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30년 동안 소집되지 않은 당대회

0:00 / 0:00

매주 보내 드리는 주간 기획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오늘은 '30년 동안 소집되지 않은 당 대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오는 9월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를 다시 연다고 합니다. '당 대표자회'는 노동당 최고기구인 '당 대회' 바로 밑에 있는 기구입니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 대표자회는 5년마다 열도록 명시하고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열도록 하며 당의 노선과 정책 등 긴급한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 10월 열린 6차 당 대회이후 지금까지 7차 당대회를 소집하지 않고 있으며,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열리는 당 대표자회 또한 과거 1950년대와 1966년 단 두차례 개최한 이후 개최하지 않다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공산 국가로서는 매우 드물게 노동당 당 대회를 오랫동안 열지 않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지난 30년 동안 당 대회를 열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내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제 정책이나 업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국가안전적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로써는 당 대회를 통해 과거 경제 정책의 과오를 반성하고 앞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 천하에 공개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영환

: 당 대회를 열려면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당 대회를 한다고 하면 새로운 발전 계획이 세워 졌구나. 발전 전망이 보이는구나 하는 희망을 줘야 하는데 북한 경제 상태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 노동당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북한의 통치 형태가 김정일 집권이후 측근을 중심으로 한 밀실 정치 형태로 변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즉 김정일은 당원들을 모아 놓고 함께 토론하고 회의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게 권한을 부여한 뒤 해당 부문에 대한 정책을 세우되 철저하게 자신의 재가를 받고 결정하는 측근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탈북 여성 지식인 김현아 씨의 말입니다.

김현아

: 조선노동당은 당 규약에 민주주의 중앙집권제 원칙에 의하여 조직운영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대회나 전원회의가 진정한 토의마당으로 되어본 적도 없고 그나마도 열린지 까마득합니다. 조선노동당은 노동자 농민의 대중적 정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의 3대에 걸치는 권력을 보장하는 개인의 사당으로 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4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표자회를 '정치적 사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이번 당 대표자회가 김정일 삼남 김정은의 후계구축과 관련해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 하고 대내외에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당 대표자회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민들에게 경제 과업 달성을 강조하고 선전활동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당 대표자회에서 누가 새로운 간부로 뽑히던 누가 후계자로 지명되던 상관없다는 반응입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씨는 노동당이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획기적인 경제정책을 내 놓는다면 모를까 단지 간부들의 물갈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지도부는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유지에만 집중하지 말고 과연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