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연구집단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에서 한반도 문제를 전담 분석하고 있는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에게서 북한의 행동양식과 생존전략에 관해 들어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07년 헤리티지 재단에 들어가기 전에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에서 20년간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를 분석해온 정보통입니다.

특히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그는 중앙정보국의 핵심인 정보국 내의 한국담당 부책임자를 지내면서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두루 다뤘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 양상이나 생존전략에 관해 누구보다 밝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우선 북한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국제적인 행동규범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행동규범을 따랐다면 지금처럼 핵문제나 인권침해 문제 같은 골치 아픈 일들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견해입니다.
Bruce Klingner
: (Well, the nuclear threat, conventional threat, and the missile threat, and its attitude toward human rights, etc...)
“핵 위협은 물론 재래식 군사위협, 미사일 위협, 나아가 인권에 대한 태도 등 이런 모든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이 국제적인 행동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 북한은 아무런 대가를 치루지 않고도 이웃 나라를 위협할 수도 있고, 자국 주민을 잔인하게 대할 수 있으며, 위조지폐와 같은 불법 행위에도 가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북한은 자국이 국제행동 규범과 규칙에서 제외된다고 보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바로 이런 문제가 북한 정권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정권교체가 될 때까지 북한이 기존의 행동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실현되기 까지는 말이다.”
바로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 규범에서 벌어진 최근의 사태가 바로 천안함 폭발 사건이라고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지난해 11월 서해교전에서 피해를 본 북한이 남한 해군과 정상적인 방식으론 교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천안함을 보복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의 이런 행동은 긴장을 고조해 도발행위를 반복해온 그간의 양상을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게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북한이 결국 천안함 폭발이라는 악랄한 짓까지 벌일 수 있었던 데도 군사적 보복은 없을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브루스 클링너<br/>
Bruce Klingner
: (Also, I think it's consistent with North Korean strategy where they alternate provocations with seemingly conciliatory behavior in order to gain...)
“북한의 이런 행동은 북한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전략적 행동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즉 북한은 세계의 관심이 곧 지렛대가 된다고 보고 관심을 끌기 위해 한편으론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겉으로 보기에 유화적 행동을 번갈아 추구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긴장을 고조시킨 뒤에 예전의 현상유지로 복귀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시험해보려 했다. 그러나 이게 여의치 않자 북한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구애공세를 펼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북한은 아마도 핵실험처럼 호전적인 도발 행위를 일으키면 양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고, 이런 식의 행동에 미국이나 남한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했다. 과거에도 남북간의 충돌이 많았지만 남한과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결국 천안함 폭발이라는 악랄한 짓까지 벌일 수 있었던 데도 군사적 보복은 없을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과거 그릇된 행동을 해도 오히려 보상을 받아온 전례가 있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단적인 예로 부시 행정부 시절을 꼽았습니다. 즉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취임 당시 북한의 핵문제에 상당히 단호한 행동을 취했지만 집권 2기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핵문제 타결을 위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식의 행동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결국 김정일 체제의 붕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권력이 세습이 된다면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Bruce Klingner
: (If it's passed to Kim Jung Un, that really is not collapse of the system...)
“만일 권력이 김정은에게 넘어간다면 그건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아니다. 북한에 김정일 체제와 같은 정부가 없어지기 전에는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잡는 사람이 김정은이든 혹은 장성택과 군부이던 이런 체제가 계속되는 한 이런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아도 그의 정책이 김정일과 크게 다를 것으론 보지 않는다. 결국 김정은도 북한체제의 산물이다. 일부에선 김정은이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공부해서 서구화되고 선정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은 순진한 것이다.
그나마 북한의 이런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한편으론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북한의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면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어 상당히 주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중국은 북한에 식량과 원유 공급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압력을 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중국이 이런 극단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예로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과 2009년 각각 유엔이 채택한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하긴 했지만 막상 제재를 실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중국의 종용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이 가진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이런 중국의 제한적인 영향력은 경제 부문에서도 다를 바 없다는 게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Bruce Klingner
: (Well, China has been trying to get North Korea to implement Chinese-style economic reform for decades...)
“중국은 지난 수십년 북한에 대해 중국식 개혁을 해볼 것을 권유해왔다. 이 점이 중국이 북한에 가진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김정일이 중국 상하이 포동 지구를 방문해 과거 등소평의 남순을 뒤따랐고, 그 뒤 언론도 북한이 마치 중국식 개혁을 따라가겠다는 신호라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93년인가 94년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미국 국무부의 일부 분석관들이 북한에서 과감한 개혁이 있을 것처럼 말을 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그대로다. 그건 분명 북한이 대규모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이다. 북한이 2002년 부분적인 경제개혁을 도입했다가 나중엔 이마저 철회했고, 지난해 하순 화폐개혁 뒤엔 장마당을 탄압했다. 그만큼 북한은 외부 영향이 전염되는 걸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외부의 강압적 수단에 의해 북한이 변할 수 없다면 결국 열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말합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살리라는 겁니다.
Bruce Klingner
: (The advice I would give him as myself would be...)
“개인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이런 것이다. 즉 이런 길을 계속 가는 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할 수도 없고, 북한 경제를 개선할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따라서 과거 국제사회와 여러 합의를 해도 지키진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외부 세계에서 혜택도 받고 긴장도 줄어들고 적대적인 정책도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이런 충고를 따를 것 같지는 않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막 취임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지난해 5월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결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유화노선을 취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그런 행동을 취하지만 않았어도 6자회담이 다시 열리고 북한은 외교, 경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모종의 이득을 취했을 법 하지만, 오히려 핵실험을 강행하는 바람에 당초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갖고 있던 백악관 실무자들의 시각이 강경쪽으로 급선회했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뭔가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진보적 인사들조차 문제는 미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인식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종전과 달리 아주 진지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는 물론 언론 등에 확신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아무런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돌아오고, 비핵화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행동방식과 생존전략에 관해 들어봤습니다.