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의 실패한 경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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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김정일의 실패한 경제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겠다는 김일성 주석의 오래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도 약 125만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은 여전히 영양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국제 기구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해 단행한 장마당 통제와 화폐 개혁으로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북중 국경지역의 소식통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정권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이례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주민들에게 "다시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며 총돌격하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개혁개방 조치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만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류길재 교수는 북한이 사회주의 틀 안에서 어떤 경제 정책을 내놔도 결국에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길재: 협동화를 통해 농업 생산을 한다는 이 사회주의 시스템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농업과학연구소 연구원 출신 탈북자 이민복씨도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주의 체제에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민복: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른 문제가 아니라 체제적 문제입니다. 이미 공산주의가 그걸 증명해준 것이고 그걸 우기는 나라에서는 어떤 방법이든 백해무익한 것이고, 중국식 개혁 농법으로 바꿔야 해결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50일 전투나 100일 전투와 같은 경제 논리를 완전히 무시한 대중 증산 운동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히려 이 기간 전투에 동원되느라 생업에 종사 하지 못한 주민들은 불만이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몇차례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1974년 후계자로 추대된 직후 '3대 혁명 붉은 기 쟁취운동', '70일 전투', '속도전' 등 운동을 밀어붙였다가 설비 부족과 주민 혹사, 인력 낭비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분석입니다. 급기야 80년대 말 옛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자 배급 제도를 비롯한 사회주의 계획 경제는 작동을 멈췄고, 90년대 중반에는 자연재해까지 닥치면서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2002년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해 7월 1일 이른바 7.1 경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중국식 개혁 개방과는 동떨어진 정책으로 주민들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단행된 북한의 화폐 개혁은 벌써부터 물가 폭등을 비롯해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경험한 일련의 실패한 경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감하게 수정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같은 점이 북한의 향후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 연구원은 북한은 주민들을 위한 ‘인민 경제’는 뒷전으로 하고 김 위원장의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궁중경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나아지기 힘들다고 분석했습니다.

김광진: 북한의 인민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외화 자원을 김정일이나 ‘김정일 궁정경제’가 독식한다는 점입니다. 외화벌이와 그 배분, 또 투자를 ‘김정일 궁정경제’가 독식하기 때문에 이 외화자원이 인민생활이나 국가 경제회복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북한이 노동당을 창건한 지 6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은 김 주석이 백살이 (100세가) 되고 김 위원장이 일흔 살이(70세가) 되는 2012년을 목표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쌀밥에 고깃국 먹는 일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앞에는 이제 ‘사회주의의 낙원’이 아닌 '만성적 식량난을 겪는 나라', '최악의 인권 탄압국'이라는 딱지만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