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⑰앤드루 나치오스(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 식량난 타개하려면 결국 경제개혁 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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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를 총괄하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 교수로부터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이겨내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관해 들어봅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지난 2001년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개발처 처장직을 시작하기 앞서 국제구호 단체인 월드비전의 부총재를 지냈습니다. 1997년 5월 당시 월드비전의 부총재였던 나치오스 교수는 월드비전의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당시 한창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의 실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봄철 파종기를 맞이해 논에는 주민들이 허기를 참지 못해 논에 나오지 못하자 군인들이 수두룩 눈에 띄었고, 2백70만명의 주민이 사는 평양거리도 한산했습니다. 1995년부터 99년까지 대기근이 계속된 대기근으로 북한에서 아사한 사람은 최소 백만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끔직한 재앙이 발생한 지도 13년이 흘렀지만 식량난과 기근은 지금도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식량전문가 권태진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도 100만톤 이상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치유하기 위해선 결국 북한 당국이 집단영농대신에 주민들의 개인 영농과 장마당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론 중국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등 경제개혁으로 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나치오스 교수는 지적합니다.

중국의 등소평이 취한 것처럼 북한도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br/>-앤드루 나치오스<br/>

Prof. Andrew Natsios

: The most important factor is economic reform. If they don't do the economic reforms, encourage private investment...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 개혁이다. 만일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하지 않고 민간 투자를 장려하지 않으며 집단영농을 민영화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올해도 식량 부족을 겪고 주민들도 굶어 죽을 것이다. 북한은 농민 시장을 아무런 제한 없이 다시 개방하는 것으로도 상당한 진전을 볼 수가 있다. 이런 시장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또 집단영농 토지를 개인들에게 넘겨서 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작물을 심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도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치오스 교수는 특히 중국의 등소평이 경제 개혁, 개방을 통해 가난한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중국식 노선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해외의 민간 투자도 끌어들이고 공장을 더 세워 경제 성장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Prof. Andrew Natsios

: I think they need to industrialize in terms of economic reforms of the kind the Chinese undertook...

“중국의 등소평이 취한 것처럼 북한도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마오쩌둥의 집권 시절엔 중국은 가난했지만 등소평이 취한 개혁 조치 덕분에 지금은 비교적 부유한 나라가 됐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아주 잘 이뤄졌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직업윤리도 강하고 일도 아주 잘 한다. 따라서 북한의 가치 체계는 북한의 경제 개혁에도 아주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혁을 해도 국가의 간섭이 끊이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산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그래서 민간 시장과 민간 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과 같은 개방의 길로 나선다면 길이 보이지만,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조차 북한을 억지로 개방, 개혁의 길로 나서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나치오스 교수의 지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중국은 숱하게 북한에 개방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Prof.

Andrew

Natsios

: Well, China has influenced North Korea, but they‘ve told me repeatedly they have less influence that we think they do...

“중국은 분명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내가 만나본 중국 관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영향력은 없다고 거듭 말했다. 즉 중국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순 없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서 민간 시장을 도입하고, 민간 자본을 장려하는 쪽으로 경제 개혁을 할 것을 권고했지만 북한이 이를 무시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계속 경제개혁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게 유용한가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그렇다. 그렇지만 북한이 경개개혁을 취할 수 있도록 중국이 담보할 수 있는가 하면 제 대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지도부는 개혁에 나설 경우 북한 전역에 불안이 가중되고 자기들이 권좌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지도자들은 진짜로 그렇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지도부에 신물이 나 있다. 북한 전역에 주민들의 분노가 퍼져있다고 본다. 북한 정권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경제 개혁의 길로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나치오스 교수가 지적한 대로 체제에 대한 위협감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가 엉망이어서 주민들이 아사로 쓰러지고 나라가 절단이 나도 오로지 자신들의 정권 안위에만 관심을 가져온 게 바로 북한정권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Prof. Andrew Natsios

: Their first and only objective is to keep themselves in power...

“북한 지도부의 유일한 급선 과제는 정권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게 북한 정권의 목표다. 따라서 주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위험이 수반된 개혁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만일 개혁 조치를 취했다면 북한 주민이 지금과 같은 식량 위기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0년대 후반 같은 사회주의국인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대통령 내외가 개혁 바람에 휩쓸려 결국 희생된 일을 전철을 밟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나치오스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 때문에 경제 개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란 일부의 주장도 있지만,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하고 싶다면 이런 제재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게 나치오스 교수의 주장입니다.


Prof.

Andrew

Natsios

: Well, North Koreans could initiate these reforms regardless of what sanctions exist...

“북한은 이런 유엔의 제재와 상관없이도 충분히 개혁을 할 수가 있다. 런데도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패를 가지고 너무 오랫동안 제재 탓으로 돌려왔다. 유엔 제재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배고픈 게 아니고, 제재 때문에 기근이 생긴 것도 아니다. 제재와 상관없이도 내부적으로 개혁을 하는 나라들도 많았다. 이를테면 중국도 30-40년 전 제재를 받았다. 미국은 30년 전 중국과 교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등소평은 경제개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중국의 경제 성장을 가져오고 빈곤을 크게 줄였다. 그러는 사이 점차 제재도 다 풀렸다.”

나치오스 교수는 식량 기근은 북한처럼 독재주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면서 결국은 만성적인 식량난의 또다른 원인으로 북한 체제의 독재성을 꼽았습니다.

Prof.

Andrew

Natsios

: There has never been a famine in history in a democracy. Famine takes place only in dictatorship...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역사상 기근이 발생한 적은 없다. 기근은 오로지 독재정권에서만 일어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나라에서 기근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식량위기에 대처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 등 언론이 기근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 정치인들이 대단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에 센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북한처럼 주민들에 대해 그처럼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궁금할 정도다. 북한처럼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집단 수용소가 즐비하며, 정치범 수용소엔 온 가족이 수용되기도 한다. 수용소에 대한 배급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굶어죽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그게 바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나치오스 교수는 결국 북한이 지금과 같은 만성적인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하루빨리 민주주의로 전환해 인권을 존중하고 경제 개혁을 해야 하지만 북한 정권이 절대 그러진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는 현재 소용돌이 속에 있고, 이를 치유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도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국제개발처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 조지타운 교수가 진단한 북한 식량난의 원인과 대책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