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과 평양 사이 이장균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최근 중동에는 변화를 요구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을 통한 시장 경제 도입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도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체제 때문에 긴장하고 있고 유래를 찾기 어려운 3대 세습의 독재체제를 지켜가야 하는 북한은 내심 그 긴장의 정도가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3대 세습의 체제 안정이 시급한 북한의 권력 중심 평양에 여러 종류의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있고 이들 바람이 북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3대 세습 유지 위한 돈바람
유호열 교수는 평양에 어지럽게 부는 여러 바람 가운데 첫 번째로 돈바람을 들었습니다. 물론 이른바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호언장담한 내년 2012년을 코앞에 두고 주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할 다급함 때문으로 보이지만 일단 그동안 흉물스럽게 서 있던 유경호텔 외관 공사를 마무리했고 대대적인 아파트 건설에 나서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는 돈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유 교수는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전반적으로 평양의 외관도 좀 달라지면서 최소한 평양에서는 그런 걸 하나의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또는 하나의 전시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평양의 돈바람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집트 통신회사나 최근 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호열 교수는 보고 있습니다.
유호열 교수
: 유경호텔도 20년 몇 년 만에 이게 겨우 외관공사를 그것도 북한의 휴대전화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오라스콤 회사가 자금을 지원해서 외관공사를 하고 내부도 전체 층을 다하기에는 활용도라는 면에서 아직은 그렇고.. 그래서 일단 부분적으로 개관하려는 그런 작업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또 실제로 북한이 남한과의 경협이 중단된 상황에서 어쨌든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고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것이 광물자원인데.. 특히 무연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수출량을 지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정 정도 자금이 유통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어요
유호열 교수는 북한이 평양 새 단장에 나선 배경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어쨌든 후계구도와도 연관되고 내년도 강성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김일성 100주년 그런 의미도 있지만 김일성의 손자로서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김정은 체제의 서막을 알리는 정치적 정당화 노력도 함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문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융통하는 그런 결과라고 봅니다.
국가적 자본 투자로 이루어지는 평양의 개발 사업과는 별도로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장마당과 같은 곳에서 번지고 있는 낮은 단계의 시장경제 확산은 주민들로 하여금 돈에 의존하게 하는 또 다른 돈바람일 수 있다고 유 교수는 지적합니다.
유호열 교수
: 중국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면서 낙후됐던 동북 삼성, 북한과의 접경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그쪽으로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장마당이 형성되는 것도 대개 접경지역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중국 쪽에서 흘러들어 오는 물품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그것이 북한 내에서의 시장 활성화 부분이 될 수 있고요, 그것이 결국은 북한 사회에서 어떤 유통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이른바 자본주의적인 방식, 돈에 대한 선호도 이런 것들을 가져온다고 봅니다.
거세게 부는 중국 바람 – 동풍
북한에 불고 있는 두 번째 바람으로 유호열 교수는 동풍, 즉 중국 바람을 들었습니다. 유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년 사이 중국을 세 번이나 방문한 데 이어 중국 고위층 방문단의 평양 방문이 늘고 있고 후진타오•김정일 정상회담 합의문이나 북•중 우호조약 50주년 기념행사를 보면 양국 간 교류협력은 역대 최절정에 달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북한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고 그런 중국이 급성장을 하고 있는, 그래서 중국 나름대로 여력이 생겼다는 게 전반적인 구조적 요인이 되고요, 그런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나선 경제특구라는 지역의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일종의 출해권을 중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문호를 열어줄 수밖에 없는 나진항이라든지 아니면 나선 지역에 중국이 도로나 철도를 연결하고 항구까지도 조차하는 이런 중국의 영향력이 나선 지역을 통해 확대되는.. 그 지역에 대해 중국이 갖고 있는 관심은 일차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익도 있지만 그 항구를 통해 중국이 정치적 또는 군사적, 외교적인 그런 기반을 동쪽 지역에도 확보하는,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중국의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형식의 중국 진출이 되는 것인데요.
유호열 교수는 중국과 북한이 가까워지는 배경에는 서로가 필요한 조건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중국식 개혁, 개방 쪽으로 유도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정치적으로도 중국은 주변에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있는 것이 자기들 국가 이익에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그런 북한이 지금처럼 그렇게 폐쇄되고 경제가 열악한 상태로 놓여 있는 것보다는 중국식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 개방을 해서 경제도 좀 발전하고 또 그만큼 체제의 안정성이 늘어나는 것 이것이 중국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북한의 모습이죠. 그래서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일 위원장과 최근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때마다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북.중간의 긴밀한 소통 문제, 경제 협력의 강화, 그러면서 그 배경은 결국 중국식의 성공모델을 북한도 이제 수용하도록.. 더구나 원자바오 총리 같은 경우는 특히 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거의 공개적으로 북한에 중국의 경험을 전수하고 싶다, 또 전수하려고 하는 그런 여러 가지 발언들을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전달하고 있고 .. 지속적으로 그런 요구랄까 압박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유 교수는 북한이 냉전 시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유호열 교수
: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대안 세력을 찾으려고 하는 그런 외교적 노력을 하거든요, 과거에는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중하지 않는, 그래서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써왔는데 중국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거기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미국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관심 사항은 역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번에 6자회담 남북 간 수석회담도 하고 그런 것을 하나의 핑계라 할까요, 하나의 성과로 미국 측에 제시하면서 접근하는..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좀 더 우호적인 대접을 받고 중국으로부터 확고한 보다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일종의 카드화 하는 중국과의 관계에 활용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보고요.
