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 사이] "북 주민 인내 한계점, 폭발력 있다"

3월 27일 선군청년총동원대회에서 채택된 호소문에 호응하는 청년학생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3월 27일 선군청년총동원대회에서 채택된 호소문에 호응하는 청년학생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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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지난해 말 튀니지에서부터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의 거센 바람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뒤덮었을 때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은 그 체제의 특성상 민중 봉기나 혁명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철저한 감시와 정보통제, 공포 통치로 북한에서는 민주화 세력이 조직화 될 수 없다는 이유가 그 배경입니다만 이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쌓여온 주민의 불만이 일순간에 도화선이 돼 폭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지난해 말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대학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20대의 한 젊은이가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했습니다. 경찰 단속에 걸려 좌판과 과일을 모두 빼앗긴 후 선처를 호소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튀니지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거세게 몰아닥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23년 넘게 이어졌던 튀니지의 독재를 종식시킨 건 20대 노점상의 분신이었습니다. 대통령까지 해외로 망명한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아프리카 주변국은 물론 아랍지역 국가들까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 군중 시위 함성)

튀니지에서 번진 독재자 타도와 민주화 요구의 거센 불길은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를 무너뜨렸고 예멘 시리아, 리비아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습니다. 긴장한 나라들은 주변 아랍 국가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과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북한은 봉건적 세습체제, 극심한 경제난과 민심 이반 등 민중봉기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외국 언론이나 외국의 전문가들 시각도 아프리카와 중동에 불어닥친 민주화 시위가 북한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도 북한에서의 민중 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BBC 방송은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60년째 왕조적 지배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며 불만은 용납되지 않고 수만에서 수십만의 정치범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고 군대와 노동당 조직을 제외한 사람 대부분은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와 함께 방송은 혁명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민 봉기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학의 동아시아학부 교수이자 이스라엘의 원로 중동전문가인 메디치니 메론 교수도 아랍의 봄이 북한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달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론 교수는 그 배경으로 북한은 시리아처럼 시민봉기를 억압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중산층이 취약하며 경제적으로 빈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아랍국가들은 국민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케이블 텔레비전 등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정보통신 매체를 허락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들 정보통신 매체가 허용되지 않고 언론 매체에 대한 엄청난 장악력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주민 민주의식 실태와 민주화 방안' 토론회에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 지도부가 정치개혁과 정보개방 정책을 추진해 주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크게 높아지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체제개혁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무너지거나 달라지지 않고는 재스민 혁명 같이 주민들이 봉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북한은 지도력, 재화, 희망 등 3대 고갈에 직면

그러나 토론회에 함께 참석했던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이런 견해들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 주민 사이에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주민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찬일 소장

: 다른 학자들의 주장은 지금까지, 현재까지 김정은 시대 이전까지를 놓고 평가하는데 현재 김정은 세습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북한은 3대 고갈이라는 한 체제와 국가가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고갈 상태에 와 있습니다. 3대 고갈이 뭐냐면 첫째는 리더쉽, 즉 지도력의 고갈, 둘째는 재화의 고갈, 물질이 바닥난 거죠, 셋째는 희망의 고갈, 그래서 북한 사람 태반이 전쟁이나 확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소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혁명이나 어떤 봉기보다도 더 최악이 전쟁인데 혁명이나 봉기보다도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사람들이 인내와 모든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저는 북한의 현 상황을 보고 그런 진단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북한 통제력, 기력 잃어간다

안찬일 소장은 북한의 통제 체제가 예전과는 다르게 기력을 잃고 있다며 어느 한순간 폭발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찬일 소장

