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질적 부인이었던 고영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고영희는 1953년생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고영희의 아버지는 유도 선수로 유명한 재일교포 출신의 고태문입니다. 고태문은 '북한 유도'는 고태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 유명한 유도 선수였습니다. 고태문은 1960년대 재일교포들이 북송됐을 당시 평양으로 와서 평양 체육관에서 유도 감독을 지냈고 슬하에 두 딸을 두었는데 그 중에 둘째가 고영희입니다.
고영희가 일명 기쁨조로 불리는 만수대 예술단에 들어간 것은 1970년대 초반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당시 재일교포들은 자본주의 물이 들은 집단이라는 이유로 '째포'라고 불리며 정치.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았습니다. 재일교포들은 군과 당에서도 진급이 안되고 주요 기관에도 채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경제나 예술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당시 고영희도 이러한 재일교포에 대한 정책의 영향을 받아 만수대 예술단에 들어가 무용단원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영희가 만수대 예술단에서 김 위원장의 눈에 띈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위원장은 그때부터 고영희가 비밀 연회장에 들어오면 늘 옆자리에 앉히고 시중을 들게 했으며 1970년대 말부터는 아예 연회장에 참석시키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1970년대 말부터 고영희와 동거합니다. 고영희는 김 위원장과 함께 살면서 정철과 정은 등 아들 둘과 이름이 여정, 혹은 일순으로 알려진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녀가 낳은 두 아들 가운데 둘째인 정은이 바로 최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고영희의 이같은 출신 성분, 즉 재일교포이며 만수대 예술단으로 활동했었던 경력이 고영희의 아들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의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제임스 퍼슨(James Person) 연구원입니다.
James Person: 김정운의 성분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김정운의 어머니 고영희는 김정일 위원장과 결혼한 적이 없으며, 재일교포 출신입니다. 그리고 고영희는 북한에서 공식 직함이 없었습니다. 고영희는 단지 김 위원장의 내연의 처였습니다.
고영희와 김 위원장의 동거 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고영희의 이름도 모르는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김정일과 고영희의 동거 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도 김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이 거의 유일합니다. 겐지 씨의 수기 ’김정일의 요리사’에 따르면, 고영희는 동그란 얼굴형의 대단한 미인이라고 합니다. 겐지씨는 “김 위원장이 고영희를 알고 난 뒤부터 여성 편력이 줄었다”고 말할 정도로 고씨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은 각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각지를 이동할 때마다 고영희를 반드시 데리고 다녔으며,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가거나 일본 동경에 있는 놀이 공원인 디즈니 랜드를 갈 때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매우 신뢰했다는 것입니다.
겐지 씨는 고영희가 김 위원장과 연애 시절에는 벤츠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겼으며 차 안에서 한국 노래를 밤새도록 듣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고영희는 연예 시절 들었던 추억의 한국 노래 가운데 ‘그때 그사람’이라는 노래를 측근들 앞에서 불러준 적도 있다고 겐지 씨는 수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암으로 사망한 고영희가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낳은 아들 정은이 후계자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북한의 군부대에 고영희의 초상화가 걸렸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인민군대 강연자료에 등장하는 ‘존경하는 어머님’은 고영희를 지칭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계구도가 정은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연구해 온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원의 말입니다.
정성장: 2002년부터 본격화된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 이것은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적자라는 논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은 김정일의 여러 아들 중 고영희의 아들이 후계자로 지명되는데 상당히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죠.
고영희는2004년 5월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유선암과 뇌 관련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고영희는 이미 사망했지만 그녀의 아들 정은이 북한의 차기 후계자로 지명된다면 앞서 김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만인의 어머니로 다시 숭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