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빛바랜 김일성의 후광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4년 7월 8일 북한의 수령 김일성이 사망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북한은 올해도 이날을 맞아 16년 전 그때처럼 추모행사를 대대적으로 열고 주민들에게 참여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언론들도 이날 하루 종일 주민들의 참배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일성의 추모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일성의 추모 행사를 이처럼 강조하는 것에 대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그의 아들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구축을 앞두고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남한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 김정일 입장에서 김일성의 존재가 북한의 주민들에게 갖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물론 그것이 오랫동안 김일성을 신격 존재로서 우상화 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죠. 다시 말하면 김일성의 이미지를 지우기 보다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김일성의 영생론을 지금까지 강조하고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의 영생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북한의 노력 덕분에 김일성은 지금도 금수산 기념궁전에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습니다. 북한 전역에 걸쳐 ‘위대한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란 문구가 거리마다 건물마다 심지어 산꼭대기 바위 위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마음 속에는 정작 김일성이 더이상 영원한 수령으로 남아있지 않아 보입니다. 탈북자들은 김일성이 사망한 날이면 대성통곡하던 순박한 인민의 눈물도 최근에는 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탈북자 김혁 씨는 매년 7월 8일만 되면 이밥에 고기국을 먹여준다던 김일성의 유훈이 떠오른다고 말하고, 김일성이 죽은 뒤 북한 당국의 우상화 교육은 더 강화되었고 이밥에 고기국은 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다며 지난 16년이 악몽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특히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 시절 김일성의 시신을 안치한 금수산 기념궁전의 건설을 위해 주민들로부터 노동력과 갖가지 충성품을 착취했다며 비난했습니다.
김혁
: 자기 아버지 시신 꾸리는데 8억 달러가 들었는데 8억 달러면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이 돈이 없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일성이가 죽고 자기가 장악하는 과정에 방법으로 쓰지 않았나 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씨의 말처럼 금수산 기념궁전을 건설하는 데 8억 달러가 들었다는 얘기는 황장엽 전 조선 노동당 비서가 남한에 망명하면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황 전 비서는 당시 건설 비용에 들어간 돈이 미화로 8억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공사가 진행되었던 94년 95년도는 식량난이 가장 심했던 시기로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했더라면 주민들의 대량아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김일성의 시체를 보전하는 데에도 매년 수십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김일성의 시체의 경우 러시아의 전문가 7명의 의해서 시체 보존 작업이 완성되었는데 이때 든 비용이 약 100만 달러라고 합니다. 그리고 1996년 7월 북한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의 한 관리는 북한의 노동당 간부로부터 김일성의 시신 관리를 위해서만 연간 80만 달러가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일성의 영생을 위한 궁전이 건설되는 동안 북한 주민 약 300만 명이 굶어죽었고, 수십만 명이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었으며, 지금도 부모와 자식이 형제와 자매가 뿔뿔이 흩어져 제3국에 숨어살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추모기간’에 내려진 금주령을 어기고 약주 한잔 입에 댔다가 ‘배은망덕한 놈’으로 몰려 처벌받고 있으며, 결혼이나 환갑 제사 등 경조사는 물론 심지어 친구들과의 모임까지도 이날은 갖지 못하고 쓸쓸히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김일성은 생전에 자신이 죽으면 대성산 혁명 열사 능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아버지인 김일성을 영원히 살아있는 수령으로 모시고 그 후광을 이용해 대를 이어 권력을 확립하려고 시신을 지금까지 보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잘못된 효심 때문에 김일성은 세계에서 9번째로 시신이 영구 보존된 공산주의 지도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앞서 러시아의 레닌과 스탈린,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 체코의 고트발트, 베트남의 호치민, 앙골라의 네트, 기이아나의 바남, 그리고 중국의 마오쩌뚱 등의 시신이 영구보존 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