: 재스민 혁명도 어떤 시민이 폭행을 당했을 때 그것이 촉발 변수로 화약이 돼 폭발했듯이 북한 사회는 나름대로 기존의 노동당 통제, 국가안전보위부 통제, 그런 여러 통제망들이 거의 기력을 잃은 상태에서 그럭저럭 통제하고 있지만 만약에 이런 와중에 재스민 혁명과 같이 하나의 폭행 사건, 또는 총살 사건, 또 군인들에 의한 어떤 폭발.. 이런 하나의 도화선에 불이 댕기면 북한 사람들은.. 전쟁이 나서 잿더미가 되고 모두 몰살당하는 걸 바라는 사람들이 이 체제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을 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북한에 문명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안찬일 박사는 1979년 판문점 부근에서 북한군 민병대대 부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중 철책을 넘어 귀순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1997년 건국대학교에서 탈북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소장으로 있으면서 북한의 정치체제 전환과 경제적 개혁.개방의 방향 모색, 그리고 남북의 사회 통합 방안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선대 김일성 수령 때와는 달리 자금 부족으로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간부층으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고 그동안 무자비하게 숙청당했던 많은 불만 세력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합니다.

안찬일 소장

: 74년에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그때도 노 간부들을 대량 숙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선대 수령으로부터의 약간의 유산이 있어서, 금고에 돈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측근 정치, 선물 정치, 음악 정치 등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북한 체제를 작동시키고.. 그것이 지금 17년, 20년 가까이 왔는데 지금 김정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그 금고가 완전히 빈 깡통이 됐고 지금 북한은 돈 문제로 인해서 권력 내부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김정은이 20대 말의 이른바 청년 대장, 그들 말대로 청년 대장이 집권하면서 북한군 내의 허리가 되는 50대 중반 이상의 30년 이상 근무한 대좌급, 준장급의 중간 간부들을 대폭 군복을 벗겨서 밖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북한 내에서 무서운 불만세력으로 되고 있고 이 사람들이.. 그동안 군대가 선군정치 시대에 우대받고 특별대우 받았지만 그 우대와 특별대우도 해 줄 수 없을 만큼 재화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에 북한 사회는 지금 우대받는 계층도 특권계층도 없는 모두 불만계층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토양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그런 평가를 하게 된 것입니다.

당, 더는 안 믿는다

안찬일 소장은 당과 수령, 당과 지도자만 바라보고 충성을 다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노동당에 의지해 살아가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모두 장마당을 통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찬일 소장

: 한마디로 지금 북한에서 노동당에 기대하고 희망을 갖고 줄 서는 사람은 한 2만 명밖에 안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평양에 있는 로열패밀리나 특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지금 장마당에 줄 서고 돈에 줄 서지 노동당에 줄 서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로 낼 수 없고, 목소리를 내면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이런 것이 북한 사회주의는 사실상 이념적으로는 거의 종식되고 또 경제적으로도 장마당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보지만 아직도 기득권, 기존의 통치 체제와 구조가 변화되지 않다 보니까 그럭저럭 유지되는 그야말로 물리력만 가하면 무너지지만 물리력을 가할 수 없는 체제.. 그래서 우리가 정신적인 자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투하하면 북한도 쉽게 변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북한 주민이 믿을 건 돈밖에 없다는 풍조가 늘어나는 데 대해 안찬일 소장도 우려가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단계라고 안소장은 강조합니다.

안찬일 소장

: 네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물질 만능 주의가 너무 급속하게 전파되고 적자생존이 구조화해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갑자기 돌변하다 보니까 기존의 도덕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사항이지만 이 장마당 경제가 상인 계층 이런 시장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겪지 않으면 안 되는 초기 단계로서 불가피성도 우리가 인정해 줘야 된다 이런 측면도 고려해야 하겠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우리가 남한의 선진화된 자본주의, 상품 경제 이런 것들을 하루빨리 북한에 알려주고 전달하고 또 이식하는 이런 노력이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주민 사이에 일고 있는 변화를 주시하면서 앞으로 통일에 대비해 북한 주민을 올바로 이끌어갈 주역들이 탈북자들이라며 이들 통일 역군들을 양성하는 일이 통일 준비에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찬일 소장

