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아시아 정보와 관련해 고위직을 지낸 아트 브라운(Art Brown) 씨로부터 핵문제를 비롯해 북한이 당면한 현안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견해를 들어봅니다.
브라운 씨는 특히 북한이 비밀 농축 우라늄 핵계획과 관련해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 동아시아 정보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도 깊이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정보국 재직 시절인 1985년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브라운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기존의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절대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북한이 오히려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한 채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이라는 '3대 목표'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게 브라운 씨의 분석합니다.
Art Brown: "I just think the North Korean goal is to retain its nuclear weapons, be recognized as a nuclear state, and develop diplomatic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를 보유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 북한은 이 세 가지 목적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가 핵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한이 이런 우선순위를 바꿨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본다. 북한이 기꺼이 미국과 협상을 하더라도 핵을 유지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미국과 어떤 형태든 외교관계를 맺으려는 노선은 계속 추구할 것이다."
핵은 김정일 정권의 생존 무기이자, 자기가 일궈놓은 업적을 보여주는 자긍심이기도 하다. <br/>- Art Brown<br/>
브라운 씨는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회담에 나올지도 “아주 불분명”하고, 설령 회담이 다시 열려도 진전이 있을지도 “아주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란 징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특히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목적이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여 회담 참가국이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갖도록 하자는 데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브라운 씨는 주장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최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제기한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과 같은 우방을 소외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Art Brown: “If we're having a separate discussion about peace accord, we're having a separate discussion about establishing diplomatic relations, then we're cutting out our regional allies...
"미국이 북한과 별도로 평화협정이나 외교관계 수립 문제를 논의한다면 이 지역 우방을 소외시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건 근본적인 실수다. 북한은 당연히 그러고 싶어 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소외시키고 미국과 쌍무관계를 맺자고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을 버리고 북한이 원하는 걸 들어준다면 북한은 승리하고 우린 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일본, 한국과 팔짱을 끼고 나란히 가야 한다.
특히 평화협정의 시점과 관련해서도 브라운 씨는 한국과 같은 우방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Art Brown: The peace accord is the first step toward diplomatic relations. If they can make peace agreement with the United States...
"평화협정은 북미 외교관계로 가는 첫 발걸음이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 특히 쌍무적 차원의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상호 외교관계의 수립도 거의 다 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을 언제 체결하는 게 적절한 시기냐 하는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 달려 있다고 본다. 두 나라는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잘 못 체결하면 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내 견해론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 두 나라가 더 큰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또 평화협정에 관한 문제를 진전시키느냐 여부도 두 나라에 달려 있다. 북한은 두 나라의 이웃이지 미국의 이웃은 아니다.”
브라운 씨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회담이 열려도 진전을 보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6자회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라운 씨는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논의를 위한 일종의 ‘전시용’ 이라며, 회담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Art Brown: It is a mechanism for demonstrating that we're trying to do something about the problem...
"6자회담은 우리가 북한 핵문제에 관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이자 북한이 행여나 영원히 핵무장국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6자회담 참가국들이 가질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브라운 씨는 이어 국제사회의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원조를 중단하고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북한이 추구해온 노선을 바꿀 만한 정도의 고통은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원조 제공이나 추가 제재와 같은 수단으론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과의 회담은 “그 자체로 가치는 있지만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낮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브라운 씨는 강조했습니다.
브라운 씨는 북한이 과거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현재 6~1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브라운 씨는 북한이 추가로 핵을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처리했고, 미국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그토록 핵에 집착하는 까닭에 관해 브라운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Art Brown: It's indeed his regime survival weapon, it's the pride of his accomplishment, it's something he can point to his people...
"핵은 정말이지 김정일 정권의 생존 무기이자, 자기가 일궈놓은 업적을 보여주는 자긍심이기도 하다. 핵은 또 김정일이 주민들에게 부친이 하던 핵 사업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한테는 핵 말고는 국제사회에 먹힐 만한 것이 없다.”
브라운 씨는 특히 향후 북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서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낮게 보았습니다. 그는 “강력하고도 신뢰할 만한 반대 정보가 나오기 전엔 새 지도자도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그런 가정을 변할 만한 정보가 없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브라운 씨는 이어 일부에선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뒤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국제사회에 편입한 예를 들어 북한도 리비아의 선례를 따라갈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했지만 포기에 따른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주요한 대외정책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의 입장인데요. 브라운 씨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한 북한이 오늘날 ‘핵클럽’(nuclear club)의 일원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한때 아시아 담당 책임자로 북한 핵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온 아트 브라운 씨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엔 아트 브라운 씨가 본 북한의 권력 이양과 개혁 문제 등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