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② 브루킹스 연구소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미국에는 미국 정부의 국내 정책은 물론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기관들이 있습니다. 흔히 싱크탱크(think tank)라고 불리는 ‘두뇌집단’이 바로 그런 기관들입니다. 주간 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에서는 역대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연구소들은 물론 이런 연구소들이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에 관해 살펴봅니다.

0:00 / 0:00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있는 매사츄세츠 거리는 외교가로 유명합니다. 거리 양쪽에는 한국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해 각국의 대사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 양쪽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사관 말고도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민간 싱크탱크, 즉 연구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93년 전통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언론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감시하는 비정부 기구인 FAIR란 단체가 지난 한 해 언론에 인용된 싱크탱크의 빈도수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브루킹스 연구소가 각종 매체에 2천166번으로 가장 많이 인용됐습니다. 2위를 차지한 미국기업연구소의 인용빈도수가 985회인 점을 감안할 때 브루킹스 연구소의 인용 빈도수는 두 배를 넘습니다. 싱크탱크 연구의 권위자인 제임스 맥간 펜실베니아대학 교수가 집계한 미국 상위 30개 싱크탱크의 순위에도 브루킹스 연구소는 재력과 연구인력, 평판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시초는 1916년 몇 명의 사회 개혁가들이 모여 공공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연구소'인데요. 당시 후원가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브루킹스 씨가 정부 연구소의 자매기관과 합치면서 1927년 그 이름을 '브루킹스 연구소'로 바꿨습니다. 오늘날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내 싱크탱크로선 가장 많은 2백여명의 연구진과 연간 6천만 달러의 예산을 자랑합니다. 연구진 가운데는 전직 관리들은 물론 대학교수, 언론인, 비정부 기구 인사 등 다양합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정치적으론 좌도 우도 아닌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이곳에서 지금까지 펴낸 각종 출판물도 2천종이 넘습니다.

이처럼 연구 인력이 풍부하고, 연구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이 튼튼하다보니 다루는 연구 주제도 광범위한데요. 브루킹스 연구소는 국내 경제 문제와 안보정책 문제는 물론 대외 정책과 세계 경제 등 5개 분야로 나눠 주요 현안에 대한 각종 분석 보고서를 내고 토론회를 벌입니다. 그러다보니 브루킹스 연구소에선 하루에도 몇 개씩 토론회가 진행될 때가 많습니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서울대 신성호 교수는 브루킹스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신성호: 일반적으로 얘기해 미국 내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큰 연구소라 규모 면에서 제일 크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는 주제와 영역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데 이게 가장 큰 장점이다. 따라서 거기서부터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나온다. 안보 아니면 동북아나 특정 지역, 주제별에서 크게 5개, 외교 뿐 아니라 국내문제도 다루고 있다는 점, 지역 면에서 동북아나 아시아나 유럽, 중동 뿐 아니라 여타 전 세계 지역을 다루는 전문가가 여기에 있다 보니 연구소 내부적으로 활발히 교류하는데서 오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브루킹스 연구소가 진행하는 연구 활동들 가운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곳이 연구소 산하의 동북아정책연구센터(CNAPS)입니다. 지난 1998년 설립된 동북아정책연구센터는 동북아시아와 미국이 함께 직면하는 정치, 경제, 안보 문제를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미국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관을 지낸 리처드 부시 박사가 소장을 비롯해 제임스 굿비 전 대사와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바우, 그리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온 10명의 연구원이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거친 객원 연구원 가운데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와 대북교섭담당 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등도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센터는 올 가을부터 전통적인 안보 분야에서 ‘에너지 안보’로 연구의 폭을 확대했고, 내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뿐 아니라 몽골과 베트남에서도 객원 연구원을 초빙할 계획이라고 이 센터의 아일린 장(Chang) 씨의 설명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서울대 신성호 교숩니다.

신성호: 동북아정책연구센터에는 리처드 부시 소장도 있고, 전문가들도 있고 저희같은 학자도 있고 초빙해 서로 간에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종합적으로 미국 내 미국과 관련 있는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정책센터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한미동맹이나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해 각종 보고서를 내는 일 말고도 공개 혹은 비공개로 정책 토론회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반도 최대의 안보현안인 북한 핵문제는 토론회의 단골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자리엔 종종 국무부와 국방부 등 미국 정부 내 유관부처의 실무자들이 참석해 토론회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는데요.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8일에도 한미 동맹 토론회에는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도 참석해 한미 안보문제에 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동현(Tong Kim)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의 설명입니다.

Tong Kim: 옛날에는 한국 문제를 잘 다루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직접 다루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한미동맹과 한미동맹이 앞으로 취급해야 할 새로운 분야, 즉 초국경적인 문제들인 테러문제와 전염병 확산문제, 또 우주에서의 한미 협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발표가 있었고 질의응답이 있었다.

국무부 정책기획국 국장과 북아일랜드 특사 등 공직은 물론 외교협회(CFR)와 같은 싱크탱크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이 있는 미첼 리스 윌리엄 & 매리 법대 교수는 싱크탱크의 힘은 해당 싱크탱크 출신의 인사들이 행정부에 진출할 때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Dr. Mitchel Reiss: It's not the report or papers that had influenced, but doing the work, being familiar and up to date has been very helpful when these people have transitioned into the government from the think tanks... (과거 행정부에 영향을 실제 미쳤을 때는 싱크탱크가 내는 보고서나 논문이 아니라 그런 연구작업을 해온 인사들이 정부에 진출했을 경우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예를 들자면 보즈워스 대사나 게리 새모어, 커트 캠블 같은 분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보즈워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퇴임 후 미일재단 회장으로 있다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뛰고 있고, 게리 세모어 씨는 저명한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부회장으로 있다가 지금은 오바마 행정부의 비확산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커트 캠블 씨도 민간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으로 있다가 지금은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 싱크탱크 시절 북한과의 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한 외교 기조를 주창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브루킹스 연구소 출신은 아니지만, 오바마 행정부 안에는 브루킹스 인맥이 적지 않은데요. 대표적으로 행정부의 예산을 총괄하는 피터 오스자그 백악관 예산국장, 대북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가 있고, 특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으로 있는 제프 베이더 씨는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연구 국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물론 브루킹스 연구소 출신의 인사들이 오바마 행정부에 진출했다고 해서 브루킹스의 영향력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이들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브루킹스를 포함한 싱크탱크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인 신성호 서울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신성호: 여기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긴 힘들지만 여기 있던 연구원들이 백악관에 이를테면 국가안보회의에 들어가 있는데, 제프 베이더 같은 분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종종 이쪽에 현안 문제가 있을 때 여기 전문가와 공식, 비공식으로 자주 접촉해 의견을 묻고 있어 충분히 서로의 의견이 전달될만한 통로가 개설돼 있고, 그런 점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편, 신성호 교수는 특히 브루킹스 연구소에 있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모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주간기획 <미국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