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⑮앤드루 나치오스(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의 구조적 기근, 90년대 중반이전부터 싹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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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순서에서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 (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 교수가 보는 북한 식량난의 원인과 처방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지난 2001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외 원조를 총괄하는 국제개발처 처장에 임명돼 2005년까지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 원조대상국에 대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행정부에 들어가기 앞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부총재를 지냈고, 94년부터 98년까지는 미국 내 150개 비정부 기구의 연합체인 InterAction의 집행위원을 지내는 등 정부 안팎에서 개발도상국의 원조 사업에 깊숙이 간여해왔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월드비전을 그만두고 지난 1998년부터 이듬해까지 미국평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북한 역사상 최악의 식량난을 해부한 저술 작업에 들어가 2001년 <북한의 대기근(The Great North Korean Famine)>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나치오스 교수는 단순히 북한에 대기근이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을 파헤쳤을 뿐 아니라 이런 대기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생존과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북한 지도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랄히 고발해서 큰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어떻게 할지는 농부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 집단영농체제를 유지하는 공산국가치고 농사가 잘 된 적이 없다.<br/>-앤드루 나치오스<br/>

나치오스 교수는 북한에서 1995년 가을부터 시작된 대기근의 구조적 원인을 우선은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멸망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가 새 국제질서에 조직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돌렸습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원조하던 구소련과 다른 동구권 공산국이 차례로 멸망하고 새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북한 지도부는 이를 끝까지 외면해 파멸을 자초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1995년 여름의 대홍수 때문에 대기근이 시작됐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론 훨씬 이전부터 구조적인 문제로 기근은 이미 싹트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단적인 예로 북한 당국이 구소련 시대의 대표적인 악습인 집단영농체제를 계속 유지한 것도 만성적인 식량난의 주원인이라고 나치오스 교수는 지적합니다.

Prof. Natsious

: Well,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s one of the only governments left in the world with collective farming system where the state owns the farms...

“북한은 집단영농체제가 남아있는 유일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보니 농지를 소유한 북한 정부가 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영농할 수 있는 농부가 아니라 지시에 복종하는 종업원으로 대한다. 당연이 이들에게 동기 요소가 없다보니 곡물을 더 생산하지도 못한다. 그게 만성적인 식량난의 첫 번째 이유다. 게다가 농부들이 언제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평양의 농정 당국으로부터 지시를 받는다. 잘 굴러가는 나라의 영농체제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농사를 어떻게 할지는 농부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 집단영농체제를 유지하는 공산국가치고 제대로 농사가 잘 된 적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에서 1인당 경작 가능한 토지가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경작지를 비율로 따져도 세계에서 가장 적다. 북한에 산악 지역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만성적인 식량난을 살펴보면 경작지 부족에다 농민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치오스 교수는 최근 북한의 화폐개혁이 대실패로 끝나면서 식량난은 더 심각해지고, 그 후유증은 단순히 북한 주민들 뿐 아니라 지도층까지도 느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Prof. Natsious

: There's a clear relationship between the disastrous currency reform and the famine conditions developing...

“재앙적인 화페개혁 조치와 기근 간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농촌 지역은 물론 도시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을 발표하기 직전에 곡물을 통제하기 위해 분명 전국의 농민시장을 돌며 깡그리 곡물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곡물을 재배한 농민들은 정작 가진 곡물이 아무 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을 발표해 이들의 저축액마저 빼앗아버린 셈이다. 그러다보니 평양과 대도시의 지도층까지 정부에 격분해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마당에 곡물을 내다판 사람들 가운데는 당 고위 관리들과 군 인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장마당은 지도층이 좌지우지해온 경향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을 폐쇄해 이들의 장사를 못하게 한데다 장마당을 통해 축적한 부까지 빼앗았다. 화폐개혁 조치로 가난한 북한 주민들 뿐 아니라 지도층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나치오스 교수는 화폐개혁 조치의 책임을 지고 박남기 노동당 재정기획부장이 처형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았고, 바로 그 희생양을 박남기 전 부장에게서 찾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Prof. Natsious

: Whenever the regime is under severe stress, political stress, they find a scapegoat...

“이처럼 북한 당국은 뭔가 잘못돼 정치적인 압박을 받으면 희생양을 찾는다. 김정일 위원장이 비난받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누군가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지금도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 나가 있는 연구원들이나 기자들, 혹은 탈북자 등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을 면담해보면 이런 상황을 야기한 장본인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즉 처형설이 나도는 박남기 전 부장이 혼자 화폐개혁 결정을 내린 건 아니고, 당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최종적으론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고문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란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화폐개혁이 가뜩이나 만성적인 북한의 식량난을 더 가중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북한 당국의 실패한 농업정책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나치오스 교수는 지적합니다. 북한이 김일성 치하에서 과거 레닌이 20~30년대 구소련에 적용한 실패한 집단영농체제를 기계적으로 도입한 것이 구조적인 식량난의 한 원인이 됐고,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인센티브, 즉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점도 작물생산이 늘어나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Prof. Natsious

: I don't think Communist ideologues understand market economics...

“공산당 이론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바로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다. 농작물 재배 환경이 갖춰진 상태에서 농부들에게 올바른 동기요인을 부여해주면 농작물 생산은 늘게 돼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보더라도 각 농부에게 가사용 농산물을 키울 수 있는 약간의 땅뙈기라도 더 주면 나라 전체로도 훨씬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동기 요인이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또 북한의 김일성이 구소련의 레닌이 러시아에 적용한 방식에 따라 1960년대~70년대에 농업의 기계화와 화학비료의 사용 등 4대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일선 농장에서 적극 실천하도록 했다고 나치오스 교수는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북한은 식량을 더 늘리기 위해 화학비료를 적극 사용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너무 과도한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토양의 산성화에 따라 작황도 나빠지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Prof. Natsious

: What they tried to do at the early part of this was to massively use fertilizers to increase food production...

“북한은 대대적으로 화학비료를 사용해 농작물 생산을 늘리려고 했다. 처음엔 이런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는 봤지만 너무 과도한 화학비료를 사용하다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경작지에 해를 끼쳤다. 어느 나라든 1헥타르의 농경지에 쓸 수 있는 화학비료 한계치가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면 토지가 아주 나빠지는데 북한은 이를 무시했다. 게다가 구소련이 1990년대초 멸망한 뒤 북한에 대해 낮은 보조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일을 중단하자 북한 화학비료공장의 생산율이 하루아침에 크게 떨어졌다. 화학비료가 한때 잘 나왔지만 이젠 아무 것도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의 농업체제는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치오스 교수는 게다가 북한 정권이 산악 지형에 작물을 더 생산하기위해 산의 나무를 모두 베다보니 토양 부식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강바닥에 토사가 쌓이다보니 홍수가 늘고, 홍수의 규모도 훨씬 커진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쌓이다보니 강바닥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홍수가 일 때마다 작물이 피해를 입게 된 것도 지금과 같은 식량난의 원인이 됐다고 나티오스 교수는 지적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국제개발처장을 지낸 바 있는 앤드루 나치오스 조지타운대 교수로부터 북한 식량난의 원인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