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장성택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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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김정일의 수명과 후계자 문제에 대해 관련자들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2월 3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 민주당의 장상 최고 위원 그리고 탈북자와 인권 운동가 등과 비공개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 논의했으며 그 과정에서 김정일의 남은 수명이 5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김정일의 나이와 병력을 감안할 때 그의 수명이 몇년 남지 않았다는 캠벨 차관보의 언급은 그리 놀랄만한 뉴스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 북한의 권력을 누가 잡느냐하는 문제입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차기 후계자로 김정일의 셋째 아들 정은을 지명하고 후계구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남 김정남이나 집단 군부체제, 혹은 제 3의 인물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끝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여러가지 예상 각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중앙당 행정부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사후에 차기 북한의 권력자가 누가 되든지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의 김광진(Kwang-Jin Kim) 방문연구원은 실제로 지금 북한에서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후계구도 준비가 한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을 후계자로 세우는 3대 세습의 가능성이 가장 크며, 이 경우 지지기반이 약한 김정일의 아들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아래, 장성택을 내세워 지지세력을 형성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김광진

: 김정일의 세 아들 가운데 누가 되든지 장성택은 일정 기간 과도기에 섭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의 아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가 안되고 다른 권력이 들어서더라도 장성택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특히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목된 셋째아들 김정은의 경우 올해나이 겨우 20대 후반으로, 아버지처럼 장기간에 걸쳐 권력 승계를 준비해 오지도 않았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름 조차 생소한 인물입니다. 게다가 경력도 없어서 딱히 내세울 만한 공적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북한이 전격적으로 실시한 화폐개혁 이후 나타난 북한 주민들의 반발과 동요를 보면 그동안 우상화 교육으로 무장되 온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도 예전같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고 정은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든든한 지지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김정일은 그 지지세력 구축을 담당할 인물로 자신의 하나뿐인 친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을 적임자로 꼽았다는 설명입니다.

남한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말입니다.

양무진

: 김정일이 후계자를 만약에 내정하면, 장성택을 중심으로 50대, 60대의 중심 세력, 다시 말해서 김정각이나 김격식, 이러한 후계자에 대한 충성 그룹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습니다.

장성택은 오래 전부터 북한의 권력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장성택은 김정일과 인척 관계를 맺고 있을뿐 아니라 중앙당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으로 당과 군에서 지지기반도 든든합니다. 남한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에서 다음으로 권력을 쥐게 될 인물로 장성택이 가장 유력하다라고 공개적으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권력의 탄탄대로를 걷던 장성택은 2004년 비리와 파벌을 만드는 일이 문제가 되어 7-8 명의 장성급 군인들과 함께 지위를 박탈 당하고 한때 실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2년 후인 2006년 1월 근로단체 및 수도 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임명되더니, 2007년 10월 당내 핵심부서인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복귀했습니다. 김정일 정권에서 한번의 실각을 경험하고 권력의 쓴 맛을 본 장성택은 이제 김정일의 후계자를 위한 정권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권력의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왔음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이 김정일의 사후에도 차기 후계자를 계속 지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과연 장성택은 김정일이 죽은 뒤 그 아들이 서서히 권력을 장악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바뀌어 다른 세력을 지지할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권력을 잡을지 여부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김정일 이후 북한의 권력 구도의 변화에 있어서 장성택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