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Bruce Bechtol) 안젤로 주립대(Angelo State University) 교수로부터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난, 후계체제 문제 등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벡톨 교수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서 정보 분석관을, 그리고 나중에 국방부로 자리를 옮겨 합참 정보국 소속 동북아 담당 고위 정보 분석관을 지낸 정보통 인사입니다. 또 국방정보국에서 일하기 전에는 미 해병대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보직을 맡아 아시아 문제, 특히 한반도 군사문제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는 2009년 북한의 대외 불법 활동에 초점을 맞춘 <붉은 불량국(Red Rogue): 북한의 끈질긴 도전>이란 저서를 낸 데 이어 <실패한 반항국 (Defiant Failed State):국제안보에 대한 북한의 위협>의 출간을 오는 9월 앞두고 있습니다.
벡톨 교수는 우선 북한과 미국 간 최대의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관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 안 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남아 있는 한 생존을 위해서도 핵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Prof. Bruce Bechtol
: (I think North Korea has several reasons for having a nuclear program...)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군사 강국으로서의 지위가 생긴다. 그래서 김정일은 북한 정권이 존속하는 한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로 핵을 갖고자 한다. 둘째론 북한 정권이 경화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핵이 필요하다. 우린 이미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은 자국의 플루토늄 을 활용해 시리아에 원자로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아마도 최소 20억 달러 이상을 지급받았을 것이다. 북한은 또 고농축(HEU) 프로그램의 협력 차원에서 아마도 상당한 경화와 원유를 이란으로부터 받았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이 억지력으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무기체제로 가지려고 하거나 아니면 한미 동맹과 일본에 대한 공격무기 차원서 가지려 한다.”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이처럼 핵무기를 보유하려 하고 있고, 이런 점을 미국 정부가 간파하고 있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바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열려온 6자회담 문제가 그것입니다. 6자회담은 2003년 8월 처음 개최된 뒤 2007년 9월까지 모두 5차례 본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의 핵 포기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현재 중단 상태에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6자회담 기간인 2006년 10월 처음으로 핵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2009년 5월에도 두 번째 핵실험을 단행했고, 그 때문에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은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를 정권의 생존문제와 직결해 보고 있기 때문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입니다.
Prof. Bechtol
: (Well, there're people who disagree with me. I would say these people have not studied North Korea the way many of us analysts...)
“전 일찍이 2004년부터 6자회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상관없이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걸 통해 북한과 대화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길 기대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남한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절대 뭔가를 먼저 주지 않을 것이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이 존재하는 한 북한의 핵 포기는 없을 것이다.”
벡톨 교수는 이어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출범한 지 몇 달도 안 돼 또다시 핵실험을 단행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안보 책임자들은 북한을 포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위험스런 핵 활동을 억제하는 데 더 비중을 두게 됐고, 북한의 행동을 억지한 다음에야 진정한 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진정 투명한 방식으로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는 한 북한을 포용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벡톨 교수는 지적합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핵을 이처럼 끝까지 보유하려는 이유도, 진정한 개혁을 거부하는 이유도 본질적으론 정권 생존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외부세계에 개방할 경우 북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나라가 남한이기 때문에 더욱 개방을 할 수 없다는 게 벡톨 교수의 설명입니다.
Prof. Bechtol
: (Because opening up to the outside world, then, it means the majority of the outsiders would be South Koreans. And when the mainstream North Koreans...)
“북한이 외부세계에 개방한다면 그건 절대 다수의 외부인은 남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주류가 남한 사람들과 접촉해 남한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고, 자신들이 평생 배운 것이 속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북한 정권의 안정이 약화될 수 있다.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결코 외부세계에 개방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개혁에 나서면 정권의 불안정을 넘어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공산국인 베트남은 지난 1986년 소위 도이모이를 통해 경제 개방 정책을 채택한 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특히 베트남이 해외자본을 손쉽게 유치하고, 부강한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벡톨 교수는 북한은 베트남처럼 정권위협을 느끼지 않으면서 개방에 나설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외부세계가 북한의 경제 개방을 도울 순 있지만, 북한이 창건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기존의 국정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Prof. Bechtol
: The government in North Korea obviously wants outside aid. They want economic help from the outside world, but what they don't want to do is... “분명 북한은 외부세계의 경제 원조를 바라지만 자신들의 국정 운영방식을 바꾸길 원치는 않는다. 사실 남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을 되돌아보면 남한 정부의 그 모든 원조와 포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변화하길 기대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남아 있는 한 자국민에 대한 행동 양식은 물론 외부세계와 해당 지역, 그리고 이웃인 남한에 대해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생존이 제1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또 생존하기 위해선 북한은 1948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의 운용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일 정권 아래서 변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현재 그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3남 김정은 아래에선 가능할까요? 이 부문에 대해서도 벡톨 교수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돼도 군과 보안기구, 당을 확고하게 장악해야 하지만 이게 의심스럽고, 설령 장악력을 확고히 해도 그가 권좌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대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산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부든 외부든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벡톨 교수는 진단합니다. 그렇지만 김정일 사후 북한에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고 벡톨 교수는 설명합니다.
Prof. Bechtol
: (I think there's a lot of potential for change when Kim Jong Il passes away because I think there's a lot of potential for collapse of the North Korean...)
“만일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변화할 잠재성은 많다고 본다. 일단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 정부가 몰락할 잠재성도 많기 때문이다. 그 경우 북한 정부가 내부적으로 폭발할 수 있고, 또 김정은이 강력한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다보니 군부 내 암투가 벌어질 수도 있고 김정일가 내부에서 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부와 당, 보안기관 등 강력한 기관 간에 투쟁이 벌어질 수 있고,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가상 상황은 북한이 해체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게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닐지도 있다. 북한이 무너지면 남한이 나서 통일할 수 있고, 2천2백만의 고통받는 북한 주민이 남한 민주정부의 품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벡톨 교수는 이어 설령 북한에 김정일 이후의 후계 체제가 마련된다 해도 북한 주민들이 지금보다 삶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기존의 김정일 정권 때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김일성 정권에 비해 정통성과 안정감이 덜했듯이 김정은이 꾸려갈 정권도 김정일 정권 때보다 정통성과 안정감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외부세계, 특히 남한에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정권에 대한 위협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변에 있는 핵심 측근들도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정권의 생존을 담보하는 데 정력을 쏟고 있는 것도 북한의 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벡톨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브루스 벡톨 안젤라 주립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