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⑧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전 세계은행부총재 고문 (1) "북한, 대풍그룹 통한 외자유치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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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세계은행에서 26년간 근무하며 동아시아 담당 부총재 고문을 지냈고, 2000년 은퇴한 뒤 지금은 북한 경제문제에 관해 다양한 연구와 자문을 해오고 있는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씨의 견해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 첫 순서에선 북한의 외자유치 문제와 화폐개혁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최근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일종의 투자회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이 투자그룹의 이사장으로 북한 권력의 핵심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 겸 국방위원회 대외담당 참사가 기용돼 해외 자본유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실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투자 위험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북한이 이런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투자그룹을 설립했다는 점은 나름의 속셈이 있다는 겁니다.

Bradley Babson

: But I think the fact that they're moving ahead with the creation of this investment group signals something...

“북한이 이런 투자그룹의 신설을 밀고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이 보내는 신호는 이런 것이다. 즉 북한이 핵 문제나 평화협정 같은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외부세계와 정치적 관계, 정치 대화를 진전시키면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좀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6자회담에서 모종의 진전을 본다든가 또는 정상적인 조건으로 개발원조기관에서 원조를 받는데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거나 혹은 지금보다 낮은 위험 속에서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외국자본이 북한에 흘러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그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투자그룹을 설립하고 투자은행을 설립한다는 사실은 북한이 외국 자본에 대한 통제를 바라고, 또 이 같은 자본을 자기들이 원하는 용도로 쓰길 바란다는 점, 나아가 자본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투자자건 신용 제공자건 아니면 원조 제공자이건 자금 제공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활동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 외자를 제공할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투명성을 바란다. 북한에 제공될 자금과 관련해 사용 내역을 보고하고, 돈이 원칙에 맞게 제대로 쓰여 지는가 말이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대풍국제투자그룹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투자그룹의 이사진에 북한의 핵심 세력이 포진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이 이런 투자그룹의 신설을 밀고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 자보을 유치하려는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br/> -브래들리 뱁슨<br/>

Bradley Babson

: The thing that's struck me about the composition of the board...

“이 그룹의 이사진 구성을 보면 북한 지도부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사진에는 국방위원회도, 노동당도, 내각도 재정성, 그리고 김정일가의 최측근도 포진해 있는 것 같다. 이 그룹은 이사진이 군부와 엘리트, 당 등이 각기 관할하고 있는 각 경제 단위들의 서로 다른 영역을 조율해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최초의 제도적 기관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상당히 새로운 사태 진전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경제 개발을 위해 종전처럼 각 경제 단위가 국가의 재원을 공유하기 보다는 이 투자그룹이 재원 활용에 있어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외국자본을 좀 더 체계적이고 직접적으로 경제 개발목적에 걸맞도록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로 이 투자그룹이 어떻게 운용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런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 따라서 충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의 지적대로 대풍그룹의 이사진에는 국방위원회와 내각, 재정성,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등 북한 핵심 권력기관에서 파견된 7명이 포진해 있습니다. 특히 대풍그룹은 북한에서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와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대풍그룹을 설립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작년 11월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해 장마당과 같은 민간 시장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의도를 내보임으로써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가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즉 북한 당국이 인플레, 즉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물가가 더 치솟는 등 실패작이라고 단정했습니다.

Bradley Babson

: Well, I think their motivation is, as they said it in their New Year joint editorials...

“북한 당국이 신년공동사설을 비롯해 이미 밝혔듯이 화폐개혁을 한 목적은 부분적으론 인플레를 막는 한편 개인의 저축에 대한 통제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엔 경제적 동기는 물론 정치적 동기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은 아주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본다. 오히려 인플레 압력요인을 막기 보다는 풀어줌으로써 스스로 덫에 걸리는 일을 자초했다. 최근 몇 주 목격하기론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장마당 물가가 치솟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인플레 조치가 역효과를 드러났다. 한편 이번 화폐개혁의 목적은 장사꾼들이 축적한 부를 제거하자는 것이었지만 여기서도 시행과정에서 반발이 있었다. 그러자 북한 당국도 신권으로 바꿀 수 있는 구권의 양을 더 늘리는 일부 양보 조치를 취했다. 그렇지만 상인들이 앞날에 대비해 그간 쌓아온 부와 저축을 하루아침에 날리게 됐으니 이들이 언짢아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통해 당에 대한 충성심을 다시 구축하려 했다면 이것도 실패작이다. 왜냐하면 많은 북한 주민들은 정부가 생활 필수품등을 공급해주는 등 자기들을 도와주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들의 부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뱁슨 전 고문은 특히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는 장마당 기능을 마비시켜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과 불만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Bradley Babson

: I think there is an effort, pretty comprehensive and deliberate to try to redraw the boundaries of the market and the state-directed economy...

“북한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를 통해 시장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의 영역과 국가 영역을 재설정하기 위한 포괄적이고도 계획적인 의도가 있었다. 이런 조치를 통해 국영상점과 국영가격의 역할을 새롭게 재정립하려 했다. 또 장마당과 같은 소매 시장을 폐쇄하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례도 바꿔서 소비자 물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게다가 일상 생필품을 일일 장마당이 아니라 열흘에 한 번씩 여는 장마당에서 구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런 조치 때문에 지난 7-8년간 장마당을 중심으로 구축돼온 경제 체제가 상당히 붕괴돼서 오히려 문제만 더 심각해졌다. 그간 장마당을 통해 소비자 물품이 다양하게 통용됐고 공급량도 다양해 쌀이나 곡물이니 거래됐다. 이런 장마당이 커지다보니 거래하는 사람간의 소통과 배분 체계도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북한 전역에 식량이 돌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게 1990년대 중반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시장을 규제함으로써 배분 체계도 망가진 상태다.”

뱁슨 전 고문은 바로 이런 부작용 때문에 북한에서는 현재 두 가지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하나는 종전 같으면 물건을 팔려고 내놓으려는 북한 주민, 특히 농민들은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물건을 쌓아두려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결과 물건의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설상가상으로 분배 체계마저 붕괴되거나 혼란을 겪으면서 앞으로 북한 주민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뱁슨 전 고문의 지적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또 이번 화폐개혁 조치로 소상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겠지만 외화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그간 몰래 외화를 쌓아두던 평양의 부유층도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주간 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외자 유치 노력과 화폐개혁에 따른 문제점에 관해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