보다 북한의 주민이 남한의 영상매체를 보고 단순한 시청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행동의 변화라든지 아니면 북한 체제에 대한 정치적인 인식의 변화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나타남으로써 결국은 한류라는 것이 북한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박정란 박사는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남한의 영상물이 계층 간, 지역 간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북한 주민이 자유와 인간 본연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박정란

: 남한 영상매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서 계층 간에 교류와 이동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고요, 그리고 평안남도, 이런 내륙까지 영상매체가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과 전 계층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의식변화 면에서는 정치, 시민적인 권리.. 특히 자유주의에 대한 어떤 인식을 하게 됐다라는 것 그리고 사회, 경제적인 문화적인 의식 면에서도 권리 의식이라든지 어떤 의식의 전환을 가져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강동완 교수와 박정란 박사는 최근 북한에서 확산하고 있는 남한 드라마나 영화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100여 명을 만나 얘기를 들었습니다. 되도록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북한 9개 도 전지역 출신 탈북자를 안배했고 숫자가 적은 대신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장시간 깊이 있는 심층 면접을 했고 확인이 더 필요한 부분은 다른 탈북자에게 다시 확인하는 교차 확인 절차 등을 통해 좀 더 사실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강동완

: 아무래도 탈북자,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조사가 과연 북한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저희가 항상 받고 그것이 연구에서 고민인데요, 그런 점을 좀 보완하기 위해서 교차 검증을 하거든요 그래서 한 사람에 대한 조사를 바로 연구 내용에 반영하지 않고 그 사람이 얘기한 내용을 또 다른 북한 이탈 주민에게 서로 검증하는 그러한 나름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사실적인 부분을 대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저희가 심층 면접을 했는데 사실 심층 면접에서 이 정도의 숫자는 적은 숫자는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충분히 신뢰할만한 조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북 전역 확산에 시장경제 기능 작동

강동완 교수는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남한의 영상매체가 퍼져 나가는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살펴봤습니다. 강 교수는 철저히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남한 영상물이 퍼져 나갈 수 있는 요인으로는 역시 장마당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완

: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북한에서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남한 영상매체의 유통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어쨌든 북한에서 시장이 확대된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것이거든요, 시장의 법칙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있기 때문에 남한 영상물을 찾는 주민의 수가 많아지는 거고 또 국경지방에서 이런 남한 영상매체라든지 녹화기나 텔레비전 이런 것들을 내륙지방으로 가져가서 팔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요인들이 남한 영상물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요인들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요..

강 교수는 또 단속을 해야 할 주력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의 간부 부인이 밀수꾼을 통해 남한 영상물을 들여와 다른 지역에 있는 당 간부 아내들이나 친척들에게 판매하는 경로도 파악했다면서 이런 현상도 여러 지역으로 남한 영상물이 퍼져 나가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 영상물이 북한 주민의 의식 또는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박정란 박사는 계층마다 그 반응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렵게 사는 주민은 남한 영상물에서 보이는 남한 생활을 보면서 탈북까지 결단하는 계기를 갖게 될 수도 있고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정란

: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강한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의식 변화나 행동의 변화가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것보다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북한 내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똑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약간은 거기에 대해 배척을 하고 자기가 선호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성향을 볼 수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남한 영상매체를 봤을 때 너무 자기의 삶이 힘드니까.. 계속 군불을 때서 밥을 하는 그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너무 삶이 힘든데 어느 날 남한 영상매체를 보니까 거기서는 그냥 쉽게 가스를 틀더라는 말이죠, 그럴 때 몇 번 남한에 가있는 가족으로부터 탈북 권유를 받았을 때 정말 가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되는.. 탈북까지 감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정말 자유주의가 저런 것이구나,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뱉을 수 있구나 이런 게 자유주의구나 이런 것을 인식하게 되는 거죠.

다른 세상 경험 통해 지속적인 의식 변화

박정란 박사는 이런 북한 주민의 변화가 단기적인 차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민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그로 인해 언젠가는 북한의 계속되는 통제를 견디기 어려울 시기가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정란

: 그래서 저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이것이 단기간에 어떤 북한 주민을 결집해서 폭동으로 이어질 것이냐.. 물론 이런 문제도 중요하지만, 관심 깊게 봐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북한 주민의 정치의식의 변화와 더불어서 문화적인 부분에서의 변화, 어떤 의식주 문화, 여가 문화, 옷을 어떻게 입고 집안을 어떻게 꾸미고 생일파티를 어떻게 하고 이런 것들을 자신들이 선호하고 모방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이런 자유의 문화가 몸에 깃들게 될 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 계속해서 같은 통제를 가한다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지금처럼 견딜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북한의 새세대들 같은 경우에는 이런 통제가 계속될 때 그걸 견디기 힘든 어떤 인성 구조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박정란 박사는 남한의 영상 매체가 북한 주민에게 남한과 같은 자유로운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 자유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갖게 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정란

