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국제적 웃음거리 된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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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국제적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한 김정일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20일 천안한 침몰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한국정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김정일의 만행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글이나 삽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히는 개로 둔갑한 김정일.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 곰에 재갈을 물린 채 한 손에는 핵 폭탄을 들고 미사일로 남한의 배를 침몰시키며 의기양양한 쥐 한마리. 김정일의 모습을 한 잠수함이 미사일과 함께 수영하는 그림 등은 모두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외국의 삽화가들이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김정일을 풍자한 삽화에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삽화 전문 웹사이트에는 이처럼 김정일을 풍자해 만들어 올린 작품이 수백 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력한 언론사들도 종종 김정일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 삽화를 지면에 실어 이제 김정일은 풍자 삽화의 단골 손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정일과 관련한 삽화를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핵과 미사일 무기와 떨어져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핵을 업고, 지고 때로는 타고 있는 김정일이 갖가지 형태로 세계를 위협하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에도 김정일 관련 동영상과 만담 또는 합성 사진들이 올라와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유투브(Youtube.com)에는 김정일 관련 동영상이 무려 4,50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져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레슬링 옷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모습을 한 김정일이 일본의 레슬링 선수에게 대패하는 동영상이나 대만의 유명 연예 텔레비전에 출연한 김정일이 자신의 여성 편력과 취미 생활에 대해 중국어로 설명하는 동영상 등은 김정일의 독재정치와 사생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예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에서 희극배우들이 종종 김정일을 풍자하는 희극이나 만담을 소개해 청취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교양방송인 NPR 라디오 방송은 인기 퀴즈 프로그램(질의 응답 방송) '기다려, 말하지마(Wait, Wait, Don't tell me)' 2008년 9월 13일자 방송에서 김정일에 대한 질문을 출제해 청취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습니다.

가령 북한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김정일은 북한의 지도자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데 어느것이 정답일까요?란 질문에 대해, 첫째, 뛰어난 복장 디자이너(양장기술)로 북한군과 북한 인민의 모든 의복과 의상을 만든다. 둘째, 뛰어난 요리사로 북한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직접 대접한다. 셋째, 세계적인 골퍼로 첫 라운딩에서 이글을 잡고 이후 5개 홀에서 모두 34언더파를 기록했다 등의 보기를 내어 청취자들과 정답을 맞혀보는 프로그램입니다. NPR 방송은 정답이 셋째, 세계적인 골퍼라고 말하자 방송에 동참한 청취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인기있는 희극인들 가운데 김정일을 소재로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데이비드 레터맨이나 제이레노, 코난 오브라이언 등 미국 유명 희극쇼의 진행자들은 김정일을 자주 언급하며 북한 문제를 풍자해 왔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희극배우 바비 리(Bobby Lee)씨는 미국 3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Fox TV의 희극 프로그램 '매드 TV"에서 아예 김정일을 주인공으로 한 '김정일 쇼'를 오랫동안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리씨는 커다란 금테 안경에 위로 솟은 곱슬머리, 인민복 차림의 옷을 입고 이 쇼에 나와 김정일을 흉내 내는 연기로 많은 지지층을 얻었습니다.

바비 리씨가 미국의 텔레비전에서 풍자한 김정일의 모습의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죄수들로 구성된 음악밴드와 관객들의 환호 속에 등장하는 바비 리 씨, 관객들을 향해 자신을 따라하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관객 중 한명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부하에게 총살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어 음악을 연주하는 죄수에게 내가 네 부인을 죽이고 아이들을 노예로 만들었다고 해서 울지 마라, 오늘 밥은 먹게 해 주마라는 말을 하며 크게 웃습니다.

풍자나 만담은 특정한 인물이나 현상을 희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언론의 자유가 발달하고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한 서방 사회에서는 종종 집권층에 대한 비판과 질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풍자'를 이용해 웃음을 극대화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완성됐으며 준비된 성인이기 때문에 모두 존경하며 따라서 누구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풍자를 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도 김정일이 세계적인 조롱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함께 공감하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아주 신처럼 생각했던 그 인물에 대해서 그렇게 조롱하고 웃기는 거 생각지도 못했잖아요. 아무리 우스운 것도 여러 번 반복하면 재미없어지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도 볼 때마다 자꾸 우스워요."

김정일이 해외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심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