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의 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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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김정일의 생일잔치에 대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2월 16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는 김정일의 생일입니다. 북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의 68세 생일을 맞아 북한 곳곳에서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학생들의 충성맹세 모임이 백두산 밀영에서 열렸고, 평양에서는 당 간부들의 김정일 업적연구토론회가 개최됐으며 북한 전역에서는 김정일 우상화 영화상영과 체육대회가 열리는 등 예년과 비슷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생일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나눠주는 명절 배급에 대한 기대로 들떴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평소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사탕이며, 껌 등이 들어있는 과자 봉다리를 선물로 받는 날이어서 더욱 기다려지는 날이었습니다. 남한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탈북자 김철민(가명) 씨의 말입니다.

김철민: 그때는 선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자나 사탕 과자류를 받습니다. 일 년에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그렇게 두 번 주는데 어릴 때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었어요. 북한을 나와서 외국이나 한국에 와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김정일 생일이 와도 북한에 살 때처럼 기다려지는 의미는 전혀 없고 고향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김정일 생일에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특별 배급을 위해 물자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부터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지역에 따라 명절 배급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등 선물 보따리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장마당에서도 식량 구하기가 힘들어진 가운데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어 북한은 이번 김정일의 생일을 계기로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민주화 위원회의 허광일 부위원장은 앞서 자유아시아 방송과 한 회견에서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해 선물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난과 주민들의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생일 잔치 분위기를 띄우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광일: 2월 16일은 북한의 2대 명절 중에 하나로 경기가 좋을 때는 국가적으로 선물도 나오고 해서 그때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경제사정이 너무 나빠서 주민들도 김정일의 생일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식량이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열심히 선물 준비를 한다는 것은 사정이 긴박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북한 당국의 호주머니가 고갈되어 있어 주민들의 사정을 충족시켜줄 것 같지 않습니다.

탈북자 김철민 씨도 북한은 평소에는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날 하루 선물 공세로 생일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며 김정일의 생일 잔치는 우상화 정책의 하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철민: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이 신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면 주민들은 세뇌가 되고 그것이 북한의 독재를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탈북자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받는 선물에 대한 기대보다 이날 집중되는 각종 군중 동원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합니다. 그는 2월이면 아직도 추운 겨울 날씨인데도 김정일의 생일이라고 김일성 광장 앞에 나가 경축하는 춤을 추어야 했고, 또 청소년 학생들은 김정일의 출생지로 알려진 ‘백두산 밀영’의 고향집을 방문하기 위해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보천보 승리 기념탑’에서 출발해 걸어서700리 길을 가야하는 행군도 강제로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김영순 씨는 지도자가 자신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고 이날 온 국민에게 선물을 주면서 강제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게 하는 등 축하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 유린의 한 형태라고 비난했습니다.

김영순: 인간 개인에 대한 숭배, 김정일 김일성에 대한 숭배로 일색화 하는 것은 나쁜 것이죠. 인간이라는 것은 무한한 창조력과 자유함으로 살길 원하지 누군가에게 구속되어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원리에서 오직 김정일 김일성 김정숙만 우상화하고 그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우상화하는 것은 인권 유린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일부 부족이나 독재 국가에서는 북한처럼 지도자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고 주민들로 하여금 이날을 숭배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상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생전에 본인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고 축하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의 마오쩌뚱도 쿠바의 카스트로도 생전에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스 차우체스쿠가 자신과 부인의 생일을 모두 국경일로 정하고 기념했지만 결국 1989년 민중 봉기로 두 사람 모두 처형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