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⑦ 미국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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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의회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독자적인 연구 활동으로 이름난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관해 살펴보고, 이곳에선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다루지에 관해서도 알아봅니다.

미국평화연구소는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처럼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는 연구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 연구소는 미국 의회의 재정지원으로 관계 법령에 따라 1984년에 공식 출범했는데요. 국제사회의 평화 건설과 유지, 분쟁 방지를 위한 연구 활동이 주목적입니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각 분야에 7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국내외 관련 기관과 연대를 맺어 연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미국평화연구소는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어느 당파에 치우치지 않은 채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소가 '한국실무단(Korea Working Group)'를 오래 전에 별도로 조직할 만큼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도 연구도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국평화연구소에서 '한국실무단'의 단장은 이 연구소 소장인 리처드 솔로몬 박사이지만, 실질적으로 존 박 선임 연구원이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인 박 선임 연구원은 한국실무단의 설립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Dr. John Park: It was originally put together at the request of Sec. Bill Perry, so that has a long history... (실은 한국실무단은 빌 페리 전 국방장관의 요청으로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1990년대 당시 북한 핵문제로 동분서주하던 페리 전 장관이 일단의 전문가들과 비공개로 허심탄회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게 취지였다. 여기엔 전직 관리들과 연구소 사람들과 다른 기관의 분석가들도 참여했다.)

방금 존 박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에 관해 잠깐 설명을 드리지요. 페리 씨는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국방장관을 지냈는데요.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던 1998년 11월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됐습니다. 그는 약 1년 간 북한 핵문제 전반에 관해 검토 작업을 벌여서 이듬해 9월 북한 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담은 페리 특별보고서를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페리 조정관은 이 보고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실무단 모임을 통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실무단은 모임의 성격 상 철저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야 전, 현직 관리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문제에 관해 견해를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존 박 선임연구원입니다.

Dr. John Park: We work closely to have closed meetings and things like that, where we can interact very freely and frankly with our colleagues in the government...(우린 비공개 모임 등을 가지려고 긴밀히 노력하는데 그런 자리를 통해 아주 솔직하고도 자유롭게 정부 측 인사들과 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공식 회동에 참석하는 정부 관리나 학자들에게 우리의 견해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또 이런 자리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소상히 설명하고, 아주 포괄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처럼 미국평화연구소의 한국실무단이 주력하고 있는 모임은 정부 인사와 연구소 인사들이 참석하는 일종의 민관 합동토론회입니다. 실례로 2007년 2월13일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를 골자로 한 미국과 북한 간 합의가 나오자 한국실무단은 일련의 비공개 모임을 통해 합의에 따른 핵심 쟁점들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는 존 네그로폰데 국무부 부장관과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백악관 아시아 국장인 빅터 차 박사 등 행정부 인사들과 핵과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씨와 데이비드 애셔 박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현역 관리들과 해당 분야의 최고 민간 전문가들이 비공개 모임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대응책을 강구한 것입니다. 이 같은 한국실무단은 워싱턴의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올해 5월 출범시킨 코리아 체어, 한국부가 발족한 ‘고위정책단’(Senior Policy Group)과 비슷합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 연구원은 이런 민관 합동토론회를 지금도 4~6주에 한 번 꼴로 열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비공개 원칙을 들어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실무단은 올 해 들어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북한 현안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가졌습니다. 또 종종 행정부 측에게서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주요 현안과 관련해 분석 의뢰를 받기도 합니다. 박 선임 연구원입니다.

Dr. John Park: And the one we had with David Albright as author was about nuclear disablement... (한 예로 우린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트와 함께 펴낸 보고서가 북한의 핵불능화에 관한 것이었다. 6자회담에서 이게 문제가 됐을 때 핵불능화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때 올브라이트가 핵불능화의 구체적인 부분에 관한 보고서를 냈고, 이 보고서는 6자회담에 관여하는 미국 정부 협상대표단에 회람됐다.)

박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실무단은 미국 내 다른 연구소들이 하는 한반도 관련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기도 하고, 비공개 모임에 주요 참석자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실무단의 비공개 모임에는 미국 정부 관리는 물론이고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해당국 관리들도 참석한다.

Dr. John Park: I think it's helpful for the various people to be involved and exchange views...(각층의 사람들이 이런 모임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우린 갖가지 모임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을 행정부 측에서 받는데, 그건 다시 말해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하는 비공개 토론회에 종종 참석한 경험이 있다는 래리 닉시 미국 의회조사국(CRS) 아시아 전문가는 이런 모임이 유용하다고 말합니다.


Dr. Larry Niksch: These meetings are generally useful. They often have interesting speakers...(일반적으로 말해 이런 모임이 유용하다. 흥미로운 연사들이 나올 뿐 아니라 종종 정책 당국자들도 나온다. 다루는 화제도 흥미롭다)

그러나 닉시 박사는 이런 모임에 나오는 정책 당국자들이 대개는 나름의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어서 이런 모임에서 나온 내용이 실제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주는지는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실무단을 실무적으로 책임진 존 박 선임연구원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북한 핵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같은 주요 신문에 기고하는 것은 물론 CNN, BBC, NPR같은 주요 방송에도 출연해 미국 내에서도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평화연구소와 이 연구소 내의 한국실무단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