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축구 감독이 된 김정일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열렬한 가극 작가, 전문가도 놀란 컴퓨터 박식가, 골프 천재. 세계적 패션 선두 주자… 모두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우상화를 위해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최근 김정일은 여기에 또 하나의 수식어를 갖게 됐습니다.
미국의 ABC 방송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에서 김정일이 직접 개발한 '눈에 보이지 않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한 선수단에게 직접 전술 지시를 했다는 보도를 전하며 김정일이 신형 휴대전화를 만든 발명가이자 축구 전술가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브라질과의 첫 경기를 끝낸 다음날인 17일 미국의 운동 전문 언론사인 'ESPN'과의 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팀이 지도자 장군님으로 부터 직접 경기 작전에 관한 조언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감독은 이같은 신형 휴대전화를 장군님이 직접 개발했다고 말했다고 'ESPN'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ABC 방송은 김정일은 앞서 지난 2004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햄버거, 고기겹빵을 발명했다고 주장한 바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전화는 김정일의 최신 발명품이 되는 셈이라고 비꼬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에 대한 우상숭배 차원에서 줄곧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에 김정훈 감독의 이번 발언이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수년 전 김정일이 서양 운동인 골프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가라고 소개한 북한 언론의 보도는 지금까지도 국제사회에서 김정일을 풍자할 때마다 소재로 이용될 정도로 당시 화제였습니다.
당시 북한의 관영 언론은 김정일이 처음으로 골프를 쳤던 1994년, 여러차례 홀인원을 해 모두 34언더파 혹은 38언더파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골프란 닭알보다 작은 크기의 공을 기다란 막대기로 쳐서 일정거리에 위치한 작은 구멍에 넣는 서방 사회의 대표적인 운동으로, 골프공을 쳤을 때 단 한번만에 정해진 구멍에 들어가는 경우를 '홀인원'이라고 부릅니다. 그 거리는 대강 180야드에서 200야드 그러니까 약 180미터 정도 입니다.
김정일을 골프 천재로 묘사한 북한의 보도가 나가자 외신들은 일제히 엉터리 주장이라며 조롱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 신문은 이런 북한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전문적으로 골프를 치는 선수들조차도 평생 한 번 하기 쉽지 않은 홀인원을 김정일은 골프를 시작한 첫날, 그것도 서너번씩이나 성공하는 세계 '최우수 골프 선수'라며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교양방송인 NPR 라디오 방송도 인기 퀴즈 프로그램(질의 응답 방송)인 '기다려, 기다려, 말하지마(Wait, Wait, Don't tell me)' 2008년 9월 13일자 방송을 통해 김정일은 북한의 지도자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데 어느것이 정답일까요?란 문제를 출제해 김정일의 과장된 골프 실력을 비꼬았습니다. 문제를 맞추기 위해 출연한 청취자들은 김정일이 세계적인 골퍼로 첫 골프 경기에서 이글을 잡고 이후 5개 홀에서 모두 34언더파를 기록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정답임을 알자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일의 능력은 축구, 골프, 발명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음악과 영화, 정보기술, 군사, 정치에 이르기까지 천재가 아닌 분야가 없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가극은 대부분 김정일이 직접 창작 지도해 완성됐으며 유명한 영화도 김정일이 감독했습니다. 김정일은 이미 5살 때 혁명 가곡을 풍금으로 연주했고 7살때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은 짙은 회색의 인민복만 줄기차게 입는 김정일의 옷차림까지 세계의 유행을 주도하는 패션의 선두주자라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4월 7일자 보도에서 김정일의 수수한 잠바옷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특유한 유행복이 되고 있다며 익명의 프랑스 패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식 유행'은 인류 역사상 그 전례를 찾아볼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언론들은 세계적 유행이라는 김정일의 복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주장은 근거없는 선전 보도라고 일축하고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김정일이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해 항상 부풀린 머리 스타일을 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일의 복장은 신체적 결함을 최대한 숨기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영국의 '더 선'지는 북한 노동신문의 "김정일의 패션 스타일이 세계적인 유행을 예감한다"라는 최근 보도를 전하며, 이 말을 남긴 사람은 '신원 미상의' 프랑스 패션 전문가이며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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