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영국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아이단 포스터-커터(Aidan Foster-Carter) 씨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포스터-카터 씨는 1960년대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1980년대부터 저명한 아시아 전문 시사주간지인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등 유수한 매체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기고해왔고, 시사주간 <이코미스트>가 발행하는 세계 각국의 정보지인 EIU와 세계적인 분석전문기관인 '옥스퍼드 아날리카(Oxford Analytica)'의 북한 편을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터-카터 씨는 현재 영국 리즈대학의 명예사회과학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지금도 BBC 방송을 통해 종종 북한 문제에 관해 해설하기도 하고, 홍콩에서 나오는 <아시아 타임스>에 정기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해 기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1986년에 처음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 93년 두 번째로 방문한 바 있습니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 40여년간 북한을 지켜보고 분석하면서 느낀 감정을 '슬픔과 분노'란 두 단어로 압축해 표현했습니다. 김일성을 거쳐 김정일 치하에서 너무도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생각할 때 참으로 슬프지만, 북한이란 나라와 북한 주민을 이런 비참한 지경으로 만든 북한 정권지도부를 생각하면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는 겁니다.
Aidan Foster-Carter
: I'm quite emotional. Actually tears are welling in my eyes...
“북한을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그렁거린다. 정말이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북한의 보통 주민들은 받아선 안 되는 비참한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바라 데믹 기자가 쓴 책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충성을 보였다. 심지어 자기 여동생이 굶어 죽는 걸 보고도 그건 자기 탓이지 지도자 탓으로 돌리는 건 불충이라고까지 여겼다.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지만, 정권 탓에 일이 생겼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은 너무도 세뇌를 당하다보니 그런 걸 당하고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북한에 대해 느끼는 두 번째 감정은 북한 정권을 향한 거대한 분노이다. 북한이 이렇게 된 데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탓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과 같은 북한은 북한 지도부와 정권이 만든 나라다. 그들은 누구의 비판도 용납안하고 조직적으로 이런 독재체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북한을 생각하면 비애감과 분노가 함께 치솟는다.”
포스터-카터가 방금 언급한 바바라 데믹(Babara Demick) 기자는 미국 서부의 유력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베이징 특파원인데요. 지난해 12월 출간한 <부러울 게 없어라(Nothing to Envy): 보통 북한주민의 삶>이 책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비참한 일상을 알려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1960년대 호주 출신의 공산주의자인 윌프리드 버쳇이 쓴 ‘Again Korea'란 책에서 북한이 세계체제를 뚫고 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후기 식민지 시대의 저개발국이란 식으로 묘사된 데 한때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이 한때 친북적 성향에서 완전히 돌아서게 된 데는 바바라 데믹 기자가 관찰한 것처럼 북한 주민의 비참한 생활과 북한 정권의 학정의 실상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1980년대 자본주의 남한을 방문한 뒤 더욱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알게 되면서 기존의 북한 관점을 180도 바꾸게 됩니다.
북한을 40여년간 관찰해온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오늘날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를 두가지 점에서 파악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로 그는 북한을 세계 최악의 빈곤국으로 내몬 경제 체제를 꼽습니다.
Aidan Foster-Carter
: It's kind of an extreme case. Here it's a real, real tragedy on every level. I think there are two equally, and they're related...
“북한은 참으로 극단적인 경우에 속하는 나라다. 북한은 현재 모든 수준에서 비극 그 자체다. 이건 단순히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뿐 아니다. 제가 볼 때 본질적으로 북한은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서로 연관돼 있다. 우선 그 하나는 경제적 비극이다.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는지를 보면 얼마나 끔찍하며, 그렇게 만든 건 범죄에 해당한다. 그게 바로 개혁을 거부하고 비판을 거부하는 경제 체제 아래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을 보라. 두 공산국은 경제체제를 바꿨는데도 건재했다.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도 처음엔 경제체제를 바꾸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나라 공산 정권은 기존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국민들이 잘 살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고, 그래서 경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권력도 위험하다는 걸 파악했다.”
이처럼 중국이나 베트남은 경제개혁을 통해 시장경제국으로 전환해 부유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북한은 왜 두 나라와 같은 길을 가지 못할까요?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그 이유를 구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몰락에서 찾습니다. 김정일이 선친 김일성과 함께 1990년대 초 구소련과 동구권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중국이나 베트남이 이룩한 경제개혁의 성과보다는 오히려 개혁, 개방으로 인한 정권 몰락을 더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북한은 지금처럼 개혁, 개방을 거부해도 위험하지만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경제 체제론 주민들의 복리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개혁, 개방을 안 해도 위험해 처할 수 있다고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경고합니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이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 지적한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안보 문제입니다. 핵개발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국제사회와 척을 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문제는 해결될 수 힘들다는 겁니다.
Aidan Foster-Carter
: And then relatedly securiy disaster. I guess North Koreans decided how do you avoid being what Korean call 'sadaejuui'...
“이건 경제문제와도 연관돼 있는데, 바로 북한의 안보 재앙이 그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사대주의를 피하는 방책으로 자위적 무장을 추진했던 것 같고, 부시 전 행정부의 실책 등이 겹쳐 핵무기를 갖게 됐다. 그러나 북한처럼 대부분의 작은 나라들은 핵이 아닌 다른 더 좋은 방책으로 대안을 찾는다. 유엔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기도 하고 다자 안보나 동맹을 통해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핵무기를 갖는 건 진정한 안보가 아니다. 핵으로 위상을 갖게 되고 그래서 미국과 협상을 하게 되는지는 몰라도 그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때문에 북한에 들어와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이 겁나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행히도 테러명단에서 빠졌지만, 핵으로 이웃을 위협하고 일본인과 한국인을 납치하는 등 북한의 나쁜 행위를 열거한 목록은 여전히 길다. 북한 정권이 이렇게 전 세계와 척을 지고선 뭘 어쩌자는 것인가? 결국 북한만 고립되고 주민은 고통받는 등 아무런 득이 없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루다보니 북한과 관련한 국제 토론회에 참가할 기회도 많은데요. 북한 측이 경제개혁이나 개방 문제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이런 토론회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Aidan Foster-Carter
: I had better not name the place because it was at Chatham House...
“약 2년 전 런던의 채덤하우스에서 북한 토론회를 할 때인데 2명의 북한 인사가 왔더라. 그런데 북측 인사가 연설을 하고 난 뒤 어느 참석자가 북측 인사에게 경제에 관한 질문을 하자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중국인 교수가 일어나 ‘실례이지만, 질문에 관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재차 답변을 촉구했지만 북측 인사는 눈만 껌뻑댔다. 당시 50여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참 가관이었다. 짐작컨대 북측 인사가 침묵한 이유는 질문에 답변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자신도 북한에 관한 예산 통계를 알아보기 위해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 갔다가 관계자로부터 “미안하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곤란하다‘는 답변을 듣고 물러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북한이 결국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리비아처럼 핵을 포기하고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세계가 북한의 핵과 경제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그토록 중요한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북한과 이웃한 남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아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학 명예 사회과학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