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정일이 자신을 쏙 빼닮은 대역을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ABC 방송은 지난해 12월 김정일의 대역에 관한 정보를 언급하면서 지난해 8월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가짜 김정일을 만났을 수도 있다는 한 일본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 기자 출신으로 현재 와세다 대학의 교수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씨는 이 방송과의 회견에서 김정일이 이미 사망했을 수도 있으며 현재 공식 행사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은 대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게무라 씨는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 나타난 김정일은 매우 야위고 병약한 모습인 데 비해 8월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 속의 김정일의 모습은 무척 건강해 보인다는 점을 들어 두 인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미 공군 군의관 출신으로 외과 의사인 박일복 박사는 최근 김정일의 현지지도 사진에 나타난 김정일의 모습은 꽤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박사는 그러나 김정일이 한차례 뇌졸중을 앓았고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장 투석까지 받고 있다면, 지금처럼 장기간 여행하며 현지 지도를 다니는 활동은 무리라며 대역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박일복
: 보도에 따르면, 격일로 투석을 한다고 하는데 투석을 한 날은 피곤해서 잘 다니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뇌졸중에 걸리면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신경질도 심해집니다. 그런데 저렇게 현지 지도를 다닌다고 하는데 대해 의아합니다.
과거 김정일이 건강했던 시절에도 신변 안전이나 현지 활동을 위해 대역을 활용한다는 소문은 여러차례 전해진 바 있습니다. 2007년 남한 언론들은 남한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대역 2 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나이와 키, 그리고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을 선발해 훈련시킨 후 공개 장소에 내보낸다고 설명입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의 대역들은 성형 수술까지 받으면서 외모를 김정일과 비슷하게 가꾸고 또 행동거지도 계속 훈련 받기 때문에 측근들조차 진짜로 속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김정일의 대역들은 주로 지방의 군부대나 농장 방문과 같은 현지지도에 김정일 대신 참석하고 진짜 김정일은 북한의 주요 행사에만 직접 참석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으로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대표는 평양에 살았을 당시 김정일의 외모와 흡사한 대역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앞서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김성민
: 85년도였습니다. 평양 집에 일이 있어서 갔는데, 저희집이 옥류관 맞은편에 1호 배우, 김정숙 김일성 대역 배우들이 머무는 아파트 근처여서 이따금씩 배우들과 마주치곤 했습니다. 그날은 옥류관이 문을 닫고 어두운 밤 이였는데 내 앞으로 김정일이 오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깜짝 놀라서.. 대역이라고는 상상도 못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15미터를 그냥 가슴 뛰면서 갔는데 마주치는 순간 아니더라구요. 대역이였어요.
김성민 대표는 얼마 후 김일성이나 김정숙 등의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1호 배우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다시 김정일 대역과 만나 식사까지 할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김성민
: 김일성 강반석등 다른 대역들은 서로 얘기도 잘하고 친한데 김정일 대역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다른 사람들과 원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암살을 피하기 위해 대역을 쓰는 일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1959년 집권한 이후 51년 동안 무려 600여 번이 넘게 암살 위협을 받았다는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는 평소 대역을 자주 썼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도 미국의 바그다드 공습 후 체포되기 직전까지 여러달 동안 대역을 앞세우고 도망다니기도 했습니다.
물론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 실제로 현지 지도나 정치적 활동에 대역을 사용하는 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김정일과 외모와 행동이 흡사한 대역 배우들이 북한에 존재하며 이들은 언젠가 북한에서 만들어질 김정일 혁명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위해 지금도 김정일을 닮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