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남한의 대한항공KAL 858기가 공중에서 폭파해 탑승객 115 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청취자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중의 한 명인 북한의 테러범 김현희 씨는 지난해 사건이 발생한 후 12년만에 부산에서 가진 공개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폭파 사건은 북한의 지시로 자신의 소행’라며 다시 한번 북한에 의한 테러임을 명백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김현희
: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시 KAL 858기의 폭파범으로 체포된 김현희는 북한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공작원으로 드러났고, 김현희의 공작활동을 감시하고 보조했던 김승일은 현장에서 음독자살했습니다.
김현희는 수사 과정에서 "88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KAL기를 폭파하라"는 김정일의 친필명령이 담긴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해 김정일이 테러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 정부는 북한에 대해 테러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KAL기 폭파 사건이 있기 4년 전인 1983년10월9일, 북한은 버마를 방문 중인 전두환 전 남한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테러범을 버어마에 파견해 남한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던 아웅산 묘소에 폭탄 테러를 자행한 것입니다. 다행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묘소에 늦게 도착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이날 폭탄 테러로 서석춘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고위 관리 17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나 부상을 당하는 비극적인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버마 당국의 수사결과 이 사건도 역시 북한 김정일의 친필 지령을 받은 북한군 정찰국 특공대 소속 진모 소좌, 강민철대위, 신기철대위 등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가운데 신기철 대위는 도주하던 중 사살 되었고 진 소좌는 사형에 처해 졌습니다. 범죄 사실을 자백한 강민철 대위는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종신형으로 감형되어 버마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2008년 사망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버마 폭탄 테러와 KAL기 폭파 사건 등이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나자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KAL 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묶어놓았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핵 불능화 작업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핵 개발과 인권 침해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입니다.
앞서 황장엽 전 조선 노동당 비서는 남한의 탈북자들과 가진 정기 강연회에서 북한에서는 총 한방 쏘는 것도 김정일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저지른 모든 도발 사건은 김정일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은 지금까지 사과는 커녕 이를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한 당국의 자작극이라며 적반하장의 자세를 취해 왔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각종 테러 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199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한 남한 외교관 살해사건과 1997년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살해사건도 모두 김정일의 지시아래 북한의 공작원이 저지른 소행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북한은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남한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온 국민이 정성을 모아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도와줄 때도 뒤에서는 핵을 개발하고 틈만 나면 서해안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무력 충돌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때문에 앞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을 당시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내부에 테러 공작을 담당하는 부서들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고 따라서 언제든 테러를 다시 감행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남한 세종연구소 송대성 박사의 말입니다.
송대성
: 북한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테러행위와 만행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유족에게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세월이 가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그동안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 경제악화나 주민들의 체제 불만 등이 터져 나올 때마다 항상 외부에서 긴장 상태를 만들어 이를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즉 김정일은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테러와 무력 도발도 서슴치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테러 행위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유족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인정하는 이도 사과하는 이도 없는 가운데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차옥정 KAL기 폭파사건 유가족 회장입니다.
차옥정
: 북한의 김정일이 했다고 하면 누가 인정을 하겠어요? 북한은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어요.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어느 정도입니까?) 차비가 없어서 추모 행사에도 못 올 정도입니다. 더운 나라에 가서 노동일 해서 잘살아 보겠다고 했던 사람들인데 가장이 없으니까 어떻게 살겠어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