서방세계로부터 부는 서풍
유호열 교수는 북한에 부는 또 하나의 바람으로 서방세계로부터 서서히 불어오는 서풍을 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 특히 서방세계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를 3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모니터링, 즉 분배 감시를 강화하고 지원조건을 엄격히 규정하긴 했지만 세계식량기구(WFP)의 권고에 호응해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유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또 최근 대표적인 서방 언론의 북한 진출도 북한에 부는 서풍을 예고하고 있다고 유 교수는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그동안 중국, 일본, 러시아 이런 나라들 통신사가 평양 지국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미국과 영국 이런 서방 세계 대표적인 통신사들이 평양에 지국을 개설하면서 보다 많은 북한 내부의 정보 또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북한에 전달하는 그런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자기네들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도를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그런 서방 세계의 접근을 통해서 새로운 지도부, 김정은 후계자가 갖고 있는 캐릭터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CNC로도 대표되지만 과학화, 현대화 또는 세계화 이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서방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정당화 하려고 하는 그런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권력재편에 따른 피바람
유호열 교수는 네 번째 바람으로 권력 재편 과정에서의 평양발 피바람을 들었습니다. 김정은 후계구도는 세습에 의한 권력이양이지만 아버지 김정일과 아들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 암투 서막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호열 교수
: 북한의 핵심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우리가 다 확보하거나 검증할 수는 없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북한 상층부 간부들의 이동이랄까 퇴진, 이런 양상들을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고위직에 있는 인물들의 교체라든지 또는 불명확한 이유로 해서 사망을 하거나 이런 부분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키기 위한 핵심 측근들의 재편, 이런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피바람이라고 얘기했습니다만 그런 것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그렇게 보는 것이죠.
진원지를 달리하는 여러 바람이 어지럽게 부는 가운데 평양을 비롯한 북한 여러 지역에는 남쪽으로부터 불어 올라가는 남풍, 즉 한류 바람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호열 교수는 한류 바람으로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과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는 있지만 기득권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일반 주민은 남한 사회가 자신들을 책임져 줄 수 있는가 하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어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결국은 자기들 기득권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층부를 안심시킬 수 있는 그런 정책이 있어야 하고 또 밑에 있는 일반 주민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과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에 그것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있는데 그렇게 했을 때 과연 자기들에게 정말 남한 정부나 남한 사회가 제공할 것인가 그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그런 남한의 정책이나 남한 주민의 인식 변화 이런 것들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북한에 다양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북한에 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바람은 역시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바람, 민주화 바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호열 교수는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이 북한까지 미치기에는 아직 북한 내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개혁, 개방으로 나아갈 잠재력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호열 교수
: 지금으로서는 중동의 재스민 혁명이 바로 북한에 형성되기에는 외부와의 접촉이라든지 또는 북한의 통제 수준이라든지 또 북한 주민들의 대외적인 인식,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아직은 북한의 어떤 변혁의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았는데 그러나 북한이라고 하는 곳은 한쪽으로는 남한, 한쪽으로는 시장 경제의 최첨단을 가고 있는 중국, 이 틈새에 있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굉장히 빠른 수준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북한 내 주변 환경이라든지 또는 북한 주민들의 인지도의 수준으로 볼 때 북한에도 최소한 중국식의 변화를 열망하는 그런 분위기는 생겨날 수 있다, 마치 중국이 등소평 같은 뛰어난 지도자가 방향을 설정하고 중국을 시장 경제로 만들었지만 그 배경에는 수많은 중국 인민들의 개혁, 개방에 대한 열망이라든지 합리성, 이런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면 북한 주민도 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계기가 주어지고 어떤 상황이 올 경우라면 북한에 지금보다는 훨씬 다른 체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그런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봅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며 현재 북한에 다양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유호열 교수
: 그동안에는 철저하게 외부 세계와 차단되고 중국과의 관계도 유일한 대외 창구지만 상당 부분 막혀 있었는데 지금은 신의주에 가서 단동을 보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고층빌딩이라든지 이런 것을 다 물리칠 수는 없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오는 그 상황 자체가 과거와는 굉장히 다른 상황이다, 그 바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우리가 대략적인 방향은 예상합니다만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되겠지만 적어도 바람이 도처에서 지금 불어오고 있다고 하는 것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