: 72년 김일성 배지가 등장할 때 태어난 배지 세대와 또 고난의 행군 시대가 시작된 95년 이후 세대와의 중간 세대가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인데 이 사람들이 지금 30대, 40대 어간의 연령층을 구성하고 있고 이 사람들이 대거 탈북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와서 정착을 하고 또 공부를 하고 해서 인텔리화 되고 있고 엘리트를 향해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통일을 위한 역량으로서 결집화되고 일꾼으로 될 때 북한 사회에 줄 수 있는 영향이 대단히 크고 북한에 지금 이완되고 있는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세대들은 이런 탈북자들이 남한에 가서 이렇게 통일을 위한 세력이 되고 민주 시민이 돼서 북한도 민주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될 때 줄 수 있는 그 임팩트와 영향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북한 주민과 정권 구분은 동의

지난달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주민의 민주의식 실태와 민주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오히려 북한의 내부 결속만 다지게 하고 남북관계를 계속 냉각시켜 북한 주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는 급격한 외부로부터의 민주화 압력보다는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재개 등을 통해 적대적인 대외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북한도 내부통제를 완화하고 개방경제로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대응하는 대북정책에는 자신도 같은 견해라고 말합니다.

안찬일 소장

: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일방적인 견해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지금 뭐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예를 들어 어린이 분유 지원이라든지 의약품 지원이라든지 이런 부분적 인도적 민간지원에 대해서는 저는 부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이제 천안함 사과라든가 연평도 사과 이런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과를 받아내려면 결국 북한과는 물꼬를 틀 수 없다는 데 우리 모든 학자의 공통된 주장이기도 하고 그래서 일종의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압박할 것은 계속하되 일반 주민이나 고통 받는 어린이나 노인들이 누릴 수 있는 어떤 혜택에 대해 부분적으로 지원하면서 한쪽으로 물꼬를 트고 또 그것이 대한민국의 풍요로움과 정당한 이념을 북한에 전달한다는 뜻에서는 부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지난해 12월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북한 한류열풍 실태 토론회’에 참석했던 데일리 NK 손광주 편집인은 북한 체제는 일인 독재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 체제이기 때문에 한 부분이 무너지면 한꺼번에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손광주

: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것은 체제가 유지되고 보존돼 가는 과정에서 예컨대 다른 일각에서 사회 한쪽이 훼손되거나 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 자체가 다원화돼 있기 때문에 어느 일각이 무너져도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수령, 당, 대중이 수직체제가 기본이고 이것이 전체주의이기 때문에 어느 사회 한 부분의 일각이 취약하게 되면 그것이 전체적으로 미쳐서 한꺼번에 체제가 바뀔 가능성이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훨씬 높습니다.

손광주 편집인은 현재 북한에 유통되는 한류, 즉 남한의 대중문화나 외부 세계의 정보 유통이 이런 수직체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보의 특성이 수평관계, 횡적 관계를 지향하기 때문에 북한의 수령,당, 대중으로 이어지는 수직관계를 근본부터 허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안찬일 소장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외부 세계 정보를 들었습니다. 안 소장은 북한 정권이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무지에 머물게 해왔지만 이런 무지에서 깨어나면 변화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찬일 소장

: 폐쇄와 고립정책으로 인해 외부 세계 정보가 차단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껏 RFA라든가 VOA, 한국의 한민족방송이나 몇 개 채널이 북한에 많은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워낙 방해도 하고 그래서 제한적인 사람이 듣고 있는데 이런 외부의 개방된 정보가 들어가지 못해서 그렇지 그것이 앞으로 좀 더 열린다면 거기서 깨달음이 올 때 북한 사람들은 하나로 뭉쳐서 폭발력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지금까지 무지라는 수단을 이용해 북한 주민을 통제해 왔는데 어느 순간 외부 세계 정보가 들어가면 그것이 폭발할 수 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