: 어떤 부분에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든지 어떤 근본적인 정치의식의 변화와 문화 행위 양식의 변화까지도 이끄는 점에서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에 대한 곡해라고 할까요, 저렇게 자유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가 보다 이렇게 약간의 환상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또 남한에 가면 노력하면 금방 치마폭에 돈이 들어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거나 하는 식의 남한 사회에 대한 오해나 자유주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는 측면도 있더라고요, 그런 의식을 가지고 또 남한에 왔을 때 그 환상이 깨지면서 마음의 충격과 상실감을 갖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순히 그런 환상 ,동경, 그런 부분들이 갖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할 점이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강동완 교수는 남한의 영상매체가 자유세계의 왜곡된 면을 전달하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 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강동완

: 북한 주민은 최소한 지금까지 왜곡된 정보로부터, 그러니까 당국이 일방적으로 부여해준 또는 주입한 그런 왜곡된 정보로부터 새롭게 남한을 알아가는 것이거든요, 그런 남한을 알아가는 것이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이런 거대한 것도 있겠지만 그냥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거고..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살아가지 않는 다른 세상이 있구나 하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어쨌든 북한 주민에게 남한 영상매체라는 것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어떤 창이 된다는 거고 최소한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의 영상물을 비롯한 남한 대중문화의 확산을 경계해 그동안 꾸준히 단속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단속과 처벌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박정란 박사는 말합니다.


박정란

: 심하게 통제를 하지만 다 빠져나갈 길들이 있다는 거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뇌물을 쓰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평소에 인맥 관리를 잘해서 눈감아 주기도 하는 그런 것들도 있고 또 기술적으로 영상매체가 발달하다 보니까 피할 길들이 생기는 건데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당장에 한 번의 단속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북한 사회 내에서 완전히 근절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한 대중문화 확산은 어두운 북한 밝힐 미래의 전력

박정란 박사는 북한 주민이 남한의 영상매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남한 사람의 삶과 비교하게 되면서 커지는 불만이 북한 사회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박정란

: 남한이 사는 모습, 자기와 똑같은 연령대의 사람들, 비슷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들과 너무도 다르다는 점들을 자꾸 비교하게 되면서, 비교 대상이 생겼을 때 더 불만이 생길 수 있고 같은 사회 내에서도 저 사람을 저렇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불만 의식이 더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경우에 같이 못산다, 남한은 더 못산다는 그런 인식에서 있다가 비교 우위 대상이 생겼다는 자체가 장기적인 경제 위기로 말미암은 사회 문화적인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이 3대 세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내년 강성대국 원년을 앞두고 있어 주민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통제와 단속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강 교수는 그러나 북한 체제의 이완된 틈새로 번져 나가는 남한의 한류는 언젠가 누군가 스위치를 올리면 환한 불이 들어오게 할 수 있는 전력에 비유했습니다.

강동완

: 한류 현상이나 북한 내부 이완의 틈새 구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미 많이 확산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위로부터 당국의 통제가 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아래로부터 이를 벗어나려는 어떤 균열이 틈새가 점점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깊이 관여된 간부라든지 간부들의 충성도 약화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북한의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능한가 아니면 시민혁명이 가능하냐는 그런 질문도 많이 받고 또 많이 궁금해하시는데요, 저희는 그것이 언제 어느 시기에 일어날 것이다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잠재적인 구조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거 같고요, 저희가 비유를 들어 보통 말씀을 많이 드리는데 전기 스위치를 켜는 순간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분명히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이 있었고 또 전기가 흐르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서 남한 영상매체의 확산이라든지 또는 북한 주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가 흘러가도록 하는 그러한 단계다.. 그래서 다른 요인과 결합하면, 누군가가 스위치만 당기면 북한의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불이 들어오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은 ‘한류, 북한을 흔들다’ 라는 책을 펴낸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강동완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협력연구원 박정란 박사 부부로부터 북한에 퍼져 나가고 있는 남한의 영상매체를 중심으로 얘기 들어봤습니다. 강동완 교수와 박정란 박사는 이번에 펴낸 책 ‘한류, 북한을 흔들다’는 사실 기초적인 실태 조사 수준에 머문 책이라며 조사대상도 늘려 좀 더 세분된 내용으로 다음 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