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 즉 영부인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퍼스트 레이디, 즉 영부인은 한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의 부인을 말합니다. 서방 국가의 영부인들은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지도자를 내조하며 국내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영부인이 있습니다. 남한 통일부에서 발간한 '북한의 주요 인물'을 보면 북한의 영부인은 '김영숙'(62)이라고 지명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이나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인 고영희가 훨씬 더 알려져 있지만 동거로 맺어진 이들과 달리 김 위원장과 정식으로 혼인한 김영숙을 영부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영숙은 1974년 고 김일성 주석의 허락아래 김 위원장과 결혼했습니다. 김영숙은 함경북도 안전국 전화 교환수로 일하다 중앙당에 와서 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영숙과 결혼할 당시 북한의 여배우 성혜림과 동거하던 중이었고 이미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첫 아들 정남도 얻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고 김일성 주석은 서른이 넘도록 결혼할 생각을 안하는 김 위원장을 부추겨 김영숙과의 혼인을 성사시켰습니다. 김영숙은 김 위원장과 혼인식을 올리고 같은해 첫 딸 '설송'을 낳았고 2년 후인 1976년 둘째 딸 춘송을 낳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설송이라는 이름도 김일성 주석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영숙의 존재는 북한에서 전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번도 부인 김영숙을 공식 석상에 데리고 나온 적이 없으며 가족과 관계된 사생활은 주민들에게 철처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 김 주석이 부인 김성애를 곁가지로 쳐내기 전까지 항상 공식 석상에 대동했고 자녀들을 공개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이 누구인지 모를뿐 아니라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신요셉 씨의 말입니다.
신요셉 : 몰랐죠. 저희들은 김정일의 가족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로 부치고 있습니다. 가족의 얼굴도 모르고 가계가 어떻게 되는 지도 모르고. 나와서 들으니까 결혼도 네 번이나 하고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영숙의 현재 근황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영숙은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김정일 관저 가운데 한 곳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만수대 예술단 출신 무용수 고영희와 만나 2004년 고영희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30여년 동안 줄곧 고영희와 동거했기 때문에 본처인 김영숙과 함께 살았던 기간은 길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김영숙은 허울만 김 위원장의 부인일뿐 김 위원장의 실질적인 부인 노릇은 고영희가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올해 36살의 김영숙이 낳은 첫딸 설송이 김 위원장의 업무를 가까이 수행하고 있으며 설송은 특히 김 위원장의 생명과 관련한 중요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가족 관계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이유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부도덕한 가정 생활을 감추려 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부인 문제는 곧 후계구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공개하기 예민한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민주화 위원회 운영 위원장 강철환씨의 말입니다.
강철환: 다만 후계 구도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부인의 자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 데리고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이 공식 석상 같은데 왜 같이 다니나? 하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부인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은 종종 북한을 방문하는 다른 나라의 정상들을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2000년 남한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각각 부인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지만 남북회담 기간 김 위원장의 부인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2000년 7월 방북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의 장쩌민 주석, 후진타오 주석 등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의 지도자들은 김 위원장의 부인 문제를 고려해 아예 북한을 방문할 때 부인과 동행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