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Mitchell Reiss) 워싱턴 대학교(College of Washington) 총장이 보는 북한의 본질적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리스 총장은 미국과 북한이 북한 핵개발 문제로 대치가 극에 달하던 전임 부시 행정부 1기 때 국무부에서 중장기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기획국의 책임자를 지냈습니다.

또 그에 앞서 리스 총장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지원받기로 한 경수로 사업과 관련해 미국의 대북협상 실무 책임자를 지냈고, 협상이 타결된 뒤엔 경수로 사업을 총괄하는 케도(KEDO),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집행이사를 지냈습니다. 이후 리스 총장은 북아일랜드 평화특사로도 활약했지만 공직을 그만둔 뒤엔 윌리엄 & 메리대학의 부학장을 거쳐 지난 7월 매릴랜드 주에 있는 워싱턴대 총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는 학계에 몸담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북한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하는 한편 주요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등 미국 내 대북 문제에 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리스 총장은 북한은 언젠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또 핵개발과 식량난, 경제난, 인권탄압 등 오늘날 북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이 북한 정권 때문에 생겨난 것이니 만큼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소신도 갖고 있습니다. 미첼 총장의 말입니다.
Pres. Mitchell Reiss
: It's the regime. I think South Korea has proven how successful economically, how vibrant democratically the Korean people can be....
미첼 리스 총장: “북한 정권이 문제다. 남한은 다른 정치 제도 아래에서 얼마나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얼마나 생동적인 민주주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해줬다고 본다. 그러니까 북한 정권의 독재적이고 전제적인 속성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한국이 다 융성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교체돼야 한다.”
리스 총장이 북한 정권의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현재 북한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아들 김정은에게로 이어지는 후계세습을 통한 ‘권력교체’가 진행 중입니다. 김정은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대장 칭호와 함께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됨으로써 사실상 공식 후계자로 내정된 바 있습니다. 미첼 리스 총장은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 후계자가 된다 해도 일반 북한 주민의 입장에선 하등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Pres. Reiss
: I think it means more misery for the poor and long-suffering citizens of North Korea. There is no inidication, at least at this point, that he's adjusted...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다는 건 가난하고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아온 북한 시민들에겐 더 비참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본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근본적으로 북한의 철권통치를 완화하고 주민들이 삶을 향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따라서 그가 후계자로 나서더라도 종전과 달라지는 건 거의 없으며, 김정일처럼 되도록 오래도록 김씨 가문을 지탱하려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젊은 김정은이 직책을 수행해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을 해가며 실수와 오판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와 달리 아무런 국정 경험이 없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권위를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권위를 갖게 된다 해도 업무수행에 따른 기복을 겪게 될 것이며, 그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겐 더 많은 고통을 주고 세계에 불안정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리스 총장은 특히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아도 아버지처럼 개인숭배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을 가질 뿐 일반 주민의 복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Pres. Reiss
: Again, it's the continuation of the cult personality, the Kim dynasty...
“앞으로도 개인숭배와 김씨 왕조는 계속될 것이다. 이 젊은 권력자로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힘쓸 일이 자기가 계속 권좌에 남아있도록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선 기존에 해오던 걸 지속하는 게 모험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김정은이 들어서도 북한 주민은 물론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어떤 본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징후가 없다는 게 서글프다.”
리스 총장은 김정일 이후 북한이 김정은을 명목상의 지도자로 내세우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같은 핵심 세력이 지도부를 꾸리는 섭정체제의 등장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었습니다. 최고 결정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원로들이 젊고 시험대를 거치지 않은 김정은에게 절대 권력을 통째로 넘기진 않을 것이란 겁니다. 리스 총장은 과거 구소련에서 스탈린 이후 후루시초프, 후루시초프 이후에 브레즈네프가 그랬듯이 최고 지도자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엔 일정 기간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섰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런 점에서 북한에서도 2~4명 정도가 정책 결정을 내리는 집단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국정 경험을 쌓아가면서 권위를 가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노선을 취할 수 있느냐 여부이지만 리스 총장은 그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설령 다른 노선을 추구해도 절대 정권에 위험을 가져다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리스 총장은 진단합니다.
Pres. Reiss
: Of course, there's that possibility in theory, but incentives for change don't run in just one direction. I think that even if there's some people who want...
“물론 이론적으론 다른 노선을 취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변화에 대한 동기는 어느 한쪽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 북한체제를 개선하고 싶다 해도 통제를 완화할 경우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크게 염려하는 세력이 있다. 통제가 완화되면 북한 주민들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걸어온 길을 보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20년간 국민들에게 경제 부문에선 상당한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정치 생활만큼은 통제하고 싶어 했다. 북한 지도부도 분명 이런 중국식 방법을 검토해봤겠지만 북한 실정에는 안 맞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이런 중국식 방법을 누구보다 많은 권한을 가진 김정일 위원장이 추구하지 않았다면 아들 김정은이 현 시점에서 그런 위험한 노선을 추구할 것 같지는 않다.”
리스 총장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중국이나 베트남을 따라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 정권이 개방, 개혁에 나서는 순간 “권력도 잃고,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한 줄 알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리라는 겁니다. 게다가 중국이나 베트남은 개혁, 개방을 하고도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절대 그러지 못할 것으로 북한 지도부는 생각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개방, 개혁에 따라는 위험한 변화를 감수하느니 기존의 현상 유지가 북한 지도부로선 더 손쉬운 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크게 고통받아온 북한 주민들이 북한 체제 안에서 뭔가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리스 총장은 그 가능성을 남한을 비롯한 외부세계의 문물이 북한 주민과 북한 사회에 흘러들어가는 일을 꼽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이런 외부 문물이 흘러들어가다 보면 북한도 결국 변할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변화는 시작됐다는 겁니다.
Pres. Reiss
: The technology is having an impact. We know there're more celluar phones than ever before, there're more DVDs circulating in North Korea...
“기술이 북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휴대폰과 DVD가 북한에서 통용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탈북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넘나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특히 남한은 외부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북한 주민에게 계속 알려줘야 하며, 남한이 북한주민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즉 우리가 북한 정권과 정권의 속성을 반대하지만 주민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사실 이런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기가 무척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메시지가 최상의 방법이다.”
리스 총장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북한과 외부 세계 사이의 민간 교류를 꼽았습니다. 그렇지만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금처럼 소규모의 단발성 행사가 아닌 대규모 민간 교류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교류를 통해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외부세계를 알수록 북한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며 얼마나 더 변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많은 해외여행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리스 총장은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교 총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