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의 괴벽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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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성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그를 만나 본 외부인들이 극 소수이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조총련이나 유럽내 친북 단체에 소속된 인사들은 김정일을 통이 큰 지도자라며 찬사를 쏟아놓고 있습니다. 반면 김정일이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지낸 사람으로, 1997년 남한에 망명한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황장엽 씨는 김정일을 ‘위험한 인물’, ‘통치능력이 떨어지는 지도자’로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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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중년기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씨는 최근 미국과 일본 방문기간에 김정일을 ‘인민을 굶어죽게 하면서 핵을 만드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데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에 납북돼 김정일과 여러해 동안 영화 작업을 함께한 신상옥과 최은희 부부는 북한을 탈출한 후 미국 중앙정보국 CIA와의 회견에서 김정일은 ‘두뇌는 명석한 편’이나 “따뜻한 인간성이나 어떤 행위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 (CIA)을 위해 일했던 세계적인 명성의 정치 심리학자인 제럴드 포스트 박사는 앞서 김정일을 ‘위험한 자아도취(malignant narcissism)‘에 빠져있다고 분석하고 자신의 과장된 모습에 심각할 정도로 빠져있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나 고뇌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럴드 포스트

: (a lack of empathy and no constraint of conscience what's good for the malignant narcissist is good for his country...) "김 위원장은 감정이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익한 것은 북한에게도 유익한 것이고.. 자신을 국가와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포스트 박사는 따라서 김정일이 모든 의사결정을 본인이 직접 다 내려야하기 때문에 남의 조언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얕잡아 보는 심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김정일이 주요한 국가정책을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포스트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포스트 박사는 김정일이 90년대 이후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인해 굶주림으로 죽어가도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이들을 돌보지 않는 모습은 이런 위험한 자아도취의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일의 이같은 독단적인 지시로 정책을 집행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북한에서는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합니다.

북한의 식량난이 정점에 이르렀던 1996년 어느날, 북한 주민들은 느닷없이 염소를 기르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 아래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인 운동이 벌어졌던 일을 청취자 여러분들도 기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풀판(풀밭)을 조성해 염소를 비롯한 초식동물을 사육함으로써 육류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린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시 이 운동은 김정일이 이철 전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의 말을 듣고 독단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이철 대사가 유럽국가들이 목축으로 큰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을 김정일에게 보고한 데 따른 즉흥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북한에는 풀밭을 만들 땅과 비료가 없었고 그런 땅이 있었다면 옥수수나 감자 한 개라도 더 심어야 할 형편이었지만 김정일은 그런 사전 조사없이 지시만 내렸던 것입니다.

또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씨는 2007년부터 평양의 거리에서 갑자기 오른쪽에 운전대가 달려있던 일본 자동차들이 모두 자취도 없이 사라진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역시 김정일의 지시였다고 하는데요, 앞서 2002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후 일본과의 외교문제가 잘 풀리지 않자 화가 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김정일은 평양 거리에 다니는 일본 차를 보고 갑자기 오른쪽 조향대가 있는 일본 자동차를 모두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 탈북자는 전했습니다. 안 그래도 자동차가 귀한 북한에서 갑자기 일본 자동차를 폐기하라고 하자 일본 차량 주인들은 자동차 기술자들에게 돈을 주고 차의 오른쪽 조향대를 왼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향대를 개조하자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무엇보다 멀쩡한 차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망가지기 일쑤여서 말썽이 많았다는 설명입니다.

탈북자 김씨는 또 다른 사례로 북한의 노동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노래 연습을 해야 했었던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2000년대 초 남한 가수 김연자가 평양에서 공연을 했는데 평소처럼 관객석에 내려가 관객과 함께 노래하는 무대를 이끌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연자의 공연을 보러온 경직된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그런 김연자의 행동에 놀라며 거부의사를 나타냈고 김연자는 결국 혼자서 무대를 끝냈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본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의 정서가 메말랐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정서 함양을 위해서 노래 연습을 더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탈북자 김씨는 당시 북한의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을 마친 후 휴식이 가장 필요한데 노래 연습까지 해야하니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성격과 개성을 존중하며 조화로운 집단을 운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처럼 한 사람의 최고 지도자가 주민들의 생활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지도자의 성격과 성향은 국가 전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불행히도 북한은 앞뒤 일이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독단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해 버리는 김정일의 성격 탓에 앞서 진행된 많은 정책들이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