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주체' 외치는 김정일, 생활은 '반(反)주체'

5월 3일 방중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경호하는 벤츠 차량이 4일 오전 다롄시내를 지나고 있다.
5월 3일 방중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경호하는 벤츠 차량이 4일 오전 다롄시내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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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외국 제품을 탐닉하는 김정일의 반주체적 생활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정일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중국 방문 기간 중에 탄 차량은 독일제 벤츠로 북한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 언론들은 김정일이 중국 내에서 이동할 당시 탑승한 차량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하고 방탄기능을 갖춘 벤츠라고 소개했습니다.

김정일의 벤츠 사랑은 유별나다고 전해졌습니다.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씨는 남한에 망명한 후 펴낸 수기 '김정일의 로얄 패밀리'를 통해 김정일은 최고급 벤츠를 색깔별 종류별로 가지고 있으며 측근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벤츠에서 만든 사냥용 차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씨는 또 김정일이 벤츠외에도 영국제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와 미국제인 링컨 콘티넬털과 캐딜락 등 없는 차가 없을 정도로 외국차 수집이 취미라고 전했습니다.

이한영 씨는 이어 김정일이 사용하는 물품은 토산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들이라고 폭로하고 있습니다. 비누에서 치약, 화장품, 식기 등 생활 용품은 주로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술과 담배 등도 모두 유럽산을 애용합니다. 특히 김정일이 즐겨 마시는 술은 프랑스제 메타사와 헤네시 코냑으로, 이같은 양주들은 김정일과 측근들이 벌이는 비밀연회에서 소비되거나 간부들에게 하사품으로 전달된다고 이씨는 전했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회담 만찬에 마련된 술도 모두 프랑스산 와인이었습니다. 또 김정일이 담배를 한창 피었을 때는 주로 영국산 로스만(Rothman) 담배를 애연한 했다고 이씨는 덧붙였습니다.

김정일은 음식도 최고급 식재료로 만든 일식과 중식을 좋아한다고 알려졌습니다. 10년 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수기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김정일은 특히 중국 음식을 좋아하며 그 중에서도 상어 지느러미를 일주일에 세번이나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일의 한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에서는 철갑 상어알을 수입하고 일본에서는 싱싱한 다랑어 회감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열대 과일을 공수해온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정일이 최근 현지지도 때 신었던 신발도 외국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남한의 언론은 지난해 12월 12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일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일이 신고 있는 신발이 프랑스에서 생산된 기능성 운동화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사진에 나타난 김정일의 신발은 프랑스의 업체 '라코스테'에서 만든 110달러짜리 여성용 운동화였습니다.

김정일은 2008년 건강이 악화된 이후 키가 커보이게 하는 굽이 높은 구두를 벗고 발이 편한 낮은 신발을 신으면서 이 운동화를 신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의 외국 제품 사랑은 입고 먹고 마시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김정일이 좋아하는 영화도, 즐겨 부르는 노래도 모두 북한 것이 아닙니다. 북한에 납치됐다 서방으로 탈출한 남한의 영화인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의 수기 '우리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를 보면 김정일의 개인 영화 문헌고에는 외국의 영화 필름으로 거의 채워져 있으며 그 가운데 남한 영화만 300편이 넘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은희 씨는 김정일이 당시 남한의 영화를 거의 봤으며 외국 영화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고 말해 김정일이 주민들에게는 자본주의의 문화침투라며 접근을 금지하고 있는 외국 영화를 섭렵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최은희 씨는 김정일이 즐겨 부르는 노래도 대부분 남한 노래거나 일본, 또는 러시아 노래로,특히 남한노래 '이별'이나 '찔레꽃', '하숙생' 등은 김정일의 애창곡이라고 수기에서 밝혔습니다. 최은희 씨는 북한에 납치됐던 당시 김정일과 측근들이 밤마다 벌이는 비밀연회에 초청되어 참석했는데 그 때마다 남한 가수 패티김의 '이별'을 불렀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이 즐기는 취미 생활도 주로 외국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가 북한의 명승지마다 건설된 전용 초대소에서 즐긴다는 수상 오토바이나, 승마, 요트, 사냥 등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용품과 장비가 없으면 북한에서는 즐기기 불가능한 취미들입니다. 김정일은 수상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수입하고 헝가리에서 경주용 말을 들여왔으며, 호화 요트의 경우, 유럽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에서 호화 요트를 수입하려다 유엔 대북제재의 '사치품의 북한 수출 금지' 조항에 걸려 무산된 바 있습니다.

김정일은 심지어 애완견까지도 외국산 개를 선호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한때 가정에서 개를 애완 동물로 기르는 것은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보도하며 비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김정일과 그 가족들은 외국에서 수입한 애완견을 길러왔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은 매년 프랑스•스위스 등에서 셰퍼드•시추 등 각종 애완견을 수십 마리씩 들여와 기르고 있는데, 이때 애완견을 기르는 데 필요한 사료와 강아지 전용 샴푸 등 애견용품과 의료장비도 함께 수입한다고 합니다. 또 외국 수의사를 불러들여 건강검진까지 받게 하는 등 수십 만달러를 애완견 관리에 낭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외치며 주민들에게 외부의 도움이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주체 경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북한의 주장과는 반대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과 그 가족들은 여전히 외국의 제품과 문화를 즐기며 주체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